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미영 sopia Feb 08. 2022

책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 중에

문학동네 -2015년 / 김훈 산문 / 411page

김훈 <라면을 끓이며>는 절판되어 더 이상 독자들 다가갈 수 없는 <밥벌이에 지겨움>에서 기억이 될 산문과 새로운 원고를 합하여 출간된 책이다. 짧은 글들이 50여 편 그리고 다른 작가 글에 대한 서평이 3편 실려 있는 산문으로 편집되었다. 김훈은 오랜 세월 동안 라면을 먹어왔다. 혼자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음식이기에 그의 정서 밑바닥에 인박여 있다고 했다. 모르는 사람과 마주 앉아서 김밥으로 점심을 먹는 일은 쓸쓸하다. 김훈 저자는 한동안 자전거로 국토를 여행하기도 했는데 이때 라면을 많이 먹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는 라면이나 짜장면은 장복하게 되면 인이 박인다고 했다. 그 안쓰러운 것들은 한동안 먹지 않으면 배가 고프지 않아도 공연히 먹고 싶어진다고 했다. 저자 김훈은 <라면을 끓이며> 책을 총 5부로 나누어 글을 썼다. 밥, 돈, 몸, 길, 글, 다섯 가제는 그의 문체처럼 정직하며  김훈의 세계가 들어 있다. 김훈이 축척해  수많은 산문 중 독자들에게 말을 걸고 싶은 저자의 바람을 담았다. 그중에 대중적인 1부 밥 중의 <라면을 끓이며>를 읽고 가장 대중적인 라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라면만큼 대중적으로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요리가 을까? 비교가 없을 정도로 대단한 호평을 받고 있다. 라면은 규격화되어서 대량 소비되는 음식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라면을 좋아하는 국민도 없다. 그만큼 어린아이들이나 어른에 이르기까지 사랑받는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집에서도 라면 묶음은 마트에 가면 꼭 집어와야 하는 품목이다. 아들이 좋아해서다. 라면을 많이 먹기 때문에 혼자서도 잘 끓여 먹는다. 라면은 1958년 일본 안도 모모후쿠라는 사람이 처음 개발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는 패전국이었던 일본 국민들 대다수는 밀가루로 연명했다. 그래서 안도는 장기간 보관해도 원래의 맛을 살릴 수 있는 국수를 대량 생산해 사업화할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10년을 국수 개발에 매달린 안도가 가정 파탄까지 가게 됐을 때  포장마차에서 어묵에 밀가루를 입혀 튀기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러면서 아이디어를 얻고 연구 끝에 1958년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하게 되었다고 한다.

스페인 알베르게 진열된 신라면


한국에서 라면을 처음 생산한 것은 1963년이다. 당시 경쟁이 치열했던 일본 라면업계에서 한국에 라면 제조 기술을 이전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에 처음 선보였을 때는 인기를 끌지 못했다. 밀가루 음식에 익숙하지 않았고 느끼한 국물에 가격도 싼 편이 아니었다. 최초 라면 가격은 10원이었다고 전한다. 백반 가격이 30원이었다고 하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라면이 널리 배급이 된 것은 정부의 혼식장려 정책 덕분이다. 게다가 박정희 대통령이 맵고 짠 것을 좋아하는 국민들에게 수프에 고춧가루를 넣어서 해보는 게 어떻냐는데 힘입어 적극 개발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대량생산으로 맛과 가격에서 라면은 차츰 우위를 선점하게 되었다. 라면의 탄생은 간편하게 한 끼 식사로 국민의 허기를 달래 주었다. 한국인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라면을 먹는다. 라면의 등장은 대량 가공과 보관, 유통과 가격 정책만으로도 식량난을 완화시킬 수 있었다.


김훈의 책 <라면을 끓이며> 책에 이 내용을 인용하고 있다. 소설가 이문열은 그의 소설 <변경>에서 60년대 초 라면 맛에 다음과 같이 경의를 표하고 있다.


노랗고 자잘한 기름기로 덮인 국물에 곱슬곱슬한 면발이 담겨 있었는데,

그 가운데 깨어 넣는 생계란이 또 예사 아닌 영양과 품위를 보증하였다.(...)

철은 갑작스레 살아나는 식욕으로 그러나 아주 공손하게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그때의 주관적인 느낌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맛난 음식을 먹고 있는 듯했다.                           _ 이문열,  <변경> 7권, 문학과 지상사, 1998, 177쪽


나는 라면을 조리할 때 대파를 기본으로 삼고, 분말수프를 보조로 삼는다. 대파는 검지 손가락만 한 것 10개 정도를 하얀 밑동만을 잘라서 세로로 길게 포개 놓았다가 라면이 2분쯤 끓었을 때 넣는다. 처음부터 대파를 넣고 끓이면 파가 곯고 풀어져서 먹을 수가 없이 된다. 파를 넣은 다음에는 긴 나무젓가락으로 라면을 한 번 휘젓고 빨리 뚜껑을 덮어서 1분~1분 30초쯤 더 끓인다. 파는 라면 국물에 천연의 단맛과 청량감을 불어넣어 주고 그 맛을 면에 스미게 한다. 파가 우러난 국물은 달고도 쌉쌀하다. 파는 라면 맛의 공업적 질감을 순회시킨다.

