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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라 Apr 07. 2021

장수가 선물이 되려면

「100세 인생」독후감

  이 시대에 오래 사는 것은 복일까 저주일까?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부모님이 생존해 계시는 집에서는 부모님 모시는 문제로 고민하지 않는 집이 없다. 늙고 병든 부모님을 보면서 자신의 미래가 비슷한 모습일까 봐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건강하지 않으면 장수하는 것이 결코 복이 될 수 없기에 중년 이상의 사람들은 건강에 과도할 정도의 관심을 쏟고 있다. 그리고 아직 젊다고 할 수 있을 때 인생을 즐기자는 풍조도 만연해있다.      

  과연 이 두 가지 방법이 최선일까? 신체적으로 건강하다고 해서 100세 인생이 행복할 수 있을까? 운이 좋아서 정년을 채우고 은퇴한다 해도 남은 시간을 놀며 지내는 것이 마냥 즐거울까? 그리고 품위유지가 가능한 생활비와 노년의 의료비를 연금으로 충당할 수 있을까?       

  런던 경영대학원의 린다 그래튼과 앤드루 스콧이 쓴 「100세 인생」의 부제는 ‘저주가 아닌 선물’이다. 저주가 아니고 선물인 100세 인생! 우리가 원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 아닌가! 저자들은 경제학적, 교육학적 관점에서 장수사회의 특징을 분석한 후 장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재정적인 준비는 필수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사는 것처럼 살기, 인간적으로 살기, 품위 있게 살기 중 뭐라고 이름 붙이든 40년 가까이 동안 지속되는 노년을 살아내려면 유형자산(돈)외에도 다양한 무형자산을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저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은퇴 후 삶의 질을 은퇴 전과 가까스로 맞추려면 가장 잘 벌 때의 50%를 연금으로 받을 수 있어야 한다. 65세까지 일하면서 이 정도의 연금을 마련하려면 수입의 25%를 저축해야 하지만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저자들은 그 대안으로 80세까지 일하라고 제안한다. 적은 수입일지라도 좀 더 오래 일할 수 있다면 연금으로 생활하는 시기를 늦출 수 있으므로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노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80세까지 일한다는 것은 20세기의 패러다임으로 볼 때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무형 자산을 축적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요점은 노년에도 활력을 잃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무형자산을 축적하고 관리하라는 것이다. 무형자산이란 생산자산, 활력 자산, 변형자산의 세 가지 자산을 말한다. 생산자산이란 지식과 기술, 일과 관련된 인간관계, 평판을 말하는데, 이것은 소득을 올리기 위한 바탕이 되므로 즉각 유형자산으로 변환될 수 있는 자산이다. 지속적인 학습과 직장에서의 경력 그 자체도 생산자산이다. 활력 자산이란 건강, 삶의 균형, 오랜 친구 등을 말하는데 이것은 생산자산을 유형자산으로 변환하는 데 있어 윤활유 역할을 해준다.     

  무형자산 중에서 저자들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변형자산인데, 자기 인식, 다양하고 폭넓은 인간관계,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개방성이 여기 포함된다. 장수 시대에 변형자산이 필요한 이유는 교육-직업생활-퇴직이라는 3단계 삶이 종언을 고하고 교육-직업생활-과도기-직업생활(-과도기-독립적 생산자-과도기-포트폴리오 시기)-퇴직이라는 다단계 삶의 시대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3단계의 삶이 아닌 다단계의 삶이 시작되었다

  20대 초반까지 받은 교육으로 퇴직할 때까지 동일한 직업군에서 일하던 3단계 삶과 달리, 다단계 삶에서는 최초의 일자리와 성격이 다른 진로를 선택할 시간과 기회가 많기 때문에 더 흥미롭고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한 탐색 기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탐색 기간에는 무엇보다도 자기 정체성의 인식과 가능 자아possible self의 인식이 중요하다. 변형자산을 적극적으로 형성하는 사람은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보태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정체성이나 세계관 자체를 변화시키는 사람이다. 시대 변화에 따른 다양한 요구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생산자산과 활력자산에도 인간관계가 중요하지만 변형자산에 속하는 인간관계는 두 가지 경우와 차이가 있다. 생산자산에 속하는 인간관계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이고, 활력 자산에 속하는 인간관계는 오랜 우정을 말하는 것이었다면 변형자산에 속하는 인간관계는 새로운 롤모델이 될만한 사람, 새로운 가치, 규범, 태도, 기대를 가진 사람들과의 관계이다. 이렇게 새롭고 다양한 관계는 계속적인 자극을 주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도 정신적인 젊음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변형자산의 세 번째 요소는 경험에 대한 개방성이다. 이는 실천적인 행동, 창의적 해결방안의 수용, 과거 습관이나 타성에 대한 문제 제기, 고정관념에 대한 도전 등을 말한다. 경험에 개방적인 사람은 다른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고, 새로운 것 때문에 생기는 불확실성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렇듯 자기 인식을 게을리하지 않고, 새로운 네트워크에 연결되고자 노력하며, 낯선 경험을 환영하는 자세를 가질 때 우리는 변형자산을 축적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당장 예전과는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

  사람들이 장수 시대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정책과 법을 만드는 책임은 정부에게 있지만, 실제로 가장 큰 변화는 개인에게서 나오기 때문에 나이가 몇 살이든, 모든 사람이 지금 당장 예전과는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길어진 삶을 잘 살아가려면 전통적인 일과 삶의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실험정신을 갖고 인생 전반에 걸쳐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장수가 저주가 아닌 선물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자세로 새로운 지식과 사고방식을 받아들이고, 예전과는 다른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변화에 의연하게 대처하고, 옛것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저자들의 이야기에 도전을 받아 100세 인생 웹사이트(www.100yearlife.com)에서 나의 무형자산을 평가해 보았다. 검사 결과가 내 나이대의 평균에 살짝 못 미치는 것으로 나왔기에 앞으로 분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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