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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i Aug 09. 2020

기본기를 다지는 것이 중요한 이유

하농을 치고 안치고는 하늘과 땅 차이


20.08.09


쇼팽 폴로네즈 op.53 영웅 도전기 D+2.

기본기는 정말 중요해


정말 너무 피곤하지 않은 이상, 퇴근하고 피아노 학원으로 가는 편이다. 그래서 금요일에도 8시 30분에 허겁지겁 컴퓨터를 끄고, 서둘러 피아노 학원으로 향했다. 예전 같았으면 어떻게서든 일을 끝내기 위해 꾸역꾸역 남아있었겠지만, 이젠 정말 시급하지 않은 일이 아니라면 컴퓨터를 끈다. 굳이 일 때문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을 뺏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일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인 피아노 치는 시간은 남겨놓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오히려 목표가 있으니 일을 처리하는 속도도 높아졌다.


내가 피아노를 처음 배우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피아노에 다시 빠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피아노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져 있었다. 어렸을 땐 쳐야만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피아노를 즐기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너무나 즐겁게 피아노를 친다. 내가 피아노를 잘 치건 못 치건,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칠 때 내가 행복하고, 만족스러우면 그만이다. 무엇보다 피아노를 치는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악보와 건반에만 집중하게 되어 잡념이 사라진다. 나는 자기 전까지도 이런, 저런 생각에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하는데 피아노를 칠 때는 놀라우리만큼 잡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피아노가 더 좋은가보다.



처음 피아노 학원을 등록했을 때에는 작품만 연습했다. 그런데 꾸준히 계속 치고 싶다는 마음이 커질수록 소리를 잘 내고 싶어 졌다. 선생님도 그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하농도 함께 병행하자고 제안하셨다. 그래서 하농 책을 바로 샀고, 작품을 치기 전에 열심히 치고 있다. 


하농을 제대로 치다 보니 어떤 작품이건, 하농을 치고 시작할 때와 치지 않고 시작할 때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어렸을 때는 왜 그렇게 하농이 치기 싫었을까. 선생님이 하농 10번 치고, 사과를 칠하라고 숙제를 내주셨을 때마다 나는 한 번 치고 3번을 칠했던 것 같다. 결국 레슨 받을 때, 나의 거짓은 다 표가 났지만 말이다. 하농을 치면 기본적으로 화음이 어떻게 펼쳐지는 지 익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손가락을 풀고, 손가락 힘을 길러주는 데에도 아주 효과적이다. 정말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이지 않고서는 나처럼 초보자들, 막 시작한 사람들에게 있어 하농은 꼭 쳐야하는 기본 스텝이다. 최근에는 하농책이 친절하게 바뀐 버전도 있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춘 것일까. 번호마다 연습의 이유를 정확히 말해주니 치는 맛이 있다. 피아노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면 하농도 함께 치길 적극 추천한다. 그래서 나의 루티한 연습 코스는 약 20분 넘게 하농 3개를 이리저리 치고, 어느 정도 손이 풀렸다고 생각하면 뒤이어 차례대로 모차르트 소나타, 쇼팽 흑건, 그리고 쇼팽 폴로네즈 영웅을 친다.


폴로네즈 5마디 연습을 하다가 다음 레슨 때 조금 더 진도를 빨리 나가고 싶어서 뒤의 5마디도 꾸역꾸역 쳐보았다. 계이름과의 사투로 레슨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너무 아까우니까. 왼손 계이름을 읽는 건 왜 나만 어려운 거야! 멀티가 이렇게 안될 수가 있나. 연습하면서 한 음, 한 음, 성공할때마다 희열이 장난이 아니다. 조성진처럼 연주할 수는 없겠지만, 수백 번 듣던 그 음이 내 손 끝에서 나온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 치면서 음이 들리기 시작하니 페달링은 어떻게 해야 하지라며 쓸데없는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악보부터 봐야 할 마당에 벌써부터 페달링 걱정이라니, 꿈도 야무지다! 다음 레슨 때 선생님이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너무 궁금하다. 포기하라고 하실까 아니면 정말 4-5마디씩만 나가자고 하실까, 그것도 아니면 메인 곡으로 치자고 하실까! 메인 곡으로 하지 못하면 지금 폴로네즈 영웅과 병행할 곡을 정해야 하는 데 어떤 곡으로 할지 고민이 많다. 다음 치고 싶은 곡으로 생각한 곡도 만만치 않은 난이도인데 말이다. 피아노를 잘 치지도 못하면서 꼭- 어려운 곡만 고르는 이상한 수강생이다. 빨리 레슨을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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