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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르베 Nov 08. 2020

안녕하세요. 소르베입니다.

첫인사를 해요.

안녕하세요, 소르베입니다.

저는 6, 3 남자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보통의 전업주부입니다. 스텐 팬을 길들이느라 계란 프라이 하나 제대로 못하고 급한 성격 탓에 실수도 잦은 엄마예요. 예민하다 느낀 남자와 결혼했는데 살다 보니 그는 되려 무덤덤하고 제가 예민 하단  알았어요. 세심하게 신경 쓰고 마음에 오래 담아두고 작은 말에 상처도  받는다죠.


아이와 그림책을 보며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쩜 그림책은 아이보다 예민한 저를 위해 필요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민함을 인정하고 불편해지지 않는 나름의 요령들이 생겼거든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그림책이 대신 해주니 '맞아! 나도 그래!' 라며 개운한 기분이 드니 아이랑은 늘어지게 그림책을 즐겨요. 그림책에 나온 그림 한 부분을 가지고도 제법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고요,  어디서도 알려주지 않는 우리의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눠요. 책에 나온 다정한 말도 주고받고요.


오늘 아침 새벽에 일어나 일기를 쓰는데 큰 아이가 일어났어요. 아직 더 잘 시간이 좀 더 자라고 한 뒤에 엄마 마음일기 하고 있겠다 하고 나왔는데 아이가 잠이 깼는지 따라 나오더군요. 거실 공기가 쌀쌀한지 몸을 구부려 소파에 눕는 아이에게 다가가 이불을 꼼꼼하게 덮어주며 말했어요.

"오, 우성이 지금 사랑받고 있네?"

그리곤 아이 옆에 앉아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직도 깜깜한데 우성이는 반짝반짝 빛이 난다. 눈도 빛나고 코도 빛나네. 어쩜 이렇게 빛날까."라고 다소 오글거리는 말을 하죠. 아이는 이런 낯 간지러운 표현에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끼나 봐요. 배시시 웃고 있는 아이 표정을 보면 알지요. 6살 남자아이고 키는 다른 친구들보다 한참 크지만, 엄마의 이런 말에 마음을 놓는 어린아이입니다.

그러더니 아이가 물어요.

"엄마, 어제 자기 전에 엄마 손에게 해 준 말 없어요?"

"글쎄, 없는데. 뭐지?"

"손아, 오늘도 애썼어! 우성이를 예쁘게 쓰다듬어줘서 고마워."

이런 다정한 말들이 요즘 넘쳐납니다. 저는 이런 모습들이 그림책으로 마음이야기를 하고 달라진 엄마와 그에 따른 아이의 당연한 반응이라 생각해요.


그 흔한 SNS 한 번 하기 어려워하던 스몰 마인드인 제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전문가도 아니고 영향력 있는 사람도 아닌 보통의 엄마가 마음이 편해진 이야기, 아이가 마음이 단단해진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에요. 어쩜 예전의 저처럼 성난 호랑이 모습으로 옷장에 들어가는 분이 있을지 모르니 더욱 나누고 싶은 마음이에요.


습관적으로 아이에게 하는 애정표현 중에 '넌 정말 소중하고 특별해. 얼마나 소중하고 특별한지 모를 거야.'라는 말이 있어요. 누군가 나에게 매일 저런 말을 해준다면 어떨까 생각해 봤더니 저에게는 꽤 가슴 떨리는 일이더라고요.

낙엽이 제법 떨어져 부엌 창문 밖에 빼곡했던 숲이 듬성듬성 해졌어요. 마음이 덩달아 허전해지지 않게 오늘은 아이에게 했던 말들을 나에게 해주며 마음을 채워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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