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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랑 Dec 25. 2023

방콕에서 현지인처럼 힐링하기

두 번째 산책길: 넝번

복잡한 방콕은 잠시 안녕! 자연이 말아주는 힐링


방콕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는 대략 북적이는 야시장, 여행자거리, 길거리 음식, 나이트라이프, 마사지 정도겠다. 하지만 방콕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이 정말 그뿐이라고 생각한다면 크나큰 오해다. 화려하고 북적대는 이 도시의 이면에는 그 정반대인 극강의 평온함을 즐길 수 있는 장소들 또한 무궁무진하게 존재한다. 한마디로 방콕이 놀 땐 놀고, 쉴 땐 쉬는, '꿩 먹고 알 먹고' 여행이 가능한 도시라는 이야기.


비밀스런 방콕 산책 시리즈의 두 번째 산책길은 조용하고 여유로운 시간이 고픈 여행자들에게 바친다. 오늘 우리는 방콕 도심에서 살짝 벗어나 한가롭고 평화로운 넝번(Nong Bon)으로 향할 예정이다. 지난번 짜런끄룽에서의 산책이 여기저기 들러 구경도 하고 쇼핑도 하는 나름 빽빽한 일정이었다면, 넝번에서의 산책은 느긋하게 자연과 교감하는 것이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느슨한 일정이다. 자연에 폭 하고 안겨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것이 이번 산책의 궁극적인 목적이기 때문이다.


나는 마음이 복잡하고 어지러울 때, 북적이는 시내로부터 멀어지고 싶을 때, 햇살 아래 몸을 움직여 땀을 쏟고 싶을 때, 초록빛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을 비우고 싶을 때, 이곳으로 향한다. 속이 시원하게 뻥 뚫린 파란 하늘과 잔잔한 호수, 푸르고 무성하게 뻗은 열대식물들이 매번 내게 다정한 위로를 건넨다. 그러면 지쳐 한껏 쪼그라들어있마음이 어느샌가 퐁신하고 맨들하게 부풀어 올라있다.

라마 9세 왕립 공원(Suan Luang Rama 9)의 잔디밭. 호수를 바라보며 멍을 때리기에 좋은 명당자리.
넝번 호수공원(Nong Bon Lake Park)의 황홀한 경관.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몇 번이고 멈추게 한다.

넝번은 방콕 시내와 수완나품 국제공항 딱 중간에 위치한 동네다. 딸랏 롯파이 야시장(씨나카린 지점)이 있는 그 동네라고 하면 "아, 거기!" 하는 여행자들이 꽤 많을 것이다. 야시장만큼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멋짐으로는 절대 뒤처지지 않는, 내가 꼽는 동네의 진짜 매력 세 가지는 이렇다.

1. 먼저, 방콕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원이 바로 넝번에 있다는 것.
2. 그리고 그 공원 바로 옆에 싸이클링과 수상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커다란 호수공원이 하나 더 있다는,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듣자마자 가슴이 떨릴, 사실.
3.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동네 전체가 한적한 주택가로 이루어져 있어 방콕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는 동네라는 사실.

오늘 우리의 산책 콘셉트는 '여유로운 방콕 외곽 동네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휴식하는 건강한 나'다. 푸른 정원이 딸린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온갖 열대식물들로 우거진 공원을 거닐어보자. 또 그 바로 옆 호수공원에서는 광활한 호수를 배경으로 자전거 페달을 마구 밟아보자. 점심은 마치 현지인이 된 것처럼 동네 주민들의 찐맛집에서 해결하고, 동네 마실 가듯 주택가 골목을 유유자적 걸으며 마음을 비워보자. 그렇게 산책이 끝나고 난 뒤에는 내 마음이 뭐 때문에 복잡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려있을 것이다.




넝번 산책을 시작하기 전에

참고로 오늘은 꽤 많이 걷는 일정이다. 하루에 만 오천보에서 이만 보 정도는 거뜬히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이라면 모든 동선을 걸어서 이동해 볼 수 있다. 만약 그건 좀 힘들다 싶으면 무리하지 말고 중간중간에 택시로 이동하는 것을 추천한다.

