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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aya Mar 23. 2020

[#하루한줄] 페스트 - 알베르 까뮈

왜냐하면 오늘날에는 누구나가 어느 정도는 페스트 환자니까요.

요컨대 중성적인 장소일 뿐인 이 도시를 어떻게 하면 설명할 수 있을까? 여기서는 계절의 변화도 하늘을 보고 읽을 수 있을 뿐이다. 봄이 오고 있다는 것도 오직 바람결이나 어린 장사꾼들이 교회에서 가지고 오는 꽃 광주리를 보고서야 겨우 알 수 있다. 말하자면 시장에서 파는 봄인 것이다. (15)


봄이 오고 있다. 분명 봄은 오고 있는데, 온전히 느낄 수 없는 봄. 슬프다.


그래서, 페스트가 진짜 의미하는 건 뭘까? 언제나 문학이 그러하듯이 페스트는 무엇이든 다 상징할 수 있단다. 많은 사람들은 페스트가 전쟁과 파시즘 등의 폭력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알베르 카뮈가 <작가수첩>에 적어둔 글에 따르면 "나는 페스트라는 질병을 통해서, 우리들이 고통스럽게 겪은 그 질식 상태와 우리들이 몸담고 있었던 그 위협과 귀양살이의 분위기를 표현하고자 한다. 나는 동시에 그 같은 해석을 삶 전체라는 일반적인 차원으로까지 확대하고 싶다." 그러니까 나는 처음 페스트를 완독 했을 때, 페스트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끔찍한 본성이라고 생각했었다. 지금도 그 생각이 틀린 것 같진 않다. 그러나, 이렇게 코로나19라는 실제상황이 닥치고 보니 페스트는 정말 감염병 그 자체일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가장 싫은 건, 모두가 고통받는 상황을 이용해서 누군가는 이득을 취하려고 한다는 사실이다. 그게 정치인이든, 장사꾼이든 목사던지 간에 이러한 공포를 이용해서 사람들을 현혹시키려고 하지는 말자. 인간적으로 최소한의 선은 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는 우리 시민들이 매일같이 겪고 있는 참상과 죽어가는 사람들의 아우성 속에서도 그리스도의 말이요, 또한 사랑의 말인 유일한 말을 하늘을 향해 외치기를 그 어떤 희망보다도 더 원하고 있었다. 그 나머지 일은 신이 하시리라는 것이었다. (140)


한국의 일부 기독교 지도자들은 코로나19가 '하나님의 진노의 채찍'이라며, 현 정부가 “하나님께 싸움을 걸었다”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어쩜, 카뮈가 페스트에 썼던 내용과 똑같은 일들이 일어난다. 페스트에서는 파늘루 신부가 비슷한 얘기를 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지금처럼.


"아닙니다. 신부님." 하고 그가 말했다. "나는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서 달리 생각하고 있어요. 어린애들마저도 주리를 틀도록 창조해놓은 이 세상이라면 나는 죽어도 거부하겠습니다."(294)


 내가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은 사람은 제각기 자신 속에 페스트를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상에서 그 누구도 그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늘 스스로를 살피고 있어야지 자칫 방심하다가는 남의 얼굴에 입김을 뿜어서 병독을 옮겨주고 맙니다. 자연스러운 것, 그것은 병균입니다. (339)


우리는 사실, 서로가 서로에게 정신적인 페스트를 감염시키며 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처럼 극명하게 눈으로 보이지 않아서 잘 몰랐을 뿐. 삶 전체가 페스트였던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뮈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우리의 삶 전체가 페스트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렇게 삶을 살아낼 수 있는 이유는, 아주 가끔 느낄 수 있는 기쁨과 사랑, 때문이라고.


리유는 그랑과 코타르가 사는 거리로 접어들면서, 적어도 가끔씩은 기쁨이라는 게 찾아와서 인간만으로, 인간의 가난하지만 동시에 엄청난 사랑만으로 만족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보람을 주는 것은 정당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399)


그러니까, 결국 우리는 이러한 삶에서 시지프스가 되는 방법밖에는 없다. 산꼭대기로 힘들게 바위를 올려봤자, 다시 떨어질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난하지만 엄청난 사랑만으로, 적어도 가끔씩은 기쁨이라는 것을 찾으면서.






#작은습관이꿈을만든다고믿는다
#좋은마음은널리퍼진다고믿는다


참고

페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김화영 옮김, 책세상 (알베르 카뮈 전집 7), 2011

https://www.logosian.com/news/articleView.html?idxno=848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300077

https://news.joins.com/article/5949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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