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포르투
포르투에 가면 모두들 후회한다고 했다.
왜 나는 이곳의 일정을 이렇게 짧게 잡았을까. 이곳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인 줄 진작에 알았더라면 좀 더 오래 머무를 수 있었을 텐데.
일주일, 한 달 남짓의 유럽여행에서 내가 포르투에 머무르기로 한 기간은 일주일이었다. 북부의 작은 항구도시이지만 아름답다는 설명에 이끌려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해 포르투의 숙소를 예약했다. 처음 며칠은 이보다 더 잘한 결정이 없겠다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푸른색의 아줄레주 타일로 화려하게 장식된 상 벤투 역에 내려 유네스코로 지정된 역사지구 내에 자리한 숙소를 찾아가는 동안 몇 번이고 멈춰 서서 뒤돌아보며 감탄했다. 뿌연 여기에 쌓여 언덕 위로 촘촘히 자리 잡은 빈티지한 건물들 사이를 지나며 마치 영화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구불구불 이어져 있는 좁은 골목을 지나면 다른 세상에서 모아 온 듯한 온갖 희귀한 것들이 모여 있는 마법 시장으로 이어지는 통로라도 발견할 것만 같았다. 이상기후로 예년보다 무더웠던 7월 말의 포르투,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 경사가 가파른 언덕길을 무거운 짐을 지고도 힘든 줄 모르고 걸었다. 언덕 위 작은 광장을 바라보며 서 있는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한숨이 나왔다. 아.. 세상에 인간적으로 너무 예쁜 거 아닌가. 이곳이 정말 사람이 실제로 사는 곳이란 말인가.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조앙의 집은 미리 봤던 사진보다도 더 예뻤다. 눈을 들어 보일 때마다 보이는 풍경이 너무 예뻐 감탄사와 함께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마침 조앙은 여름휴가 중이라 그 크고 멋진 집을 나 혼자 쓰게 되었다. 포르투에 오기 전 머물렀던 리스본에서는 매일매일 모험에 가까운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에 난 포르투가 주는 평온함과 안락함을 즐겼다. 폭신한 침대에 누워 늘어지게 잠을 자고 포르투 역사지구를 느긋하게 걸어 다녔다. 뚜렷한 목적지가 없었기에 지도도 보지 않았다. 정말 말 그대로 발길 닿는 대로 갈 수 있는 데까지 가고 다리가 아프면 쉬고 배가 고프면 근처 식당이나 마트를 찾았다. 어디를 가도 볼거리가 있었고 어디를 가도 맛있는 음식이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신나서 돌아다니는 것도 며칠이 지나자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조용하고 텅 빈 집에 홀로 들어서는 것도 이젠 외롭다 느껴졌다. 혼자 여행하며 한 장소에 일주일이나 머무르는 것은 조금 무리였을까. 며칠째 아무도 만나지 못했고 별다른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뭔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으면 싶었다. 서울에서는 못해 볼 새로운 경험을 하고자 비행기를 타고 일만 킬로미터를 날아오지 않았던가.
<도우강의 석양. 너무 아름다워 감탄하고 감탄했던 풍경, 아무리 열심히 카메를 눌러도 실제로 보는 것만 못해 아쉬워 매일 강가를 찾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