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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미영 sopia Jul 08. 2022

영화 리뷰 - 《 친정엄마 》

2010년 한국 / 감독 유성협 / 107분

영화 <친정엄마>는 고혜정 작가의 실제 경험담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이고 작가의 고향 전북 고창과 정읍 일대에서 촬영이 되었다고 한다. 영화 주인공이 방송작가이며 성이 고씨로 설정된 것도  박스가 터지게 반찬을 해서 보내는 모습과 서울로 짐보따리를 싸서 올라오는 모습 등도 작가의 실화라고 한다. <친정엄마와 2박 3일>이라는 연극으로도 엄청나게 호평을 받으며 세상의 많은 딸들을 울린 내용이기도 하다. 이영화는 올레 TV에서 무료 시청이 가능하다

주인공 지숙


방송작가 고지숙(박진희)은 결혼 5년이 되던 가을날, 엄마와 2박 3일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남편과 딸을 두고 친정에 간다. 영화는 지숙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숙은 어려서부터 말을 잘해 관광버스 안내하면 잘하겠다는 소리를 듣고 촌에서 자랐다. 버스기사였던 아버지는 다리를 절뚝거렸고 매일 술에 취해 폭언과 폭력을 일삼았다. 엄마(김혜숙)는 촌스럽고 수다스럽지만 정이 많아 뭐든 지숙에게 해주려고 한다. 그리고 착한 남동생이 한가족이다. 지숙이 태어나기 전, 두 돌이었던 언니가 죽어서인지 유난히 엄마는 지숙을 챙긴다. 봉숭아 통조림을 먹이고 채변봉투를 받는 모습까지도 사랑스럽다. 머리도 대충 거울 보며 자르고 시장에 가서 콩나물 값을 깎고 덤으로 받으려는 엄마의 모습을 지숙은 싫어했다. 못 배우고 무식한 게 창피한 거라며 엄마는 어떻게든 자식을 공부시키려 작은 항아리에 동전을 모은다.


아버지는 절뚝대는 다리를 놀린 동네 사람들로 인해 집에 돌아와 심기가 불편하다. 그래서 발을 씻으라고 갖다 준 물이 차다고 꼬투리를 잡아 쏟아버린다. 엄마를 일방적으로 때릴 때 지숙은 동생과 방 안으로 숨어 울음을 터트렸다. 그런 자식들에게 얻어맞은 얼굴로 엄마는 밥을 갖다 먹인다. 지숙은 집을 뛰쳐나가 친구에게 아빠도 엄마도 싫다고 말한다. 그래서 서울로 대학 가서 마음대로 살 거라며 결혼 같은 거는 죽어도 안 할 거라고 했다. 학부모 수업에 초라한 모습으로 엄마가 보따리를 갖고 늦게 나타났다. 지숙은 화장실을 핑계로 밖으로 나와 왜 왔느냐고 엄마를 돌려보내려 한다. 창피하다는 말에 엄마는 선생님께 드리라고 호박과 가지 싸온 것을 지숙에게 건네고 돌아간다. 엄마에겐 지숙이 자랑스러운 딸이었지만 지숙은 엄마가 창피하고 싫었다.

친정 엄마


늦게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온 날 아버지가 엄마를 두들겨 패는 모습을 보고 밥상을 던져버린다. 아버지에게 골병들게 하지 말고 엄마를 그냥 한 번에 죽여 버리라고 대들었다. 엄마에겐 아빠한테 왜 맞고 사냐고 이혼하던지 서울로 도망가라고 했다. 엄마는 자식 때문에 못하는 거라며 자신만 참으면 된다고 울먹였다 그런 엄마를 보며 시집은 안 갈거라 다짐한다. 모진 매를 맞고도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게 안쓰러워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각별해졌다. 아버지는 지방 대학에 가길 원했지만 지숙은 악착같이 공부해서 서울 예전 장학생 일등으로 합격했다. 지숙이 서울로 가던 날 바리바리 짐을 챙겨 보내면서 눈물까지 흘린다. 짐 안에는 부적과 복숭아 통조림, 그동안 저금했던 동전을 담은 라면봉지와 편지가 들었다.


처음엔 엄마와 떨어져 지내는 게 어색했지만 점차 익숙해져 갔다. 달동네에서 강의를 들으러 달려가고 알바도 하면서 열심히 서울생활을 해나간다. 지숙은 글을 쓰면서 일하다 엄마 생각이 나면 전화를 걸었다. 그런 딸에게 엄마는 연분홍치마를 불러 주었다. 지숙은 엄마의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었고 그래서 방송국 작가가 되었다. 짐을 잔뜩 싸서 딸을 찾아가는데 지숙은 널린 게 이런 거고 안 먹을 거라 시큰둥하다. 지숙에게 남자 친구가 생겼다. 언제 집에 인사드리러 가느냐 묻는다. 대본을 쓰는 중에 엄마한테 전화가 오지만 귀찮아 됐다고 끊는다.


