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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쏠라 Oct 22. 2024

행복의 주인공

달리는 열차 안에서

"탑승객이 210% 초과해 굉장히 붐비고 있습니다. 사회에서 가정에서 다 힘드실 텐데 열차에서 기운 마련 하시고 힘내시기 바랍니다."

여느 때와 같이 지하철 2호선에 몸을 구겨 넣은 아침, 재택근무가 끝났나 보다. 요즘 부쩍 사람이 많아진 걸 체감할 때였다. 퇴근 시간에는 지하철에서 안내 멘트를 종종 듣곤 했는데 출근 시간엔 처음이었다. 열차 지연, 고장과 같은 알림 빼놓고는.

"더불어 오늘 미세먼지가 심각하다고 합니다. 야외활동을 하실 때에도 마스크를 꼭 쓰고 건강 관리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안부를 물어주는 따듯한 음성, 이런 방송이 나올 때면 최대로 키워 듣고 있던 음악의 볼륨을 줄인다. 어떤 말을 전하는지 놓치고 싶지 않아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짧은 몇 마디로 아침의 기분이 달라졌다. 그도 그럴 것이 더 이상 탈 수 없을 것 같은 지하철 안으로 밀치며 올라타는 사람들 덕분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끼여있었기 때문이다. 이 열차를 타지 못할 경우, 아무리 뛰어도 지각을 하는 상황이라면 이해가 되었다. 나도 그런 똥줄 타는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바쁜 아침 출근길, 각자의 일터에서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낼 사람들에게서 전우애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했다.

봄이 오려는지 환절기가 되면 일교차가 커지는 탓에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몸이 아플 것 같으면 신호가 오는데 나는 코와 목에서 먼저 나타난다. 목이 간질간질하고 불편한 느낌이 들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추위를 많이 타서 이럴 때는 옷을 입는 것도 애매하다. 다들 봄인데 나만 아직 겨울인 것 같은 착장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 맞춰가고 싶었다. 포인트가 되는 밝은 컬러를 골라 입기 시작한다.

"오늘 행복의 주인공이 되시길 응원하겠습니다."

행복의 주인공이라는 말을 되뇌었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니까, 좌충우돌 인생기라도 결국에는 해피엔딩일 것이라고 믿는다. 쉽게만 흘러가면 재미없어 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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