넝번 가는 길: 가장 가까운 대중교통은 모노레일(노란색 라인) 쑤안 루앙 라마 9 (Suan Luang Rama 9) 역이다. 하지만 모노레일은 도시 외곽을 빙 둘러서 잇는 라인이기 때문에, 그 노선 근처에서 출발하는 게 아니라면 굳이 모노레일을 이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방콕 시내 중심부 어딘가에 묵고 있다면 택시로 오는 것을 가장 추천한다. 평일 아침 시간 쑤쿰빗의 교통체증을 최대한 피하고 싶다면 BTS 우돔쑥(Udom Suk) 역에 내려서 택시를 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방콕 넝번 산책코스 지도




넝번 산책루트 구글맵 리스트

이 글에 나온 모든 장소들 + 추가 장소들이 아래 구글맵 리스트에 저장되어 있다. 저장해 두었다가 여행할 때 참고하면 된다.






1. 미바나 오가닉 포레스트 커피 (MiVana Organic Forest Coffee)


오늘 일정은 조금 이른 아침 7시 반에 시작한다. 아무리 따스한 햇볕을 사랑하는 우리라 해도, 정오 즈음의 방콕 햇살은 실로 가학적이다. 그러니 비교적 선선한 오전 시간대에 야외 활동을 충분히 즐기고, 해가 뜨거워지는 오전 11시에서 오후 4시 사이엔 되도록이면 실내 위주로 일정을 짜는 것이 무리 없는 방콕 여행을 위한 작은 팁이다.

숲 속 한가운데에 있는 듯한 미바나 카페 전경

공원으로 향하기 전, 우리의 모닝커피를 책임질 카페는 여기다. '오가닉 포레스트'라는 카페 이름처럼 한껏 수려하게 가꾸어놓은 정원이 너무나 아름답다. 그야말로 '내가 지금 방콕에 다'는 기분이 십분 들게 하는, 이른 아침에 반쯤 떠진 눈을 비벼가면서까지 들러볼 만한 카페다. 쭉쭉 뻗은 열대식물로 가득한 정원을 바라보며 잠시 멍도 때려보고, 향긋한 커피 한 잔 들이키며 활기찬 하루를 위한 에너지를 축적해 보자.

푸르른 정원뷰가 티끌하나 남기지 않을 작정으로 내 마음을 정화시켜 준다.
모든 벽면이 유리로 되어있어 카페 안에서도 숲 속에 앉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날씨가 좋을 땐 야외 좌석도 좋을 것 같다.
오후 시간대에는 손님들로 적잖이 붐빈다.
입구부터 파릇파릇, 푸른 생기가 도는 미바나 카페

참고로 점심시간 전후를 기점으로 사람이 많아져 붐비는 편이니,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되도록 아침 일찍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영업시간: 7:30 AM - 5:30 PM


구글맵 링크:






2. 공원으로 가는 길: 넝번 주택가 산책


미바나 카페에서 다음 목적지인 공원까지는 약 20분이 소요된다. 양 옆으로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주택들이 줄지어 있는 널찍한 동넷길을 따라 걷게 된다. 걷다 보면 궁궐 같은 규모의 으리으리한 대저택들도 왕왕 있어 찬찬히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물론 사유지이기 때문에 사진을 함부로 찍는다거나 대문 틈사이로 코를 들이밀면서 구경해선 안 되겠지만.)


공원까지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으며 '만약 내가 이 동네로 이사온다면, 어떤 집을 골라볼 것인가?' 하는 내 나름대로 진지한 고민을 해본다.

방콕 시내 골목들과는 사뭇 다른, 널찍하고 한적한 골목길을 따라 걸어볼 수 있다.
태국의 국화인 골든 샤워 꽃 나무(golder shower tree)가 가로수로 심어진 길. 샛노란 햇살 아래 샛노란 꽃까지. 길도 내 마음도 환하게 밝혀진다.




