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전 후 두 시간 당인리
전국 대정전’이란, 행정용어로는 ‘전계통 정전’, 조금 쉽게 설명하자면 대한민국 전역에 전기 공급이 끊기는 상황을 말한다. 만약 이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전기가 다시 공급되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 이 책은 그런 극한상황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국난 극복이 취미생활'이라는 대한민국답게 이 책에도 전국 대정전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맞서 이 세상을 복구해가는 시민들과 관료들이 등장한다. 블랙아웃을 상징하는 검은색 바탕에 형광 연두색의 거대한 송전탑과 '대정전 후 두 시간'이라는 글자가 박힌 표지부터 무척 인상적이다.
내가 알기로 저자는 오래전부터 에너지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다양한 자료를 모으며 이 책을 구상해온 것으로 안다. 초고부터 시작해 여러 버전의 원고를 보내오기 시작한지도 어느새 1년이 넘었다. 그만큼 오래 고민하고 공들인 책이다.
정전은 단순히 냉장고에 둔 음식이 상하고 엘리베이터를 못 타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고 사회를 무너뜨릴 수 있는 심각한 재난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미처 생각지 못했던 정전이 가져오는 엄청난 피해를 알게 되면서 공포심마저 느껴졌다.
문득 이 내용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 어디선가 닥쳐올지 모르는 전력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성찰을 하게 만드는 묵직하지만 흥미로운 책. 전기 관련 용어가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자세한 내용을 몰라도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는 충분하다.
환경, 에너지 문제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특히 이 나라의 전력, 에너지 시스템을 담당하는 관료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
<출판사 리뷰>
『당인리: 대정전 후 두 시간』은 대한민국에서 발생 가능한 여러 가지 재난 중 가장 절망적인 상황을 예견하고 쓴 작품이다. 국가별로 전기를 송전 또는 공급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 유럽이나, 전기 생산과 공급의 지자체별 자급이 가능한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중앙 집중형 시스템이기 때문에, 한국전력공사 본사가 있는 나주에 지진 등의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대한민국 전체 전기가 꺼지는 재앙이 벌어진다. 작가는 이러한 재난 상황 속에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대한민국 행정 시스템의 무기력함과, 언제나 그랬듯이 이를 극복하려는 시민 개개인의 노력을 적나라하게 또는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마치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과 연대가 그러하듯이, 이 소설에서도 분노와 위로가 동시에 그려질 수밖에 없는 현실은 여전히 안타깝다.
추천평
무르익은 작품이다. 『당인리』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가를 세밀하면서도 광대하게 펼쳐 보인 명편이다. 상징이나 비유, 자의식이나 촌평이 아니라, 거기, 우리가 사는 세상의 총체가 담겼다.
우석훈이 『당인리』에 다지고 다져 넣은 지식과 정보는 도서관 수장고나 전문가의 학구열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먼저 발견하고 상상한 자의 두려움에 차라리 가깝다. 2011년의 공포를 잊지 않고 간직했다가, 2020년 이 나라의 법과 제도와 기술과 시스템 속에서 되새김질하며 묻는다. 블랙아웃, 대재앙의 날이 오면 당신은 무엇을 하겠느냐고.
『당인리』의 인물들은 철저하게 지금 여기의 조건 속에서 움직인다. 위선과 위악, 용기와 비겁, 성취와 패퇴의 균형은 몇몇 영웅과 악인의 모험담으로 이 소설을 추락시키지 않겠다는 우석훈의 날 선 의지이기도 하다. 가장 짙은 어둠 뒤에 새벽이 오듯, 『당인리』는 우석훈이 우리에게 던진 그믐 같은 이야기다. 희망의 불꽃을 피어 올리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다.
- 김탁환 (소설가, 『불멸의 이순신』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