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o'clock 수고, 땀, 그리고 흔적

25.11.19

by 글날 스케치MOON

새벽 알바를 시작한지 11개월차.

벌써 세번의 계절이 지나 네번째 계절을 맞이하고 있다.

작업용 장갑을 바꾼것도 오늘로 벌써 네번째이다.

처음 일을 시작했던 추운 혹한기에 첫 장갑, 그리고 두꺼운 장갑이 부담스러워 지던 봄에 새로운 장갑으로 교체, 무더운 여름 손바닥의 땀이 흥건해지면서 또 한번 교체, 그리고 지금 겨울의 문턱에서 다시 한번...


새벽에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 작업용 장갑을 새로운 것으로 교체했다.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던 7월경 소재가 얇은 하절기용 장갑으로 교체했었는데,

대략 4개월의 쓰임에 충실하던 장갑이 지난 노동의 흔적을 온 몸에 남기며 작별을 고하고 있었다.

고무코팅은 여러군데 벗겨져가고, 손목의 올도 상당히 뜯겨서 헤져갔다.

오른손 엄지/검지 손가락은 스마트폰 터치의 용이함을 위해 1cm정도 절개해서 썼는데,

터치는 빠르게 되서 간편했지만 손가락의 드러나는 부분은 굳은살이 생겼다.

박스를 들면서 박스 하부를 지지하다 보니 힘이 많이 실리는 손바닥의 고무 코팅도 상당히 긁히고 갈라졌다.

이 모든 흔적이 내 땀의 흔적이자 내 노고를 통한 다른이의 편안한 일상이 되었고,

그들의 일상은 또 다른 노동의 순간을 창출하여 일자리를 나누어 주는 것이었으리라.

쓰임을 다한 장갑에 내 시선이 잠시 머물렀다.

그냥 버리려다가 고생한 내 장갑의 사진을 한장 남겨주면서 내 기억속에도 함께 저장해둔다.

다 떨어진 장갑으로부터 내가 그동안 들었던 수천개의 박스 무게가 느껴졌다.

엄지와 검지 손가락에 생긴 굳은살은 살갗이 두꺼워졌는지 요즘은 통증도 무뎌지며 큰 불편이 사라졌다.

굳은살도 이렇게 기특할 때가 다 있으니 우리 인생의 굳은살은 더 기특하지 않을까.


나의 부모님께서는 조금 더 커진 목소리로 요즘 들어 잔소리를 하신다.

혹여 딸의 수면시간이 부족할까, 허리나 무릎에 통증이 생길지는 않을까, 공부해야 하는 고1 손주마저 배송을 하고 있으니 귀한 녀석의 안위마저 노심초사 걱정하신다.

나는 고1 아들과 함께 새벽배송의 고단함이 우리 가족에게 더 단단한 굳은살을 만들어 주었다고 믿는다.

아들은 최근 시험 때문에 매일 배송을 하지는 않으나 본인의 용돈이 떨어지면

"엄마 나 내일 배송갈꺼니깐 새벽에 깨워줘"

하며 먼저 제안을 한다.

스스로 자립하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니 살아있는 배움이라 생각한다.


고단하게 애쓴 장갑에게 이별을 고한다.

애쓰느라고 수고했다.

그 동안 내 손을 잘 지켜줘서 정말, 정말로 고마웠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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