2. 라마 9세 왕립 공원 (Suan Luang Rama IX)


오늘 산책 루트에 있는 두 공원 중 그 첫 번째 옵션이다. 두 곳 모두 들를 수 있다면 물론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각 공원의 규모가 상당해서 한 곳을 보고 난 뒤에 에너지가 바닥나 다른 공원 일정을 취소하고 싶어질 수 있다. 때문에 둘 중 어디가 더 취향에 맞을지 미리 결정해서 그곳으로 먼저 가는 것을 추천한다.


방콕 시내 중심부에도 룸피니, 벤짜끼띠, 벤짜씨리 등 곳곳에 푸른 녹지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규모의 공원이 있다. 각각 특색과 장점이 분명하니 공원 산책을 즐기는 여행자라면 다 한 번씩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지금 소개하는 라마 9세 왕립 공원지어진 지 35년이 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조경 설계와 관리 상태가 최상이다. 게다가 그 규모 역시 룸피니 공원의 약 1.4배로 방대하다. 총 여섯 개로 나뉜 구역을 차례차례 걷다 보면 끊임없이 새로운 풍경들이 펼쳐지는데, 마치 동화 속으로 걸어 들어온 듯 한 기분이 들 정도다.

그 어느 방향으로 걸어도 계속해서 황홀한 풍경이 펼쳐지고
흐드러진 형형색색의 꽃들이 내 발걸음을 멈춘다.
마치 동화 속을 걷는 듯한 기분

이 공원의 주요 시설 중 하나인 식물원은 식집사들에게 특히 흥미로운 곳이겠다. 양치류 및 난초 온실, 실내 식물 온실, 선인장 돔, 연꽃 연못, 약용식물 정원 등을 각각 조성해 다양한 종의 식물들을 생태학적 환경에 따라 체계적으로 분류해 놓았다. 한국에서도 많이 키우는 식물들을 여기에서 만나 반갑기도, 생전 처음 보는 식물들을 발견해 흥미진진하기도 하다.

선인장류로 가득한 돔(Geodesic Dome)
돔 안으로 들어가면 색감부터 달라지는 것이, 꼭 사막 기후로 순간이동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선인장 돔 바깥에도 이렇게 사막에 있을 법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보태니컬 가든(Botanical Garden) 내부
나무와 꽃에 이렇게 이름표가 붙어있어서 처음 보는 식물에 대해서 추가로 정보를 찾아보기가 쉽다.
이 꽃은 인디언 코르크나무의 재스민. 미칠 듯이 달달한 꽃향기를 내뿜는다. 눈에 띄면 무조건 땅에 떨어진 꽃잎을 주워서 코 밑에 붙이고 다녀야 한다고 법으로 정해져있다. (아님)
가지가 뻗은 모습도, 이파리도, 꽃잎도, 향도 모두 근사한 프랑지파니 나무

이 외에도 가벼운 조깅을 하거나, 호수에서 오리배를 탈 수도 있고, 호숫가 근처에 앉아 피크닉을, 그것도 아니면 그냥 정처 없이 걸으며 열대식물들의 촉촉하고 달큰한 향을 킁킁 맡는 것도 이 공원을 즐기는 수많은 방법들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는 정자에 배를 깔고 누워 간식을 먹으며 오후 내내 책을 읽었던 날의 기억이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명상을 하거나 그늘진 벤치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시민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원하는 대로 즐길 거리가 많은 팔색조 같은 공원이라 언제나 먼 길을 온 보람이 있다.

하늘이 맑은 날 잔디에 앉아 피크닉
걷다 힘들면 이렇게 그늘 아래 앉아서 선선한 바람 즐기기
호숫가에 위치한 파빌리온(Rajamangala Pavilion)은 컨퍼런스 및 세미나 센터로 사용된다. 호수에서는 오리배를 탈 수 있다.
중국식 정원(Chinese Garden) 입구. 일본,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등 여러 나라의 정원을 모티브로 설계한 정원이 공원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운영시간: 5 AM - 7 PM


구글맵 링크:




3. 넝번 호수공원 (Nong Bon Lake Park)


다음으로 방문할 넝번 호수공원은 거대한 호수를 빙 두른 자전거 도로를 따라 시원하게 싸이클링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라마 9세 왕립 공원에서 북동쪽 메리골드 게이트(Marigold Gate)로 빠져나오면 도보로 약 15분, 1km 거리에 위치해 있다.


