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시 보러 가는 길

by 소래토드



간밤부터 봄비가 솔솔 내리고 있었다. 초봄 끝에 미련을 남기듯 날씨가 꽤 차가웠다. 차에서 내려 우산을 하나만 챙겨 딸과 함께 쓰고 검정고시 시험장으로 향했다. 건물 입구까지 우산을 들고 같이 가주었다가 아이가 번거롭지 않도록 챙겨 나오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해당 초등학교 입구 울타리에 다다르자 안내위원분들이 여기서부터는 시험을 치르는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며 딸에게만 길을 터 주었다.


나는 붙잡고 있던 우산을 얼른 딸에게 쥐어 주었다. 이제 딸이 홀로 우산을 쓰고 걸어가야 한다. 가보지 않았던 길을 홀로 가는 첫걸음이었다. 긴장감에 한 번쯤 뒤돌아 보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딸은 담대하게, 시험장까지 곧은 걸음으로 들어갔다.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새에 내 머리카락과 웃옷에 봄비가 흠뻑 내려앉아 있었다. 텃밭에 심어둔, 움트기 직전의 씨앗이 된 것처럼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은 분명 딸뿐만 아니라 내게도 시작점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뒤, 합격을 확인한 딸은

일찌감치 마무리한 초등학생의 뒷마당을 마음껏 누렸다.

딸은 그 애매함을 꽤 마음에 들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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