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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마음, 단단한 내면 Q.내면을 단단히 하려면

Q.내면을 단단히 하려면??


오랫동안 나는 휘둘리면서 살아왔다. 그 휘둘림이란 보이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남들의 시선, 사회의 평가, 부모님의 기대, 주변 사람들의 인정 등 말이다. 휘둘림으로 인해 매일 보이지 않게 좌절하고, 스스로 무가치하다고 여겼다. 내가 이룬 결과나 성취물이 보이지 않고, 부족하다고만 생각했다. 내가 가꾼 밭은 내팽개쳐버리고 다른 사람들의 밭을 기웃거리는 형편이라고나 할까.



열 권의 책을 썼다. 내가 쓴 책들은 베스트셀러가 되거나 2쇄를 넘어선 경우가 거의 없다. (예외적으로 첫 책만 3쇄를 찍었고, 개정판까지 나오게 되었다. 초심자의 행운 같은 걸까…)


매년 한 권씩 책을 낼 정도로 부지런하게 글쓰기를 했지만 내 안에는 부족이라는 감정이 컸다. ‘나는 완성도가 없다’, ‘나는 운이 없다’, ‘나는 소질이 없다’ 와 같은 생각에 사로잡혔다. 한 권의 책도 출간하지 못한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열 권을 출판하고서도 부끄러웠다. 팔리지 않는 책, 초라한 책, 별로 호응없는 책을 써 내는 내가 싫었다. 깊이가 없고 재능이 없다고 여겼다. 자신감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계속 또 책을 쓰려고 했다.


사실 얼마 전에는 50여군데의 출판사에 투고하고도 좋은 답변을 얻지 못해서 괴로워한 적이 있다. <타로카드 명상 글쓰기>라는 주제의 책인데, 대부분은 연락이 없었고 그나마 연락왔던 곳들도 ‘출판사의 방향과 맞지 않습니다’는 정중한 거절의 표현이었다.


어떤 신인, 초보 작가는 첫 책을 내는 출판사도 어마어마한 곳이던데, 메이저급 출판사던데, 첫 책이 금새 2쇄나 3쇄가 팔릴 정도로 잘 나가던데….나는 왜이렇게 책을 출판하는 일이 힘들기만 할까 생각하면서 능력없음에 괴로워했다. 잠을 못 이루기도 하고, 머릿속에는 sns에서 조금 더 잘 나가는 작가들에게 질투심을 느끼기도 했다. 아주 유명하거나 대단한 작가가 아니라 나와 비슷한(?) 레벨의 고만고만한 작가들에게 샘냈다. 내가 갖지 못한 무엇을 그들이 갖고 있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주인공 나희도는 국가대표 펜싱 선수다. 국가대표 평가전 나가기 전날 백이진에게 이렇게 말한 대사가 기억난다.


“솔직하게 내가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1등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근데 나는 1등을 꿈꿔. 꿈이 실패해도 나는 아프지 않거든”


강력하고 굳센 마음을 가진 나희도의 대사는 울림을 주었다. 어떻게 저렇게 단단한 내면을 가질 수 있을까. 실패해도 아프지 않다는 말. 나이는 어리지만 무수히 많은 시합에서 지기도 하고, 패배하기도 하면서 쌓인 나희도만의 연륜이 아니었을까. 실패를 통해 얻은 깨달음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오늘 질문을 생각하면서 뽑은 타로카드를 보며 희망이 느껴졌다. 나이들고 성숙한 ‘샤먼 지팡이’ 카드는 스스로의 직관을 믿고, 남에게 도움을 주는 모습이다. 마더피스타로의 ‘샤먼 지팡이’는 연륜과 힘이 느껴진다. 단단한 마음을 갖기 위해서는 연륜이 필요하고, 내 안의 직관의 힘을 믿어야하는가보다. ‘샤먼 지팡이’ 그림에서 손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기꺼이 손을 내밀겠다는 뜻일 수도 있고, 기꺼이 도움을 주고 싶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내가 단단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좀더 나를 믿으며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품어야 할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남들의 기준이 아닌 나의 기준으로 살아가고 싶다. 뿌리 깊은 나무가 되어 흔들리지 않고, 심지가 굳은 사람이 되어 폭풍우가 치고 비바람이 불어도 제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열 권을 써도 반응이 없었다면, 열 한 권을 쓰면 되고, 스무 권을 쓰면 될 것이다. 내 갈 길을 가다 보면 어느 순간 단단한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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