호수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 바로 앞에 자리한 자전거 판매점에서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다. 가벼운 자전거는 2시간에 50밧(약 1,900원), 좀 더 튼튼하고 성능이 좋은 자전거는 2시간에 100밧(약 3,800원)이다.

공원 입구에 있는 해피 바이크(Happy Bike) 자전거 판매점
100밧(약 3,800원)을 내고 이 자전거를 두 시간을 빌렸다. 기어 조절도 되고, 쌩쌩 잘 달리는 튼튼한 자전거였다.

공원 내에 수상스포츠센터도 있다. 저렴한 연회비만 내면 공원 내 호수에서 카약, 세일링, 윈드서핑 등을 추가 비용 없이 즐길 수 있다. 필요한 모든 장비도 무료로 대여 가능하다. 연회비는 태국 국적자인지 여부와 나이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외국인의 경우 60세 이하 성인은 300밧(약 11,200원), 60세 이상은 150밧(약 5,600원)이다. 강사에게 레슨을 받고 싶다면 미리 예약을 하고 가야 하지만, 혼자 즐기고 싶다면 그냥 대기번호를 받아서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다만, 하루 한 가지 액티비티로 제한이 있다.


방문 전까진 이 호수가 얼마나 큰지 잘 감이 잡히지 않았는데, 직접 가서 보니 그 광활함과 아름다움에 깜짝 놀랐다. 아쉬웠던 점은 단 하나, 도무지 어떤 각도에서 찍어봐도 그 눈부신 풍경이 사진에 다 담기지 않는다는 거였다. 그리고 그 풍경을 바라보면서 신나게 자전거 페달을 밟는 순간의 해방감이란. 부디 한 사람이라도 더 방콕에서 이 황홀한 경험을 직접 하게 되길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그 기분을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것이 이렇게 장황한 유혹의 글을 쓰는 이유다.

잔잔하고 눈부시게 푸르렀다.
하지만 어떻게 찍어도 그 멋짐이 담기지를 않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보면 바람이 워낙 시원한 탓에 의도치 않게 무리하게 될 수 있다는 것. 번은 나무들이 만들어준 그늘 아래서 한 시간을 신나게 쌩쌩 달리고 나서는 탈수 증세로 하루종일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되도록이면 선선한 오전 시간대에 가는 것을, 그리고 입구에서 꼭 물 한 병을 사가지고 들어갈 것을 권장한다.

이따금 하늘 올려다 보는 것 잊지 않기. 이런 낭만적인 뷰를 놓칠 수 없으니.
방콕에 몇 안되는 반려동물 출입이 허용된 공원이라 산책하는 귀여운 멍멍이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대부분 왕 크고 왕 귀엽다.
꽤 높아서 내려다보기에 아찔한 이 다리를 건너야 공원을 한 바퀴 돌 수 있다.
넝번 호수공원 자전거도로 지도. 뷰가 좋은 명당이 표시되어있으니 참고하기 좋다.


운영시간: 5 AM - 6:30 PM


구글맵 링크:




4. 세리 마켓 푸드코트 (Seri Market @ Paradise Park)


즐거운 산책과 싸이클링으로 지금쯤 배가 미친 듯이 고플 타이밍이다. 오늘의 점심은 파라다이스 파크(Paradise Park)라는 작은 쇼핑몰 1층에 위치한 세리 마켓 푸드코트에서 먹을 예정이다.

평일이고 주말이고 할 것 없이 점심시간에는 식사하러 나오는 사람들로 엄청나게 붐빈다.

