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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리나 May 19. 2024

16세 소녀의 명랑쾌활 분투기

<오늘도 조이풀하게!>를 읽고

나는 박산호 작가가 쓰는 일상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냥 스치고 지나갈 법한 소소한 이야기도 그녀가 스토리를 입혀 들려주면 때로는 웃음으로 때로는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10년 가까운 세월동안 그녀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릴리는 내 조카 같고 해피는 옆집 강아지 같은 감정이입에 빠질 때가 많다.(물론 나는 그들을 한 번도 직접 본적은 없다.) 심지어 어느날 해피와 꼭 닮은 시바견을 보았는데 “어머나 해피야!” 하고 아는 체를 할 뻔했다.^^;;


<오늘도 조이풀하게!>는 박산호 작가의 두 번째 소설이다. 페이스북에서 소개하자마자 바로 구입을 해놓고 ‘사인을 받아야지’ 했다가 어디 뒀는지 기억을 못해서 만나러 가는 길에 다시 1권을 구입하는 착한 독자(?) 노릇을 했다. 어쩌다보니 구입 후 거의 한 달이 지나 책을 읽게 됐는데 손에 들자마자 내려놓지를 못하고 순식간에 다 읽어 내려갔다. 책을 덮고 나서 ‘박산호 작가는 이제 진짜 이야기꾼이 되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조앤 바우어의 성장소설을 떠올렸다. 아니 16부작 미니시리즈 한 편을 본 것 같기도 했다. 그만큼 읽기 편하고 대중적이라는 뜻이다.(물론 이건 칭찬이다). 


이 책은 미혼모인 엄마와 함께 엄마의 고향으로 이사 간 여고생 ‘조이’가 겪는 이야기를 그려낸다. 아빠의 존재를 모르는 조이가 만난 흑인혼혈 소년 ‘김별'을 중심으로 둘을 둘러싼 주변인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서로를 끔찍하게 위하면서도 때로는 상처를 주는 조이와 엄마, 그리고 늘 상처받으며 살아온 ‘김별'과 그를 돌보는 삼촌들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우리 사회에서 소외받고 외면당하는 이들의 아픔을 보여주면서 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줄 것을 호소한다. 드러내놓고 말하진 않지만 독자들은 작가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조이와 그녀의 엄마 한정연은 일정 부분 박산호 작가와 딸 릴리의 캐릭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번역가 직업을 지닌 엄마, 씩씩하고 경쾌한 성품의 딸, 토닥토닥 모녀간에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이 박산호 작가의 일상 포스팅을 닮아 있다. 더 이상 상세한 내용을 쓰면 스포일러가 되므로 독자들의 선입견 없는 독서를 위해 여기서 멈춘다.


나는 클래식을 많이 읽고 자랐지만 30대 이후로는 순문학보다 좀 더 대중적인 이야기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래서 <열두 살 192센티> <위풍당당 질리 홉킨스> <만득이> 류의 성장소설을 즐겨 읽었다. 그런 의미에서 <인생은 조이풀하게>를 읽으며 즐거웠고 이 이야기의 후속편을 이어나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 성장소설 작가 박산호의 탄생을 예감한다. 


#박산호 #오늘도조이풀하게 #청소년성장소설

<오늘도 조이풀하게!> (박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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