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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래토드 Feb 05. 2024

엄마 언니도 애예요


우리 가족 중에서 첫째로 살고 있는 사람은,

첫째 딸 밖에 없다.


남편은 둘째이자 막내.

나도 둘째이자 막내로 살았고


둘째는 둘째,

막내는 막내,


교집합 없이 외로운 녀석이 바로 첫째다.

남편과 나는 어떻게든 헤아리고 싶어서

첫째라는 어른만 만나면

"첫째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나요?"

물어보곤 했다.



첫째는 태어나면서 1로 시작했다가

계속해서 나누기를 한다.

둘째가 태어났을 때, 1/2

셋째가 태어났을 때, 1/3


뭐라도 더 쥐어주고 싶은데,

이 아이는 뭐라도 더 동생들에게 나누어준다.

가슴이 미어진다.


너는 그래도 오롯한 사랑을 받았잖니

라고 말하기에는

아빠, 엄마가 처음이었던 우리의 1은

실수 투성이었고, 어설픔 범벅이었다.  



그럼에도 나도 모르게

의젓한 첫째를 많이 의지했었나 보다.


그날도 첫째에게

"기쁨아, 언이 좀 부탁해."

하고 정신없이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둘째가 다가와서

언니가 듣지 못하도록 작은 소리로 내게 말했다.


"엄마, 언니도 애예요."



나는 실수를 깨닫고 잠시 숨을 멈춘 뒤에,

고무장갑을 벗고

둘째 눈을 마주보았다.


동생을 만나고부터

언니를 애틋해하는 둘째가 기특했다.


"와, 네 말이 맞아.

언니도 아직 애인데 엄마가 너무했네...

알려줘서 고마워.

다음에 엄마가 또 그러면 꼭 다시 알려줘야 돼."


둘째가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니까 너도 언니 말 좀 잘 들어 ㅎㅎ."


"칫!"


둘째답게 씩 돌아선다.

잡아서 볼에 뽀뽀를 하니

푹 안겨서 헤헤거린다.


멀리서 이 모습을 첫째가 바라본다.

다시 또 애틋하다.



"기쁨아, 이리와."


쑥스러워하는 첫째를 품에 안고

볼에 뽀뽀를 찐하게 한다.

얼마간 회오리치던 아이의 마음이

말없이 잠잠하게 가라앉고

자신의 차례인 것을 확신하고...

점점 더 깊게 안겨온다.


"사랑해."


"저도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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