아니 지금 이렇게 멀리 나와서, 땀까지 쫙 빼놓고는, 겨우 푸드코트에서 밥을 먹으란 소리냐? 하는 볼멘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잠시 수저를 내려놓고 진정해 주세요.) 여기는 다름 아닌 내가 '집밥 같은' 태국 음식이 먹고 싶을 때 오는 곳이다. 자극적인 맛으로 즐거움만 챙기고 뒷맛이 껄끄러운 그런 음식이 아니다. 담백하고 건강한데 맛까지 있어 만족감이 높은 소울푸드같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오늘 우리가 넝번에서 즐기고 있는 심신의 힐링에 바로 이 푸드코트에서만 먹을 수 있는 현지 음식이 포함인 것이다.

이렇게 여러 가지 반찬 중에 2-3가지를 골라 담아 밥과 함께 접시에 주는 가게가 여럿이다.
생선볶음, 돼지고기/닭고기 커리, 줄기콩볶음 등 다양한 요리들이 있다.

태국에 다녀간 적이 있는 사람들은 잘 알 거다, 태국 음식이 전반적으로 엄청나게 짜다는 사실을. 여행 중에 현지 음식을 쉬지 않고 먹다 보면 어느샌가 물을 아무리 많이 마셔도 갈증이 가시지 않는 순간이 온다. 또 나처럼 몸이 잘 붓는 체질이라면 얼굴부터 시작해 온몸이 퉁퉁 붓는 경험은 덤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태국에 살면서도 태국음식을 먹는 것이 손에 꼽는 일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푸드코트만은 예외다. 무슨 이유에선지 이 푸드코트는 전반적으로 간이 세지 않다. 이 동네 주민들의 선호도와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나도 그 이유가 정말 궁금하다. (혹시 답을 알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부디 알려주세요.) 좀 전에 이 푸드코트 음식이 집밥 같다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치 나에게 태국 엄마가 있었다면 이런 맛이 나는 음식을 해주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당연히 소랑 피셜 여기가 방콕 1등 푸드코트다. (터미널 21 푸드코트는... 중략)

이 집 엄청난 돼지고기 부추 볶음 맛집이다. 밥 한 그릇 뚝딱.
바로 옆 가게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다양한 반찬들을 판매하고 있다.
렝쎕을 파는 가게가 하나 있는데, 여기 완전 맛집이다. 실한 고깃덩어리에 맑고 새콤하면서 개운한 국물.
왼쪽: 달달하고 눅진하게 졸인 닭고기 요리, 오른쪽: 한식 장조림이랑 비슷하게 야들한 돼지고기에 달걀이 들어있다.
푸드코트 규모가 꽤 크고, 앉아서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많다.

주민들이 편한 차림으로 나와 식사를 하거나 포장을 해가지고 가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주변을 둘러보며 다들 뭘 고르는지 유심히 살펴보고, 낯선 음식이 눈에 들어온다면 한 번 따라서 사 먹어도 보자. 혹여나 입에 안 맞는다 해도 그게 다 생생한 여행의 경험이다 생각하면 즐거운 추억 아닌가? 사람들이 줄 서서 사고 있는 음식이 있으면 슬쩍 줄 맨 뒤에 서서 같이 기다려도 보고, 뭘 사려고 이렇게 줄을 서있는 거냐 손짓 발짓 번역기를 동원해 물어도 보자. 상냥한 현지 주민분들이 또 다 대답해 주신다. 뭐가 맛있는지 알려주시고, 또 내가 주문하는지 수줍게 참견하며 챙겨주시기도 한다.

줄이 끊이지 않던 집. 너무 궁금해서 줄을 서고 말았다.
맨 왼쪽이 내 바로 앞에 서계시던 분의 추천으로 산 반찬. 무짠지 무침을 계란과 볶은 것 같았다. 밥도둑 테스트 통과.

디저트와 간식도 이 푸드코트에서 놓칠 수 없는 요소다. 요리조리 돌아다니면서 구미가 당기는 것을 양손 가득 골라도 만원을 넘기기가 어려울 정도로 저렴한 가격은 덤이다. 태국 집밥으로 든든히 채운 배를 두드리며, 달달한 주전부리 몇 가지 사가지고 다음 장소로 떠나보자.

