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3월 5딜
거대한 한라산을 뒤로하고 한라산 지키미들의 하산 안내에 밀려 산을 내려갑니다.
정상에서 충분히 보려고 아껴둔 풍경인데 눈에 담을시간이 부족해서 자꾸만 걸음이 멈춥니다,
사진이라도 더 찍어볼가 하는데 어째 표정이 점점 더 어둡고 침울합니다.
아무리 눈씻고 찾아봐도 백록담 꼭대기에서 마지막 봤던 저의 가족들이 전혀 보이질 않아요.
모두들 가족단위인데 왜 저만 혼자일까요?
백록담부터 한시간을 혼자서 내려오다가 갑자기 화가 나기 시작합니다.
제 뒤에서 오시던 공원순찰 지키미께서 걸음을 서둘러야 한다는 말씀에 더 울컥했어요 삼각봉대피소를 거의 다와서 절룩거리는 아들을 만났습니다
발목을 삐끗한것 같은데 안그래도 한라산 오기전에 염좌가 생겨 발목이 신경쓰였던 탓에 애꿎은 아들에게 더 화가 오르더라구요...
아들을 보자마자 눈을 흘겼어요
발은 점점 더 아파오고, 한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삼각봉은 도착하지 못했답니다.
무거워진 마음을 안고 간신히 도착한 삼각봉에는 이미 남편이 먼저 와있었습니다.
그를 보자마자 저도 모르게 화를내고 소리를 쳤어요.
어떻게 백록담에 나 혼자 남겨두고 둘이서만 그렇게 가버리느냐고…
힘겹게 내려온 이곳 삼각봉 대피소이지만 여기에서도 저는 결국 이곳에서도 쉬지 못하고 계속 하산을 해야만 했어요.
원래 한라산이 이렇게 시간에 쫒기는 곳이긴 합니다.
갑작스러운 남편의 생리 현상으로 백록담에서 삼각봉까지 한걸음에 내려올수밖에 없었다며 저의 이해를 구했지만 이미 1시간반동안 상한 저의 마음이 쉬 가라앉질 않았어요.
싸늘하게 식어버린 저를 달래러 아들과 남편이 빨리 쫓아오지만, 저는 축지법을 쓰는마냥 손살같이 내려가버렸어요.
거의 뛰어가다시피 내려가는 저를 쫓아오던 남편과 아들은 속도를 썰매를 타면서 내려오기 시작합니다.
어쩐지 엄청 재미있게 느껴지고, 아들의 웃음이 한라산 골짜기마다 깊숙하게 들어갑니다.
제 맘도 모르고 둘이서는 몹시 신났는지 야속합니다.
탐라계곡까지 혼자 내려오니 한라산 지키미도 만나고 남편과 아들도 다시 만났습니다.
결국 저는 대차게 눈물을 쏟아내고서 저 아이들처럼 가족이 나란히 내려갑니다.
입구까지 약 30분정도 남으니 아침까지 꽝꽝 얼어있던 땅은 많이 녹았어요.
다시 만난 딱따구리는 오늘도 새집짓기에 여념이 없어보여요
아마도 봄맞이 집장만 인가봅니다.
마음을 좀 풀고나니 도토리 씨앗의 새싹도 보이네요.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고군부투하며 내려온 한라산
오늘은 더더욱 잊지못할 한라산 여행길이 되었습니다.
한라산 인증서는 받고가야겠죠?
드디어 한라산 등반을 인증합니다.
오늘 아주 긴 하루였으니 이제는 밥먹으러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