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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래토드 Feb 14. 2024

정직함을 어찌 배울까

실수로 책을 찢은 막내



도서관에 가는 날이면 먼저 편의점에 들러 하나씩 달달한 것, 맛난 것을 골라 먹고 들어가는 루틴이 생겼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지만 도서관 가는 길에 아이들의 표정이 더 달콤하다.



막내도 언니들을 따라다니며 조금은 소리를 내도 괜찮은 유아 책 코너에 편히 앉아 그림책들을 둘러볼 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막내가 도서관에서 책장을 넘기다가 

그만 실수로 책 한 페이지를 찢고 말았다.


어린 마음에도 무언가 잘못된 것을 알았는지

책을 덮어버린다.


"엄마, 이제 집에 가요."

눈에 언듯 두려움이 보였다.


아,

어떻게 하면 막내의 이 유연한 시작점에서부터

두려움에 맞서 정직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까…

안타깝고 고민이 되었다.



"00야, 괜찮아. 그 책 가지고 우리 도서관 선생님께 말씀드리러 가보자. 엄마랑 같이 가자."


막내는 걱정으로 눈이 동그래진 채로 내 손을 꽉 잡고 신발을 끌며 사서분이 계시는 카운터로 걸어갔다.

곧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막내의 표정을 보더니 언니들이 무슨일이냐고 물었다. “쉿, 잠깐만 기다려줘.” 정도로만 대답하고 막내의 허물을 언니들에게 미리 들추지 않았다.


사서분께서 앉아계신 자리로 가서 책의 찢어진 부분을 펼쳤다.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여기 제 딸이 책을 보다가 그만 책을 찢고 말았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사서분이 책을 살펴보시더니

"아, 괜찮습니다. 그런 경우가 많아요."


"아고, 저희가 새 책으로 변상을 해드리면 어떨까요?"

송구한 마음에 말을 이어가니,


"아닙니다,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웃으면서 바로 셀로판테이프를 꺼내 찢어진 부분에 붙여주셨다.


나는 막내에게 얼굴을 돌려 웃으며 말했다.

"00야, 정말 다행이다.

그럼 우리 다음엔 조심히 보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릴까?"


막내가 아주 아주 작은 소리로

"응... 조심히 보겠습니다."


사서분이 감사하게도 막내를 사랑스럽게 바라봐 주시고

"어, 안 들리는데?" 맞장구 쳐주셨다.


"다음엔 조심히 보겠습니다!"

씩씩하게 말해보는 막내의 눈에,

두려움이 더는 없었다.

 

좀 전의 무거운 걸음걸이와는 다른 자유의 투스텝으로 도서관 문을 향해 뛰어나가는 막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만일 오늘 찢어진 책을 그대로 덮고 나왔다면

앞으로 도서관을 오가는 이 아이의 마음이,

책을 바라볼 때마다의 이 아이의 심리가

어떻게 변하게 되었을까?

여전히 달콤할 수 있었을까?




자유는,

잘못을 거짓으로 덮은 면에 있지 않고

정직하게 책임을 지는 힘의 공간에 존재한다는 것을,


정직의 대가가 쓰디 쓰더라도,

자유로운 마음은 심히 달콤하여

본래 쓰디 쓴 삶을 충분히 압도하며 살아낼 수 있음을,


이 유연한 시작점에서부터

배우며 알게 되기를

자유의 투스텝을 맛본 막내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축복하고 또 축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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