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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일 다시 해도 될까요?

40대 여성의 타로카드 진로상담  

"보험회사에서 다시 일해도 될까요?"


"오랫동안 손을 놓고 있던 일입니다. 그런데 예전에 같이 일했던 동료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보험회사에서 교육과 관리 파트를 다시 맡아달라고요. 일을 놓은지 오래되었는데 과거에는 실적도 좋고, 일도 재밌었거든요. 삼십대 때 했던 일이긴 하지만 다시 시작해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런데 마음 한 켠에서 내키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진짜 다시 일을 해도 좋을까요?"


자신이 고민하고 있는 것을 꺼내놓기까지 몇 번이나 주저하는 모습이었다. 뭔가 내키지 않는 일이라는 듯이. 보통 예전에 자신이 하던 일을 다시 시작한다고 할 때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일의 패턴이나 생리를 잘 알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월하게 일로서 재진입이 가능하다. 그런데 상담을 받으러 온 K씨는 왜 머뭇대는 모습이었을까.


"우선 K님의 마음을 알아볼까요?" 라는 질문을 건네고 뽑아든 두 장의 카드. 지팡이5번과 지팡이 7번 카드가 나왔다. 지팡이5번은 '씨름하다' '몸부림치다'는 뜻이 있다. 그리고 갈등과 번민, 대립상황 등을 뜻한다. 뭔가에 맞서는 모습 같다. 화산이 활활 불타오르며, 열기가 가득하다. 어떤 것으로 딱히 결정되지 않는 모습이고 갈등에 휘말린 상황처럼 보인다.



지팡이 7번은 또 어떤가. 자신의 상황이나 입장을 내세우고 설명하기 위해 굉장한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 리더의 모습이 보인다. 집단의 도전을 받는 상황이란 뜻이다. 맹렬하게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랄까.


질문을 던졌다.


"혹시 이번 제안에서 마음내키지 않는 부분이 있으세요?" 라고 했더니, 그렇다고 한다. 예전에는 신이 나서 했던 일이지만 왠지 다시 보험회사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 영업 파트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영업 코드를 따고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실적의 부담이 있을 수 있다. 팀 교육과 시스템 구축 등에 관한 일이지만 예전의 상황은 조금 달라졌을 수도 있다. 아뭏튼 K님은 보험회사로 다시 재입사 하는 것은 원치 않는 마음이 드러났다.


그런데 꼭 타로카드로 살펴보지 않아도 말과 눈빛과 태도 등으로 드러난다. 하고 싶은 일과 하고 싶지 않은 일에 대한 모습은 다르다. 과연 K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뭘까. 내면에서 끌리는 일은 무엇일까.  


"사실 저는 글도 못 쓰고, 공부도 많이 하지 못했지만, 제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어릴 때부터 지금껏 항상 투쟁하듯이 살았고, 시련이 많았어요. 가족 중에 암 투병하여 일찍 세상 떠난 사람들, 저 역시 만만치 않은 20대를 보냈거든요. 평범하지는 않아요. 그 과정을 어떻게든 쓰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겠어요. 다행히 부동산 투자로 어느 정도 여유자금이 있어서 이것으로 일년은 쉬면서 하고 싶은 일 탐색하고 싶은데 진짜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거든요."


바로 '글을 쓰고 싶다' 는 꿈을 이야기할 때 눈빛은 반짝였고, 자신이 하고 싶은 소망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글을 쓰겠다는 마음에 대해서는 어떤 카드가 나오는지 살펴볼까요?


2장의 카드는 검4번과 11번 힘 카드다. 고립된 공간에서 자신에게 몰두하고 있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 그리고 또 다른 카드 11번 힘카드는 세상의 만물이 연결되어 있고, 모든 에너지가 조화롭게 사용되는 평화로운 모습의 카드다. 정말 신기할 정도다.


보험회사 일을 생각하면 투쟁적으로 얻어내야 하는 갈등의 카드 VS 글을 쓰겠다고 생각했더니 조화롭고 편안한 카드가 나왔다. 그렇다면 답은 정해진 것 아닐까. 타로카드 몇 장 뽑은 것으로 인생을 결정내리는 것은 너무 무모한 일 아니냐고 물을 수 있다. 그렇지만 사람의 몸에는 기운이 있다. 그리고 타로카드를 뽑는 것에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기운'에 따라서 눈빛과 목소리가 달라진다. 갑자기 생기가 넘치는 얼굴빛도 보인다.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면서 글을 쓰면 어떻게 될까 생각을 하면서 카드를 뽑아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컵샤먼, 원반6번, 검여사제카드가 나왔다. 컵샤먼은 장기적은 목표에 집중하면서 자신의 일을 완수하려는 전문가의 모습이다. 자신의 비전을 위해서 열심히 가마솥에 재료를 끓이는 걸까.


또 다른 원반6번은 치유의 카드다. 자신의 몸을 돌보고 치유하라는 메시지. 아마도 글을 쓰면 스스로 돌보고, 내면을 성찰하는 셀프힐링의 시간이 될 것이다. 검 여사제는 목적과 방향이 뚜렷한 상태이며, 성숙한 삶을 추구해나가는 깨달은 자의 모습이다. 지혜롭고 명철한 상태랄까.


글을 쓰겠다는 마음으로 뽑은 세 장의 카드는 정말 신기하게도 K의 소망이나 신념과 닿아 있었다. 스스로를 치유하고, 다른 사람을 돌보고, 장기적인 목적을 완수해나가는 것. 이제 선택은 K의 손에 달려 있다. 선택하든 하지 않든 그것은 본인의 몫이다. 어느 길을 선택하든지간에 방법은 떠오를 것이며, 삶은 이어질 것이다. 보험회사 일을 다시 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고, 조금 쉬면서 글을 쓸 수도 있겠다. 어떤 길을 택하든 자기만의 답을 스스로 찾아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멀리서 찾아온 상담자에게 타로상담을 마친 후 그림책 한 권을 읽어드렸다. <노를 든 신부> 라는 책이다. 배를 항해하기 위해 젓는 '노'를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고, 새롭게 자신의 길을 개척한 주인공의 이야기는 울림이 크다. 그리고 세상의 시각이 아니라 자기만의 길로 살아갈 때 행복하게 성공할 수 있다는 것도 알려준다.


타로상담과 그림책. 둘의 메시지는 묘하게 오버랩되면서 내담자에게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20대만 진로고민을 하는 것이 아니다. 서른이 넘어서, 마흔, 오십이 되어도 우리는 흔들린다. 일을 통해서 사회적 성취를 하고 싶어하며, 자기답게 살아갈 수 있는 직업을 찾고 싶어한다. 꼭 수입이 있는 일이 아니어도 즐겁게 배울 수 있는 일을 통해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나간다면 '잘 살았다'고 여겨지는 삶이다.


타로카드를 통해 진로상담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편안하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만의 진로 고민이 있고, 어떤 길을 선택할까에 대한 번민이 있다. 상담을 할 때 A와 B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상담자로서도 고민된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담자가 끌림을 느끼는 일이 분명 있다. 그리고 희한하게도 그 분야에 대해서는 타로카드의 답 역시 밝고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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