이 집에선 깔끔하게 소금만 쳐서 담백하고 바삭한 고구마 칩스를 판다. 일단 넝번에 가면 이건 무조건 사 와야 한다. 가격은 한 봉지에 35밧(약 1,300원)
디저트 맛집. 코코넛 푸딩(카놈 따꼬)과 녹두떡(카놈 투아뺍), 이 두 가지 간식을 꼭 먹어볼 것.
옥수수, 타로 등 다양한 속재료가 들어간다. 개인적으로 타로 추천. 부드럽고, 고소하고, 달콤하면서 짭쪼롬한 맛이 아주  중독적이다.
단맛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입맛이 까다로운 친구가 인정했다.
이게 카놈 투아뺍. 찹쌀떡 반죽에 삶은 녹두와 코코넛이 섞여있다.
토핑용 설탕을 따로 주는데, 뿌리지 않고 그냥 먹는 것이 담백하고 맛있다. 녹두고물이 들어간 버무리 떡을 먹는 느낌.


영업시간: 8 AM - 8 PM


구글맵 링크:




5. 원써드 브레드 앤 빈스 카페 (ONETHIRD bread & beans)


넝번 방문의 하이라이트인 오전 일정은 끝이 났고, 여기서부터는 2부의 시작이다. 만약 오후까지 계속 이 동네에 머무르다가 저녁을 먹고 혹은 딸랏 롯파이 야시장에 들렀다 떠나겠다면, 이 카페가 뜨거운 오후 햇살을 피해 눌러앉아 쉬기에 좋다.


미바나 카페와는 장점이 명확하게 다른 카페다. 여기는 경치를 즐기러 온다기보다는 한두 시간 눌러앉아 일하기 좋은 곳이다. 앉는 자리가 편하고 플러그가 여러 곳에 있어서 랩탑이나 휴대폰을 충전하기 용이하다. 나는 랩탑을 가지고 이 동네로 나오는 날엔 이 카페로 향한다.


카페 바로 옆에 자그마한 근린공원(와나탐 공원, Wanatham Park)이 하나 있다. 카페에 오래 앉아있다가 찌뿌둥하면 가벼운 산책을 하러 가기에 좋다.

원써드 카페 입구
하루 종일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 고른 말차라떼와 피치소다.
야외에 이렇게 귀여운 좌석도 마련되어 있다.


영업시간: 8 AM - 5:30 PM


구글맵 링크:




6. 포 반 씨나카린 지점 (Pho Van Srinagarindra)


방콕에서 람캄행과 씨나카린에 두 개 지점을 운영하는 하노이식 베트남 음식점이다. 방콕에서 현지맛에 가까운 베트남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손에 꼽을 정도로 몇 없는데, 포 반이 그중 하나다. 굳이 여기서 밥을 먹으러 넝번까지 오지는 않지만, 또 넝번까지 왔는데 안 먹고 가기엔 아쉬운 그런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루종일 넝번에서 놀다가 여기서 저녁을 먹고 바로 택시를 불러 귀가하는 것이 나의 넝번 방문 루틴이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다 낡아 너덜너덜해진 메뉴판을 보고 놀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그 장벽만 넘기면, 맛있고 깔끔하고 베트남 현지식에 가까운 넴느응과 반미를 먹을 수 있다. 여기서 저녁을 먹는 것을 마지막으로 오늘의 힐링 산책길을 마무리한다.

포 반 씨나카린 지점
첫 번째 추천메뉴는 넴느응. 여러 가지 야채, 누들, 베트남식 소시지를 라이스페이퍼에 싸 먹는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맛있는 반미.
상큼 매콤 곁들여 먹기 나쁘지 않았던 샐러드
포는 아주 솔직히 말하면 놀라 자빠질 정도의 맛은 아니지만, 육수가 맑고 깔끔한 편이다. 뜨끈한 국물이 당긴다면 먹어볼 만하다.


영업시간: 10 AM - 8 PM


구글맵 링크:





넝번 산책루트 구글맵 리스트

이 글에 나온 모든 장소들 + 추가 장소들이 아래 구글맵 리스트에 저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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