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백록담에서 가장 맛있는 것은?

26년 3월 4일

by 글날 스케치MOON

숨이 턱턱 막힐만큼 힘들게 도착한 삼각봉입니다.

11시 20분에 간신히 도착한 삼각봉은 채 쉬지도 못하고 바로 올라갑니다

통과문이 굵은 사슬로 잠겨버리면 못올라가거든요...

삼각봉부터 정상까지는 화장실이 없어서 삼각봉 이후로 4시간은 화장실 못갈것을 각오해야 해서 후다닥 화장실만 이용한 후 통과게이트를 뛰어지나가요.

한라산은 구역마다 통제시간이 있는데 지난번에 왔을때보다 산행이 더디게 되는건 왜그런건지...

정상 백록담의 하산시간인 1시30분이라 그전까지 가야하니 부지런히 올라가봅니다.

거친 눈길과 매서운 바람이 점점 걸음을 붙잡기만 해요

지도를 살펴보니 삼각봉까지 가파르게 올라오던 빨간선에서 한단계 낮은 노란색 길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노란색길도 제게는 거짓말같았답니다.

걸음은 계속 더 더뎌지고 느려지고 있었거든요.

끝내 아들은 제 가방을 들어주며 저를 심페소생 해줍니다.

급속히 지쳐가는 체력때문에 무거운 발걸음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가족들의 도움을 받으며 다시 한걸음 두걸음 올라가봐요.

점점 더 거칠어지는 호흡은 가방 속 작은 생수와 한끼식사까지도 무거운 추가 되는 순간들이 연속이더랍니다.


관음사길 막바지는 계단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어요. 오르고 올라도 계속 계단뿐 백록담이 도망가는것처럼 느껴지는건 왜그런지요...


오늘 제주의 날씨는 아주 성공적이었습니다. 청명한 하늘덕분에 제주 바다 너머 수평선이 다 보여요.

골짜기마다 녹지않은 눈을 보며 다시 힘을 냅니다.

귀한 아들의 간식도 함깨 나눠먹으면서요

어느덧 저렇게 큰 아들이 정말 대견해지는군요


정상이 약 10분정도 남았는데 오른쪽 측면에서 갑자기 익숙한 지형이 나타납니다.혹시 백록담일까요?

계단이 아직 안끝났으니 더 올라가봅니다


맑은 하늘과 탁트인 시야가 발목을 한번 더 붙잡지만 하산시간이 있으므로 걸음을 재촉합니다.

저도 저지만, 산행 초보자분들은 겨울철 관음사코스 산행을 부디 한번 더 신중하게 고려해주세요~

아들이 뒤떨어져 있는 저를 우직하게 기다리고 있어서 미안한 마음에 뛰고 싶지만 잘 안되네요

진짜로 마지막 계단을 오릅니다.

오늘 계단만 2만개 오른것 같은데 이젠 정말 마지막이에요

드디어 산에오른지 4시간 30분만에 백록담에 도착.


아직은 눈이 곳곳에 남아있는 백록담을 만나니 정말 반가웠어요.

저는 2년만에 다시 만나는 백록담이었습니다.

정상답게 세차게 부는 바람이 거칠고 따갑고 몹시 아프지만 이곳까지 올라오는 과정이 힘겨웠던만큼 마음만은 매우 뿌듯합니다.

거대한 분화구가 그 위엄을 당당하게 보여주네요

8시10분에 출발하여 4시간 25분만에 관음사코스 등반을 완료했습니다.

나부끼는 머리카락이 백록담으로 빨려 들어갈 듯 정상은 강한 바람으로 외부인들을 방어하려나 봅니다

백록담 비석앞으로 빼곡하게 줄지어 있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저희는 일단 허기부터 달래봐요

많은 인파로 좌석잡기도 만만치 않지만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잘 잡아 앉았어요.

한라산 정상의 점심으로 즉석라면밥을 준비했어요 비록 김포공항검색대에서 발열팩을 뺏겼지만 제주 로컬마트에서 살수 있더라구요

코박고 흡입하는 아들, 정신없이 허기를 채우는 남편, 한개로는 부족해서 한봉 더개봉합니다.

저도 라면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들어가는지 알수없을만큼 꿀같은 점심을 먹습니다.

평소에는 라면 거들떠도 안보는 저인데 오늘 먹는 라면은 정말 인생의 맛이군요

두번째 밥을 개봉한 아들은 다시 코를 박고 냄새먼저 먹네요

이렇게 맛있게 먹는 모습을 한라산 정상에서 보여준 아들에게 정말 고맙습니다.

우리 세사람 이곳까지 올라오느라고 고생많았어요


백록담 비석앞까지 못가니 근처에서라도 찰칵 찰칵 찰칵 사진에 답습니다.

하산 안내방송이 백록담을 가득 채우는지라 등떠밀리듯 이제는 하산할 시간.

어 그런데, 이제막 백록담에서 나오는데 방금 전 앞서있던 아들과 남편이 보이질 않아요.

아니 이게 무슨일이죠?

못다한 이야기는 다음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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