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지막을 생각하며

존엄한 노년, 존엄한 죽음

by 이소라

아빠의 말년이 아름답기를 바라는 것은 아빠의 모습 속에 나 자신의 미래가 보이기 때문이다. 「존엄한 죽음」의 저자 최철주는 누군가의 죽음이 존엄할 때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훌륭한 정신적 유산을 남겨주는 것이라고 했다.

삶에서 뿐만 아니라 죽음에서도 존엄함을 지키는 사람들을 우리는 동경한다. 나도 존엄하게 살다가 존엄하게 죽고 싶다. 사람답게 살다 사람답게 죽고 싶다. 최철주의 표현처럼 '죽을 때까지 사는 것이 아니고 살 때까지만 살고 싶다'. 단지 사전 연명의료 거부 의향서를 작성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나는 살아있는 그날까지 나 스스로 밥을 먹고 (남편이 먼저 떠났다면) 혼자서 잠을 잘 수 있기를 바라며 그에 더하여 사회를 위해 약간의 봉사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 삶을 살지 못할 정도가 되면 주저 없이 시설에 들어가 고요하게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싶다.


신경과학자인 올리버 색스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다른 장기들처럼 자동적이고 기계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경험을 이해하고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노력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내가 뇌로 어떤 생각을 하는가에 따라 뇌가 건강하게 작동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는 ‘뇌가 건강하려면 최후의 순간까지 활발하고 경이로워하고 놀고 탐구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한다. 활발하고 경이로워하고 놀고 탐구하고 실천한다니! 그것은 내가 소망해 마지않는 삶의 모습이다.


자기 경험을 이해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삶의 지혜를 얻게 된다. 교육심리학자 에릭슨은 인간 발달의 최종 단계를 '지혜'라고 칭했다. 이 단계는 이전 단계의 발달과업과는 달리 개인의 자발적인 노력에 의해 도달되는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마르셀 프루스트 역시 ‘지혜는 처방되거나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인생길을 여행하는 동안 스스로 발견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지혜는 공부를 많이 한다고 생기는 것도 아니고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생기는 것도 아니다.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겸손한 마음으로 모든 경험으로부터 배우고자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남은 시간 내게 다가오는 새로운 경험들 -그것이 병이든 상실이든- 을 두려워하지 않고 부딪쳐보며 그 속에서 나만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지혜를 얻는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데 뇌까지 건강해진다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노년의 시간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는 노년을 병이나 사고에 대한 두려움으로 위축되어 살고 싶지는 않다. 노년기에도 계속해서 정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살고 싶다. 죽을 때까지 배움의 기쁨을 계속 누리고 새로운 만남에 가슴 설레는 삶을 살고 싶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만나고 싶어 하는 노인이 되고 싶다. 그들이 원한다면 내가 깨달은 지혜를 나누어주고 나도 기꺼이 그들에게 배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설혹 건강하게 장수하는 행운이 내게 찾아오지 않는다 해도, 평생 받은 사랑과 은혜를 잊지 않고 감사하며 마지막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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