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을 물리치는 방법> : How to mash monsters
글 : catherine Leblanc / 그림 : Roland Garrigue
"글 쓰는 일이 너무 어렵다."
"엄마, 계속 계속하다 보면 잘하게 될 거예요."
아이는 종종 나에게 심플한 대답을 내놓는다. 어린아이가 하는 말이라고 흘려듣다가도 문득 생각해보면 아이가 하는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일이 많다.
"엄마가 쓴 글을 아무도 안 읽나 봐."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초반에 저조한 반응을 아이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그때 아이는 주변의 기대에, 주변의 칭찬에 나다움을 지키는 마음에 대한 그림책 <슈퍼 거북>, <슈퍼토끼> 이야기를 꺼내며 말했다.
"다른 사람보다 엄마가 좋아하는 일만 생각하세요."
여섯 살 아이의 대답이었다.
<How to mash monsters>는 덩치가 큰 괴물, 덩치가 작은 괴물, 보이지 않는 괴물 등 갖가지 괴물들을 어떻게 물리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그 방법들을 하나씩 살펴보니 아이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과 닮아 보인다. 쉽고, 또 간단하다.
덩치가 큰 괴물은 빨리 달리지 못하니 따돌리거나 문을 작게 만들어 들어오질 못하게 하면 되고, 덩치가 작은 괴물은 설탕을 냄비까지 한 줄로 뿌려두어서 덩치가 작은 괴물들이 냄비로 들어가면 뚜껑을 닫고 잼으로 만들어버리거나 되려 놀려서 도망가게 하면 된단다.
덩치가 중간인 괴물은 변신을 잘하고 무시하는 걸 싫어하니, 꼬집어 가면을 벗기거나 무시해버리면 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괴물은 보이지도 않고, 잡을 수도 없으니 창문만 열어두면 바람이 괴물을 날려버린단다. 어떤 괴물인지 알기만 하면 해결하는 건 식은 죽 먹기라는 이야기.
내 안의 괴물.
어쩌면 누구나 무찌르고 싶은, 날 불편하게 하는 괴물 하나 정도는 갖고 있지 않을까?
불과 한 두해 전까지만 해도 내 안의 괴물은 주변 눈치를 보게 만드는 녀석이었다. 모습도 어찌나 가늘고 수법은 교묘한지 은밀하게 나에게 집중하지 못하게 방해하고, 날 피곤하게 만드는데 제법 수완이 좋은 녀석이었다. 그 녀석의 수법에 피곤해지는 날이 많아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작정하고 그 녀석을 작게 만드는데 애를 썼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주변을 신경 쓰는 녀석 때문이니 주변에 신경 쓰지 않으면 될 일이었다. 나에게 집중했고, 녀석은 점점 작아졌다.
최근에 작아진 그 녀석을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
그동안 쓴 글 중 하나가 평소보다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던 날이었다. 아이 식사를 챙기는 중이었는데 조회수가 얼마가 넘었다며 알람이 떴다. 그 숫자를 보니 이 정도면 어디 노출이 되었구나 추측했다. 신기했지만, 이내 그 반응에 흔들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같으면 칭찬이라도 받은 듯 기분이 좋았겠지만 그런 기분이 결국 날 흔들며 피곤하게 만들 거라는 걸 알고 있기에 동요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핸드폰 알람을 꺼 두었다.
그 순간, 오랫동안 날 괴롭혔던 괴물의 작아진 모습이 보였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그 날 저녁, 그 경험을 아이와 나누고 싶어 아이 양치를 도와주다 이야기를 꺼냈다.
"엄마가 지난번에 쓴 글 말이야, 오늘 조회수가 *만큼 올랐다. 그런데......"
그 말을 듣던 아이가 대뜸 말을 꺼냈다.
"엄마, 그건 그냥 숫자인 거 알죠?”
'어?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인데.'
숫자일 뿐이라고 생각해 주변에 흔들리지 않으려고 애를 쓴 나의 노력을 아이에게 자랑하고 싶었는데 아이가 먼저 훌쩍 자란 마음을 내 보였다. 양치를 끝낸 아이와 잠자리에 누워 <How to mash monsters>를 읽으며 작아진 나의 괴물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림책에 나온 괴물을 물리치는 방법들이 아이가 문제 해결하는 모습과 닮았다는 이야기도 해 주었다. 아이에게 널 괴롭히는, 널 불편하게 하는 괴물이 있냐 물으니 아이는 없단다. 일곱 살 남자아이의 끝없는 자신감이었다. 때로는 아이의 이런 모습이 나에게도 필요한데 라는 생각을 했다.
높아진 조회수의 기록이 3일 만에 끝났다. 그리고 평소의 분위기를 되찾았다. 다시 진짜 내 것을 찾은 것 같아 반갑고 편안했다. 아이는 뭐라고 말할까 궁금해 함께 마트에 다녀오는 길에 물었다.
"저번에 엄마 글이 조회수가 꽤 높았잖아. 이번에는 다시 낮아졌더라. 엄마는 어떤 마음을 가지면 좋을까?"
어려운 질문이었나 보다. 한참 고민하던 아이가 대답했다.
"그냥 생각하지 말고 좀 더 해보면 어때요?"
그 명쾌한 대답에 난 또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을 올려다봤다. 맑고 따뜻한 날. 아이 대답에 기분 좋은 내 마음과 닮은 날이었다.
어쩌면 나는 종종 의외로 별 거 아닌 고민을
크다고 착각하며,
섣불리 겁을 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고민에 심플한 아이.
아이의 생각이 좋아, 아이의 말이 좋아,
아이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점점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