 그다음에는 달걀을 넣는다. 달걀은 미리 깨서 흰자와 노른자를 섞어 놓아야 한다. 불을 끄고 끓기가 잦아들고 난 뒤에 달걀을 넣어야 한다. 불을 끄고, 끓기가 잦아들고 난 뒤에 달걀을 넣어야 한다. 끓을 때 달걀을 넣으면 달걀이 굳어져서 국물과 섞이지 않고 겉돈다. 달걀을 넣은 다음에 젓가락으로 저으면 달걀이 반쯤 익은 상태에서 국물 속으로 스민다. 이동작을 신속히 끝내고 빨리 뚜껑을 닫아서 30초쯤 기다렸다가 먹는다. 파가 우러난 국물에 달걀이 스며들면 파의 서늘한 청량감이 달걀의 부드러움과 섞여서, 라면은 인간 가까이 다가와 덜 쓸쓸하게 먹을만하고 견딜만한 음식이다.  김훈 <라면을 끓이며> 30 page


저자 김훈은 라면 끓이는 모습을 참으로 디테일하게 짚어 주었다. 잠깐 끓이는 라면을 어쩜 이렇게 자세하게 설명을 할 수 있을까? 평소 김훈의 뛰어나 묘사력과 표현이  많은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작가 김훈이 언급했듯이 정말 예전에 먹던 라면은 지금의 맛과는 조금 달랐다. 기름기도 많았고 빨랫비누, 덜 익은 닭고기, 소기름 같은 냄새가 났지만 그 맛조차도 아주 맛있게 생각이 되었다. 내 기억에 첫 라면의 맛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시골집 앞마당에서 동네 어른들이 모여 놀던 날이었다. 엄마는 큰 솥에 라면을 여러 개 넣고 끓이셨다. 물을 많이 부어 끓인 라면이 오래 기억된 걸 보니 상당히 맛있게 먹었던 것 같다. 요즘은 라면이 다양한 제품으로 개발이 되어 나온다.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순한 맛부터 매콤하고 자극적인 맛까지 누구나 취향에 맞게 골라 먹을 수 있다. 다양한 조리법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라면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일주일이면 몇 개씩 먹는 사람도 있다. 난 아주 가끔 주일에 점심식사가 마땅치가 않을 때 먹게 된다. 라면 끓일 때 대파를 넣고 계란 한 개를 풀어 끓이는 정도다. 그래도 거기다 김치와 밥 한공 기만 있다면 점심식사로 손색이 없으니 라면은 간편식으로 최고다.


국민의 맛이 된 라면을 수프의 맛으로 실감했던 적이 있다. 2019년 여름 산티아고에 갈 준비를 할 때였다. 앞서 다녀온 사람들의 순례기에는 한결같이 라면 수프의 활용에 대해 찬사가 이어졌다. 무게에 민감한 순례자에게 라면 수프는 마치 마법의 가루 같았다. 따로 수프만 주문해서 가져갔고 그곳에 가서 유용하게 사용하였다. 순례 중에 우연히 한국인들을 만나 한동안 함께 걷게 되었을 때 저녁식사에 라면수프의 맛은 상상을 초월한다. 스페인 음식이 그나마 유럽 음식에서는 괜찮다고 하지만 칼칼한 맛은 없지 않은가? 그럴 때 볶음밥이나 찌개 등에 라면 수프의 익숙한 그 맛을 보는 순간 그 맛은 기가 막힐 정도였다. 라면 한 그릇을 먹기 위해 한여름 뙤약볕에 고스란히 걸어 봤다. 그때는 그만큼 라면 한 그릇이 절실했기 때문에 뜨거운 더위쯤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라면을 먹을 생각에 신나게 앞으로 질주했던 산티아고의 추억이 새롭다.

스페인에서 먹었던 음식들  그리고 라면


어제 남편과 함께 건강검진을 했습니다 다. 속을 비워야 해서 미리 단식을 실행하게 되었는데 오늘 3일째 금식 중입니다. 그동안 몸 관리를 소홀히 했더니 확 찐자가 돼서 정말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참에 3~4일 단식을 하려고 합니다. 오늘 먹고 싶은 게 머릿속에서 오락가락하네요. 제가 요즘 잘 먹었던 떡 만둣국, 김밥, 라면 등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그래도  견뎌서 단식을 성공시켜 보겠습니다. 올 해는 하루 만보 걷기도 실천하면서 좀 더 가볍고 건강한 몸으로 생활해 보려고요. ㅎ  링크된 아래 글도 함께 해 주세요.


https://brunch.co.kr/@sopia1357/2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