친정엄마와 지숙


지숙이 상견례를 하기로 했다. 시어머니 될 분은 '저런 며느리 얻으려고 우리 아들 유학까지 보낸 게 아니다'라고 한다. 지숙은 전문대 2년이지만 자신 아들은 미국 대학 4년이라며 가난한 집 맏사위는 싫다는 것이다. 엄마는 화가 나 결혼을 없던 걸로 하자고 박차고 나가면서 한복 치마도 찢어버렸다. 최고의 딸이라 생각해 맘껏 으스대며 시집보내고 싶었다. 지숙은 그 사람과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난 엄마 때문에 못살아,  난 니땜시 사는데 나 때문에 못살아서 어쩐다냐!' 이튿날 엄마는 비가 오는 날 맞선을 본 댁을 찾아가 자신이 무식해서 실수한 것 같다고 인정했다. 정말 자존심을 구겨가며 애원해서 결혼을 시켰다. 지숙은 임신했고 양수가 터져 급히 병원에 가서 아기를 낳게 된다. 딸은 아기를 보며 '엄마도 나 낳을 때 이렇게 힘들었느냐고' 물으며 잘하겠다고 다짐한다. 엄마는 먹을 반찬을 잔뜩 택배로 보내오기도 한다. 허리 디스크가 있어도 딸 집에 가서 청소도 반찬도 해주고 싶어 한다.


뚜렷한 지병이 없던 아버지는 피곤하다면서 일찍 들어와 새벽 갑자기 돌아가셨다. 살아있을 때는 원수 같더니 죽고 나니 보고 싶다는 엄마, 지숙은 엄마가 아버지를 싫어하고 미워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추억도 없을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님을 알았다. 성당에 다니던 엄마는 신부님께 고해성사를 본다. 지옥 가는 것보다 자식일이 더 중요해서 어쩔 수 없이 점집을 가게 되기 때문이다. 똑똑하면 팔자가 센 거라면서 여자는 모름지기 신랑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살림하는 게 최고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남편이 하고 싶은 것을 도와주려는 딸이 못마땅해 말다툼을 하기도 한다. 엄마는 '자식이 힘들어 눈물이 나면 엄마는 피눈물이 나는 거라고 자식 속이 상하면 엄마 속이 썩는 거라고 그게 엄마와 딸이라고' 했다.   

지숙과 친정엄마 단풍 나들이


가을날 지숙은 친정 엄마한테 갔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없자 엄마는 대충 식사한다. 지숙은 드라마 극본 쓰느라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지 소화가 잘 안 된다고 했다. 오랜만에 정육점 하는 친구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눴다. 지숙은 당분간 많이 바쁠 거라며 엄마를 부탁했다. 혼자 내려온 딸이 미덥지 못하다고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엄마가 싫다. 지숙은 예전의 사진첩과 써놓은 글을 꺼내보면서 추억에 잠겼다. 그리고 엄마한테 단풍구경을 가자고 했고 둘은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옷도 사주고 사진도 찍었다. 저녁엔 밤하늘 별도 바라보며 이야기도 나눈다. 그래도 걱정이 된 엄마는 사위한테 전화로 무슨 일이 있는지 묻는다. 췌장암 말기라고 하자 전화를 끊고 엄마는 오열했다. '생 떼 같은 내 새끼를 누가 데려가냐고, 차라리 나를 데려가라고' 둘은 껴안고 울었다.


그동안 엄마한테 곱게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 ~
괜찮다는 엄마 말 100% 믿어서 미안해~
늘 내가 먼저 전화를 끊어서 미안해~
힘들 때  왜 날 낳았느냐고 해서 미안해~
사랑한다고 한 번도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


엄마가 널 꼭 살릴 거라고 걱정하지 말라며 지숙을 보냈다. 절대 울지 않을 거라는 엄마는 기차가 달리자 따라가며 울며 몸무림 쳤다. 그러나 지숙은 침묵의 살인자 췌장암으로 인해 죽었고 화장했다. 이젠 지숙을 닮은 손녀 혜영을 바라본다.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쌀을 씻는다. 독한 어미가 딸을 보내고 살아있는 거에 마음이 몹시 아프다. 뭐니 뭐니 해도 자식을 앞세운 부모 마음이 가장 슬플 것이다.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잘한 것도 후회되는 것도 지숙을 낳은 것이다. 그래도 다음 생애 다시 내 딸로 태어나 달라고 간절히 원했다.

행복한 시간 친정엄마와


친정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마음이 울컥해진다. 결혼하고 아이 낳고 기르며 점차 엄마의 삶을 알아간다. 낳는 일도 힘들지만 자식을 키우는 일도 만만치 않다. 나의 친정엄마는 돌아가신 지가 10년이 넘는다. 오빠가 다섯 명에 남동생까지 낳고 키웠던 늙은 엄마가 어릴 때는 창피하기도 했었다. 몸이 왜소하고 약했던 엄마는 자주 아프셨다. 친구와 중학교 때 서로 머리를 자른다고 칭찬은커녕 잔소리를 했던 엄마, 그런 엄마가 싫기도 했었다. 그래도 콩죽과 팥죽도 해 주셨고 찜빵도 쪄 주며 간식을 챙겨 주셨던 표현이 서툰 엄마가 그립다. 큰오빠가 결혼하고 30대 후반에 폐암으로 세상을 떴을 때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지 중학생이던 난 가늠하기 힘들었다. 성실한 모범생이었지만 가끔은 괜한 투정으로 엄마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일도 후회로 남는다. 그 후에도 자식을 가슴에 묻었던 엄마의 심정을 헤아려 드리지 못했고, 엄마와 속 깊은 마음을 나누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살아 계실 때 좀 더 잘해 드릴 걸, 한 번이라도 더 손잡아 드리고 마음을 나눌 걸, 이제는 안 계시니 허전한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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