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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라 Nov 11. 2023

의도와 욕망 사이

카톡 문화 속에 노출된 인정 욕구와 배제 욕구

카톡으로 접하는 무해한, 그러나 반응 의무감을 유발하는 정보의 홍수에 지쳐가면서 올바른 카톡 에티켓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고민될 때가 많았다. 구글 검색을 해보니 ‘카톡 공해’, ‘카톡 감옥’, 심지어 ‘카톡 공황장애’라는 말까지 등장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메일과 비교할 수 없는 편리함 덕분에 순식간에 온 국민의 소통 채널이 되어버린 카톡이 공해를 뿜어내는 굴뚝이 되기 시작한 것은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하는 것이 쉬워진 후부터였을 것이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좋았다. 드라이한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를 곁들인 메시지는 정성이 느껴져서 감동을 주었다. 마음이 훈훈해진 사람들은 이러한 감동을 자신도 타인과 나누고 싶었다. 위대한 학습의 민족인 우리는 첨부 기능과 복붙 기능을 금방 습득했다. 누군가가 제작한 이미지와 동영상은 카톡을 통해 쉽게 퍼져나갔다. 특히 단체카톡방은 정보 전파의 허브가 되어 코로나-19와는 비교되지 않는 속도로 정보가 전파되었다. 

그렇게 훈훈한 정이 오가던 카톡방, 특히 단체카톡방이 이제는 스트레스의 근원지가 되고 있다. 정보와 지식이 공유되는 이 시대, 더는 자신의 정보력을 자랑할 수 없다는 이 시대에도 소소하게 만나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단톡방은 ‘좋은 의도로’ 정보를 보내는 사람이 넘쳐난다. 자기만 알기 아까워서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의 무의식에는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고 싶은 욕망이 숨겨져 있다. 

젊은 세대는 무비판적 정보 퍼 나르기 대신 자신의 창의성과 예술성을 보여주는 이미지나 동영상을 제작하여 공유하기도 한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참여하는 단톡방에도 퍼 나르기가 유발한 것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퍼온 정보거나 직접 제작한 정보거나 그것을 게시하는 사람의 마음에는 자기를 드러내고 관심을 끌고자 하는 욕구가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퍼 나르기도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선구안과 네트워킹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순수하게 이타적인 동기에서 정보를 나르기 시작했던 사람이라도 인정과 칭찬을 받기 시작하면서 거기에 중독될 수 있다. 내가 올린 정보는 관심과 인정을 낳고, 관심과 인정으로 으쓱해진 나는 더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전달하는 데 혈안이 된다.     

좋은 정보란 어떤 정보일까?

나는 모든 정보 전달이 나쁘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단톡방의 목적에 부합하는 정보, 반드시 모두가 공유해야 하는 정보 외의 다른 정보를 보내는 것은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사람에게 보낸 어떤 정보는 수신자 맞춤 정보가 될 가능성은 크지만 그런 전달방식도 공해가 될 수 있다. 답변할 의무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이제는 ‘좋은’ 정보를 공유하기 전에 한 번만 더 생각해보면 좋겠다. 정말로 모든 참여자에게 필요한 정보인지, 누군가에게는 관심 없는 정보가 아닌지를. 너무 많은 정보가 흘러넘치다 보니 모든 정보를 읽어볼 여력이 없고 그중에서 질 좋은 정보만 골라 보고 싶지만, 그것도 피곤한 일이다. 정보의 질은 대체로 그것을 보낸 사람의 성격과 일치하는 경향이 있어서 누가 보냈는가를 기준으로 정보를 선별하는 방법도 있다.      

정보를 쏟아붓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누군가가 올린 정보를 보기가 싫어서 단톡방을 무단탈퇴하는 사람도 에티켓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최악은 자신도 같은 행위를 하면서 다른 사람이 올리는 것을 못 견디는 사람이다. 최근 그런 사례를 접했다.      

