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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에다 Nov 14. 2021

영화 '코다'가 나에게 전해 준 것

오늘도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청각장애인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코다'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주인공인 루비를 제외한 가족 모두가 청각장애인입니다.  청각장애인이라는 범위가 넓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루비의 가족은 극 중에서 'deaf(농)'라고 표현되는 양쪽 귀 모두 소리를 들을 수 없고, 구화가 아닌 수화로 대화를 합니다.


 대학 생활에서 청각 장애인 체험을 해보며 "내가 들을 수 없다면..?'이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좋아하는 소리를 들을 수 없고, 선천적으로 듣지 못했다면 말을 배우는 것에도 영향을 줄 테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죠. 그때부터 나에게 '듣는다는 건' 당연한 게 아닌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며 주인공 루비가 되어 보기도 하고, 부모님도 되어 보며 영화 속으로 더 깊이 삐져 들었습니다.


 루비의 고등학교 생활은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하는 부모를 대신해 그녀는 부모의 입이 되어 었고, 학업과 자신이 좋아하는 일보다는  가족이 우선이었습니다. 학교 생활은 즐거울  없었죠. 부모의 (어부) 돕고 바로 학교로 가니 그녀의 옷에서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 생선 냄새가 풍겼고, 부모가 농인이라는 이유로 친구들의 놀림거리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그녀가 처음으로 좋아하는 일을 선택합니다. 바로 노래 동아리에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며칠이 흐른 후 그녀는 엄마에게 말합니다.

"나 합창단에 들어갔어." 그 말을 들은 엄마는 이렇게 말을 하죠. “내가 장님이었으면 그림 그리고 싶었겠네"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엄마의 말에 루비는 가방을 들고 집을 나갑니다.

그리고 나가는 딸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엄마의 뒷모습이 화면에 함께 담깁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엄마와 자녀 사이의 말다툼은 일상입니다. 그런데 다툼이 생긴 후 집을 나가려는 아이를 향해 "루비야~"를 외치고 싶지만 외치지 못하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엄마의 뒷모습에서 가슴이 시리더군요.


엄마와 루비의 대화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또 있습니다.

"나도 귀가 안 들렸으면 하고 바랐던 것 없어?"라는 루비의 질문에 엄마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네가 태어나던 날, 네가 듣는다고 말하자 가슴이 철렁했어. 엄마는 사실 네가 들리지 않기를 바랐어. 우리가 소통 못할까 봐 농인이라 나쁜 엄마가 될까 봐, 너를 실망시킬까 봐 겁이 났어"


 언어치료를 공부하고 경험하며 부모의 말이 아이에게 주는 영향이 얼나마 큰지를 경험하고 있는데요.  특히 말을 배우는 유아기에 (아이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하는)엄마의 언어를 듣고 아이는 자연스럽게 말을 익히게 됩니다. 그런데 부모가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인공이 일반인처럼 말하게 되기까지, (영화에서는 그 부분은 그려지지 않았지만 ) 힘든 과정이었음을 짐작해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엄마에게도 비장애인인 아이가 태어나고 성장하는 순간순간이 걱정과 두려움의 연속이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후반부로 갈수록 딸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부모의 입장을 조금은 이해하며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경험하게 됩니다. 졸업 발표회에서 루비가 노래를 부르게 되었고, 가족은 초대를 받아 관중석에 앉게 됩니다. 무대 앞에서 딸이 노래를 부르는데 그들은 그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일반인의 시선에서 신나는 공연이 펼쳐지다가 아버지의 시선에서 그 무대와 그 주변 사람들이 그려졌습니다. 아무 소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침묵 그 자체였죠. 루비의 아버지가 주변을 천천히 둘러봅니다. 활짝 웃는 사람, 눈물을 훔치는 사람, 입모양을 벌렸다 오므리는 모습, 박수를 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이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느끼고 싶어 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루비의 아버지는 공연이 끝난 후, 집 앞에 도착해 딸에게 말합니다. "오늘 불렀던 노래 아빠한테 불러줄래?"  그렇게 둘은 마주 봅니다. 아버지는 딸의 노래를 모든 감각을 동원해 들으려고 노력합니다. 자신의 손을 딸의 목에 대어 보며 소리가 나오는 길의 떨림을 느껴보고, 딸의 표정을 보며 노래를 온몸으로 느껴보려 합니다.


 결국, 우여 곡절이 있었지만 루비는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고,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았던 가족도 점차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게 됩니다.


 이 영화는 주인공인 루비 입장에서 본다면 환경이 좋지 않아도 내가 좋아하는 것인 '노래를 부르는 꿈'을 갖게 되고, 그것을 이루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청각장애인인 부모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이렇게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영화이지만 저에게는 무엇보다 듣는 것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준 영화였습니다.


 새소리, 노랫소리, 그리고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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