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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까 Sep 12. 2016

파티가 있어 행복한 사람들

브라질 가족 잔치 후기

지난 주말 데이빗 외사촌 실레네 집에 갔다. 마침 그녀의 딸 로레나의 견진성사 날이라 데이빗의 외삼촌, 외숙모, 사촌누나 가족 등이 다 모였다. 미사 후의 저녁잔치를 위해 엄청난 양의 음식 준비가 한창이었고 브라질 파티에 빠지지 않는 초콜렛들도 예쁘게 포장되어 케익과 함께 장식되어 있었다. 


견진성사가 가톨릭에서는 진정한 어른이 되는 의식이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크게 잔치를 열어 축하해주는 줄은 몰랐다. 그래서 브라질에서는 보통 이렇게 하냐고 물었더니 다 그런건 아니고 가까운 친구, 가족들과 모여 함께 식사하고 즐기려고 준비했단다.


(몇달전 데이빗 회사 상사 딸의 두번째 생일파티에 초대되어 간적이 있다. 아이의 첫번째 생일은 우리나라 돌잔치처럼 크게 축하해주니 이해하겠는데 두번째 생일도 회사 사람까지 초대할 정도로 파티를 여는게 신기해 물어봤다. 매년 아이 생일잔치를 열어줄거냐고. 이건 사람마다 다르지만 사실 아이보다 어른들이 먹고 마시기 위한 파티이며 돈이 있으니 쓰려고 하는거라는 솔직한 대답을 했다.)  


여튼 그렇게 음식 준비가 한창일때 마리아라는 어르신이 오셨고 데이빗, 외숙모를 포함한 모두가 반갑게 그녀를 맞으니 당연히 친척이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아랫집에 사시는 실레네 시어머니란다. 데이빗이 사촌의 사돈까지 친하게 알고 지내는게 신기했는데 난 내동생 장모님을 결혼식때 한번밖에 못봤다고 하니 데이빗은 그게 더 신기하단다. 그리고 외숙모가 데이빗의 작은아버지에 대한 안부를 묻는것도 생소했다.


미사가 끝나고 로레나 가족과 친구들이 집으로 왔다. 자유롭게 음식을 먹은 후 로레나를 중심으로 모여 그녀의 부모님과 대모님이 축하말씀을 하고 로레나도 할말을 이어갔다. 어른과 아이 사이에 격식없이 감정표현이나 하고싶은 말을 여러 사람 앞에서 당당히 하는게 참 좋아보였다. 그리고 다같이 축하노래를 불렀고 그녀가 자른 케익과 초콜렛을 어른 아이 할것 없이 줄서서 받아갔다.


마지막으로 빠지지 않는 댄스타임. 모두가 거리낌없이 몸을 흔들었는데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창피해한건 나뿐이듯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먹고 즐기는 사이 설거지를 도맡아 하셨던 실레네 어머니와 시어머니는 함께 손을 잡고 리듬에 발을 맞추셨다.


그리고 일주일 후, 데이빗 외사촌 형 아들의 결혼 7주년과 딸의 18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잔치에 초대되었다. 가족끼리 모여 오붓하게 밥이나 먹는거겠거니 생각했는데 그 규모가 어르신 환갑잔치 못지 않았다. 깊숙한 산골에 자리잡은 시골동네이다 보니 가족뿐만 아니라 먼 친척에 친구, 이웃사람들까지 모인 그야말로 마을잔치였다. 


이렇게 사소한 기념일에도 아는 사람 다 불러모아 파티를 열고 즐기니 행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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