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도둑 석박지

26년3월31일

by 글날 스케치MOON

냉동실안에는 겨울김장때 만들어둔 양념이 넉넉합니다.

양념안에 잘 삭은 덩어리 멸치젓을 함께 넣었더니 김치양념맛에서 깊은 맛이 납니다.

겨울 제철에 수확한 무 2개를 사서 큼직하게 무를 툭툭 썰고 양념을 슥슥 버무려 석박지를 담굽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에 석박지 반통을 그러니깐 무 1개를 가족들이 다 먹었답니다.

모두가 정말 맛있게 잘 먹는 모습에 무 2개를 또 사서 살짝 절여둡니다.

양념을 넣고는 뒤적뒤적 석박지를 새로 담구고는 저녁 식탁에 올렸는데 이번에도 가족들에겐 밥도둑이 되었습니다.

3일만에 다 먹은 석박지의 빈 통이 무색하여 무를 다시 샀습니다

마지막 남은 양념을 모두 탈탈털어 후다닥 또 석박지를 담궜습니다.

김치통 1개와 작은 반찬통 1개가 나왔으니 이번에도 금방 먹었겠지요?


매일의 식탁위에 저의 손길이 담긴 석박지가 올라옵니다.

휘휘 대충 젓는것처럼 보일수도 있지만 제 손에는 먹는 이들을 향한 마음이 오롯히 담겨있습니다.

가족들 입안에서 아작거리는 무의 소리는 마치 식탁이 만드는 멜로디처럼 들립니다.

남편과 함께 마시는 막걸리 안주에는 석박지만한것도 없지요.

석박지가 맛있어서 막걸리를 사오기도 합니다.

우리가족 식탁에 올라와 준 석박지는 오늘도 식탁 위에 가족들을 모아주고, 그 안에 대화도 채워준,

저의 보석같은 반찬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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