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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까 Jul 12. 2016

정열의 남미 친구들

3개월마다 새로운 팀이 시작되면서 매번 국적 분포도 다양해지는데 콜롬비아와 브라질에서 온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그러다 보니 미국 땅에서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를 들으며 정열적인 Latin Fever를 느낄 수 있다. 말이 많고 새로운 사람과도 쉽게 어울리는 남미 친구들. 특히 성에 무척이나 개방적인 그들의 문화는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콜롬비아에서 온 다리오. 그의 머릿속은 항상 야한 생각으로 가득하다. 평범한 스페인어 단어도 그가 활용하면 성과 관련된 말이 되고,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도 그는 성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파를리, 다리오와 함께 빵 반죽을 하던 날도 그들의 장난기 섞인 몸짓에 큰 웃음으로 부끄러움을 감추었다. 이렇게 노골적인 그의 구애 행동에 항상 몸가짐을 조심했지만 나중에는 나도 같이 농담으로 받아치는 노련함을 습득했다. 놀라운 사실은  그가  콜롬비아에서 신학생이었다는 것. 하지만 결국 여자 때문에 그 욕망을 참지 못해 수도생활을 접고 사회로 나오게 되었단다.


하루는 로리아나를 포함한 브라질 사람들, 그리고 한국인 한 명과 함께 저녁을 먹고 있었다. 브라질 친구들은 남녀가 섞여있었지만 성과 관련된 주제를 야한 농담과 함께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하는 것이다.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나와 한국인 친구는 아무 말 못 하고 멍하니 어이없는 웃음만 짓고 있었다.


그리고 로리아나의 진지한 제안이 이어졌다. 

"요리시간이나 청소시간이 있는 것처럼 섹스 타임을 만들자!" 

"넌 남자친구도 없잖아?"

"애인이 뭐가 필요해. 내가 매일 짝지어서 스케줄 만들어줄게."

"오 마이 갓!"


그녀의 제안에 브라질 사람들 조차도 놀란 눈치다. 그럼에도 로리아나는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기 의견을 계속 이어나갔다. 


"여기서는 규칙상 술도 못 마시고 마약도 못하는데 섹스라도 자유롭게 하지 못하면 재미없어서 어떻게 버틸 수 있겠어?"


저널리스트인 그녀는 이미 브라질, 멕시코, 시카고, 애틀랜타 등지에 썸남(friend with benefit)이 있으며, 결혼 생각은 없고 그런 경험을 토대로 성에 관한 책을 쓸 계획이란다. (현재 그녀는 미팅사이트에서 만난 우루과이 사람과 사랑에 빠졌고, 그는 그녀의 공식적인 남자친구가 되어 함께 마이애미에 거주 중이다.)


성에 개방적인 태도는 로리아나 뿐만이 아니다. 스페인에 남자친구를 두고 온 마르타는 이곳에서 만난 콜롬비아인 레오와 잠자리를 같이 하는 사이이며, (이후에는 다리오와도 그런 사이가 되었다.) 레오 또한 여자친구가 외국에 있고 마르타가 오기 전에 이곳에 일본인 여자친구가 있었다. 밤을 함께 보내는 40대 콜롬비아인 파울라와 20대 다빗은 남들 앞에서 스킨십을 주저하지 않으면서도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라 잠자리를 위한 관계라고 밝혔다. 


정해진 좁은 공간에서 만나는 사람이 제한적이다 보니 국적을 막론하고 남녀관계가 제일 중요하고 흥미로운 주제 거리임은 확실하다. 누군가를 쉽게 좋아하다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고 그렇게 쉽게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사람들. 성을 터부시 하는 문화에서 자란 나로서는 이들처럼 이렇게나 쉽게 생각하고 즐기는 문화는 어떻게든 받아들여 보려고 해도 그들의 사고방식이나 이성을 대하는 태도를 이해하기가 아직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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