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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는 집, 넝쿨 2020

오래 된 작업의 아카이브_ 어질고 따뜻한 마음

by 조용한 언니

넝쿨도서관은 3층 집의 꼭대기, 3층에 위치했지만 일층 대문에서 계단을 올라 3층으로 가기보다 길게 돌아가는 길을 더 좋아했다. 3층의 입구로 가는 길에서 만나는 봄부터 여름, 초가을의 초록은 아무리 보아도 물리지 않았다.


2020년, 넝쿨도서관은 행정적으로는 문을 닫았다.

이젠 이곳엔 재개발 아파트 입주권을 위해 전 재산을 그러모아 이사 온 이가 살고 있다. 3층 집이던 이곳은 일요일은 교회가 되고 평일과 토요일엔 열여덟 해 동안 넝쿨 어린이 작은 도서관이었다. 2020년 5월, 목사님이 교회이자 자택이던 이 집을 팔고 나간 후에도 10월까지 새 주인에게 월세를 대신 내어주었다.

담쟁이 넝쿨로 온통 덮인 이 낡은 3층집은 목사님이 들어오기 전에는 당집이었는데, 사택 겸 교회를 찾아 이곳까지 왔던 목사님에게 이 집터의 센 기운을 감당할 이는 당신이라며 집을 팔았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관장님에게 들었다.


이 소박하고 정다운 곳에 깃든 어질고 따뜻한 마음들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이곳과 인연을 맺고 지낸 4년 간 넘치게 환대 받았다.


(그림으로는 수풀 사이의 단층집으로 보이겠지만 사실은 3층집의 3층이다. 산의 비탈진 경계를 깎아지어져 아래에서 보면 번듯한 3층 집이고 뒤편으로 올라오면 3층이 1층으로 보인다. 철산동에는 이런 집들이 유난히 많다.)


RGB--숨어있는 집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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