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로까 Aug 04. 2016

내 사랑 코코넛

열대과일 코코넛에 맛들인 이야기

저녁 6시쯤이면 데이빗이랑 운동하러 바닷가에 나간다. 1시간 정도 해안도로를 산책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엔 2헤알을 내고 코코넛 워터 300ml로 목을 축인다. 아무리 작은 컵에 사먹든 코코넛을 열어 속살을 파먹는 건 공짜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과육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난 코코넛의 참 맛을 모르고 있었다. 양념에 코코넛 오일을 넣어 요리했다는 태국 음식도 느끼한 맛만 진하게 느껴졌고, 놀이공원에서 빨대를 꽂아 마셨던 코코넛 워터도 그저 밍밍하기만 했다.

   

브라질 친구 에미와 모잠비크에서 지내던 시절, 하루는 에미가 시장에서 코코넛을 발견하고는 엄청 기뻐하며 갈색의 코코넛 하나를 사왔다. 칼이며 돌이며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딱딱한 코코넛 열매를 반으로 가르고는 안에 남아있는 물을 들이켰다. 그리고 하얀 속살을 먹기 좋게 잘라 나에게도 맛 보여 주었다. 코코넛 속살이 어떻게 생긴 열매인지 들여다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잘 정제된 각설탕 같은 생김새에 그만한 단맛과 상큼함을 기대하며 한입 베어 물었다. 하지만 너무 기대한 탓 일까?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물기 없는 퍽퍽함만 남겨주었다. 이런 나와 달리 에미는 그 건조한 하얀 덩어리들을 너무나도 맛있게 다 먹었다.


그리고 몇 달 후, 우리는 친구들을 만나러 모잠비크 북부 잠베지아에 있는 마쿠제라는 동네로 놀러 갔다. 시내에서 차를 타고 마을로 들어가는 길 양 옆으로는 어마어마한 너비의 땅에 엄청난 수의 코코넛 나무가 세워져 있었다. (이 중 대다수는 불에 타거나 죽어가고 있었다. 외국 기업들의 철수로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아서 일 것 이다.) 그날 나는 처음 보는 코코넛 나무를 한참 동안 올려다 본 기억이 난다. (코코넛 나무가 다 자라면 30m까지 올라간다고 하니 수백만 그루의 코코넛 나무 농장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마쿠제 친구들은 멀리서 온 우리들을 위해 냉장고에 보관해 두었던 코코넛을 꺼내주었다. 이미 수 차례 코코넛을 열어본 경험이 있는지 칼로 딱딱한 코코넛을 여는 기술이 능숙했다. 거기에 코코넛 워터 맛을 살리는 기술까지 있었던 걸까. 그 동안 미지근한 물맛으로만 알고 있던 코코넛 워터가 이렇게 달고 시원할 줄이야!! 이 뿐만이 아니다. 코코넛 한 개로 4명이 나눠 마실 정도로 코코넛 워터도 꽉 들어차 있었고, 하얀 과육도 싱그러운 맛을 선사했다.


이때였나 보다. 내가 코코넛을 좋아하게 된 것이. 그리고 코코넛 워터가 소화에 좋다는 소리를 또 어디서 주워들어서는 내 몸과도 맞는 식품이라는 생각에 더 찾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곳 브라질 비토리아에는 코코넛 워터 장수가 수도 없이 많다. 바닷가에 나가면 10m도 안 되는 거리에 코코넛 장수 3-4명이 줄을 서서 손님을 맞이한다.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가격도많이 내렸다. 1리터에 9헤알에서 7헤알로 떨어지더니 지난주엔 5헤알까지 내려 파는 사람도 나타났다. (브라질에서 파는 코코넛은 녹색의 미끈한 타원형이 대부분이다.)


코코넛 워터와 코코넛 오일의 효능이 많이 알려진 탓일까 이제는 한국에서도 큰 마트에서 제법 쉽게 코코넛을 찾아볼수 있다. 하지만 언제 수입된 것인지 알 수 없으니 그 맛도 장담할 수 없다. (난 코코넛 과육이 많이 익어서 딱딱한 것 보다 싱싱해서 물기가 많은 상태가 더 좋다. 갈색의 털이 많은 코코넛이 녹색 코코넛 보다 과육이 더 두껍고 단단하다.) 아쉬운대로 캔으로 가공된 코코넛 워터를 찾아 마셔봤지만 싱싱함보다는 첨가제 맛이 더 강하다. 


열대기후에서 자라는 열대과일을 한국에서 키울 생각을 하는 건 너무 큰 바람일까. 코코넛 나무 몇 그루 심어 놓고 맨날 물 대신 시원한 코코넛 워터 마시고 싶은데... 뭐 별 수 있나. 한국 가면 그리워질테니 가기 전에 코코넛 많이 먹어둬야겠다.


영양정보 (100g당, 출처: 구글)

코코넛

칼로리 354

지방 33g

콜레스테롤 0mg

칼륨 356mg

탄수화물 15g

단백질 3.3g

칼슘 14mg

비타민C 3.3mg

철분 2.4mg

비타민B6 0.1mg

마그네슘 32mg

코코넛워터 

칼로리 19

지방 0.2g

콜레스테롤 0mg

나트륨 105mg

칼륨 250mg

탄수화물 3.7g

단백질 0.7g

칼슘 24mg

비타민C 2.4mg

철분 0.3mg

마그네슘 25mg

매거진의 이전글 43세 벨리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