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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까 Aug 30. 2016

어렵게 할 수 있는데 뭐하러 쉽게 해?

브라질 사회 엿보기

이곳 에스피리투산투(Espirito Santo)주 비토리아(Vitoria)는 상파울루나 리우데자네이루처럼 크고 유명한 도시는 아니지만 그래서 안전하고 조용한 도시이다. 하지만 이 곳 생활의 단점이 하나 있다면 바로 대중교통. 


버스가 없는 게 아닌데 처음 비토리아에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아니 수차례 버스를 이용해봤던 현지인이라도 버스 이용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버스정류장에 몇 번 버스가 오는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다. 

버스에도 번호만 있지 노선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버스를 타도 다음 정류장에 대한 안내방송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세계여행의 길잡이 구글 지도를 이용하면 되지 않을까. 

천만의 말씀. 구글 역시 대중교통 정보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런데 비토리아 시청 사이트에 들어가면 대중교통 정보 시스템이 있고 노선 정보는 물론 버스 도착 예정시간도 알려준다. 물론 우리나라 시스템처럼 이용이 용이하지는 않다. 노선 정보 확인을 위해 현 위치와 목적지를 찍기만 하는 시스템과는 달리 버스를 타려는 정류장의 번호와 목적지 정류장의 번호를 알아야 하고, 정류장 번호를 알기 위해서는 길이름을 선택해서 하나하나 확인해야 한다.


시스템이 있어도 알아보기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어쨌든 기본 데이터는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구글이 이 정보를 활용해주면 안 될까. 


데이빗 왈

"그렇게 쉽게 만들면 누가 택시를 타겠어."



브라질은 Cartorio라는 개인 공증 등기소가 있다. 혼인신고, 출생신고, 재산신고, 차량등록 등의 민원을 정부기관에 해주는 역할을 대행하는 곳이다. 개인 사무실이다 보니 대를 이어 운영하면서 부를 축적한 가족도 있고, 민원업무 대행 수수료가 만만치 않다. 


아니, 국민들이 직접 정부기관에 가서 처리하면 비용도 줄이고 절차도 더 간편할 테고 시간도 짧아질 텐데 왜 이런 제도를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은 전자정부 세계 1위의 대한민국 시스템에 익숙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질문이겠지.


데이빗 왈

"처리하기 어려워야 해결책을 만들어서 팔지."



브라질에서는 국립병원과 보건소에서의 진료는 모든 국민과 심지어 외국인에게도 무료로 제공한다. 그만큼 병원을 가면 항상 사람들로 북적인다. 


갑자기 손에 붉은 반점이 올라오길래 동네 보건소를 찾았다. 괜찮아지겠지 하며 일주일을 버텼고 조금 나아지는 듯싶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진료를 받으러 갔다. 오전 9시 반에 도착했는데 이미 보건소는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꽉 들어차 있었고 오직 접수를 위해 2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접수만 하면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난 아직 브라질을 모르나 보다. 이날은 당일 진료 접수가 아니라 진찰 예약을 하는 날이란다. 2시간을 기다려서 날짜를 잡는다. 하하하


데이빗은 보험이 있어 개인병원을 이용한다. 몇 달 전 산에 갔다 온 후 손가락 하나가 가시 박힌 듯 튀어나오고 통증이 가시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 보건소와 달리 보험회사 사이트에 들어가 연결된 병원에 진료 예약을 할 수 있다. 


병원을 다녀온 날 어떻게 됐냐고 물어보니 다른 곳에 예약해서 엑스레이 촬영을 해야 한단다. 그렇게 다시 엑스레이 촬영날짜를 잡아 찍고, 그로부터 일주일 후에 결과를 받고, 그리고 다시 처음 갔던 병원에 예약을 했다.


뭘 이렇게 복잡하게 만드냐는 내 질문에 데이빗 왈

"어렵게 할 수 있는데 뭐하러 쉽게 만들어?"



브라질. 참 쉬운 게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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