청소년 세계에서 흔한 따돌림

A는 6명이 참여한 단톡방에서 그동안 가장 많은 텍스트와 사진, 동영상을 올렸던 사람이다. 그랬던 그가 아무 말 없이 단톡방을 나갔다. 나는 그의 탈퇴 동기를 99% 짐작했으나 하루 동안 모른 체하고 있었다. 그가 방을 나간 시점은 그가 불편해하는 B가 그날 아침 찍은 무지개 사진을 올린 직후였다. 전날 비가 왔던 터라 새벽 산책을 즐기는 B가 남들이 보지 못한 무지개를 만나 흥분된 마음을 단체방에 전한 것이었다. 

A가 단체방을 나간 후 B에게 메시지가 왔다. A가 나간 이유를 아느냐고. B더러 직접 물어보라고 했더니 자신도 요즘 A와 소원해서 물어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날의 일정을 마치고 저녁에 A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실수로 나간 것이라면 내가 다시 초대하겠다고. 그는 실수로 나간 건 맞지만 사정이 생겨서 다음 모임에는 빠질 것이며 그 후에도 못 나갈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다시 단체방에 들어와서 정식으로 인사하고 나가라고 했더니 그는 B를 제외한 다른 회원들에게 개인 메시지를 보내겠다며 자신을 다시 초대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더 이상의 말은 하지 않고 A에게 언제 한 번 따로 보자고 했다. 우리 모임이 발족하는 데 A의 공이 컸기 때문에 고마움을 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A가 그처럼 B를 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지만 인간관계에서 어떤 순간 혐오감이 밀려오면 그 사람과의 마주침을 최대한 피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단체대화방도 하나의 작은 사회라고 볼 때 그의 행동은 지극히 비사회적이고 무례한 행동이었다. 그는 B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좋은 이미지를 남기고 싶어 개인적으로 연락하겠다는 것일 테지만 사람들은 그의 무단탈퇴 행위 자체가 무례임을 알 것이다.

모임 운영자이며 단체대화방 개설자로서 나는 더 이상의 개입을 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모바일 메신저 안에서 벌어지는 온갖 불쾌한 일들에 대해 해결책은 없는지 늘 생각해오던 터라 이 에피소드를 글로 남기고 싶었다. 글을 쓰기 전에 카톡이라는 키워드로 브런치 글을 검색해보니 수많은 글이 있었는데, 카톡 문화의 문제점에 대한 글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었다. 이런 글들을 접하면서 많은 사람이 카톡의 편리함에 중독된 만큼 그 역기능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의 한 지인이 카톡에서의 무매너는 카톡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인성 문제라고 말했는데 나도 그 말에 공감했다. 완전한 익명성이 보장되는 사이버 공간에서 노출되는 폭력성만큼이나 카톡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교묘한 악행은 추악한 욕망의 일면을 보여준다. 나를 과시하고 싶고 타인을 나의 영향력 아래 두고 싶은 욕망, 나의 욕망 충족에 방해가 되는 누군가를 왕따시키고 싶은 욕망. 

판단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의 단톡방에서는 한 명을 남겨놓고 모두가 의도적으로 탈퇴해버리는 일이 왕왕 있다. 지금은 그런 사이버 왕따 행동도 학교폭력의 범위에 들어가고 처벌의 대상이 되어 피해가 다소 줄었으리라 생각한다.   

사이버폭력은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드러낸다

나는 A의 행동도 일종의 사이버 왕따라고 생각한다. 누구를 데리고 나간 게 아니고 A 자신만 나간 것이기 때문에 특정인을 왕따시킨 게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4명을 영문 모르는 상태로 남겨놓는 것도 교묘한 형태의 왕따라고 본다. 내가 모임의 리더지만 성인인 A를 책망하거나 처벌할 권리는 없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소외되는 사람을 보호하고 마음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본다.    


카톡은 우리에게 세상에 없던 편리함과 즐거움을 선물해주었지만, 자유와 신뢰 관계를 앗아가고 있다. 부디 모두가 카톡을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사용했으면 좋겠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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