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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라 오드리 Jul 10. 2021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SNS진짜이웃들에게

미모닝♡

굿모닝~

이제 막 동이 텄는데 벌써 아침인사가 시작되었다.

5시 25분.

지난달 아침 산책을 5시 50분에 출발했는데 요즘은 해가 너무 일찍 떠서 누워있는 게 미안할 정도다. 눈꺼풀이 무거워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가까스로 눈을 떠본다. 그리고 서둘러 세 글자. ㄱ ㅁ ㄴ 똑똑한 내 폰은 단축키를 기억하고 있다. 굿모닝♡ 내가 속해있는 4~5군데에 나는 아침형 인간임을 알리고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선다. 화면에 초록에 가득한 싱그러움을 담아 타임스탬프로 인증샷을 찍어야 하니까. 시간은 6시까지!! 남들 다하고 있다는 미라클 모닝이다. 그렇게 산에 도착하면 40분 즈음? 이제 맘 편히 숲에 내 몸을 맡기고 한 시간을 걷는다. 



고등학교 3학년. 쉬는 시간이면 남들은 다 공부하는데 나는 문과에서 이과까지 친구들을 찾아다니느라 시간이 부족했다. 덕분에 나를 모르는 애들이 없었고 그 친화력은 대학교 와서 제대로 진가를 발휘했다. 처음 만난 과친구들은 급기야 나와 건물을 오고 가는 걸 거부하고 강의실에서 만나기를 바랐다. 너랑 같이 가면 하루도 부족해. 게다가 내 전공보다 남의 떡이 더 좋아 보인다고 하루가 멀다 하고 타과 전공과목에 맨 앞줄 교탁 옆을 차지하고 열공을 했다. 


여름방학이면 학교에서 꼭 빼놓지 않고 영어수업을 들었다. 외부인도 함께 들을 수 있는 회화수업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고 대부분 직장인이라 밥도 자주 사주셨다. 그런데 3학년 여름방학에 조금 특별한 언니를 만났다. 회화도 수준급이고 나는 꿈도 못 꾸는 ㅇㅇ여대에 다닌다는 그녀는 수줍음이 많고 책을 늘 옆에 끼고 다니는 나와는 참 다른 사람이었다. 언니는 아직 취업이 안돼서 잠시 휴학 중인데 M방송국 보조작가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다. 무척 바빠 보이는 언니는 아주 가끔 짬을 내서 나와 몇 마디를 나눌 뿐이었는데 난 그 시간이 그렇게 기다려졌다. 그렇게 별다를 것 없는 방학이 끝나고 다시 겨울방학에 언니는 또 회화수업에 등록을 했다. 그리고 우린 한층 더 가까워졌다. 그러던 어느 날! 언니가 예비작가 캠프가 있는데 혹시 생각 있으면 같이 가보지 않겠냐고 물었다. 내가? 난 너무 반가웠고 덥석 가방을 챙겨 2박 3일 캠프에 참여했다. 


들어는 봤을까? 예비작가 캠프? 아니 무슨 수련회도 아니고 청소년 환경캠프도 아니고... 왜 나는 일말의 의심조차 하지 않았을까? 뒷이야기는 아마 길게 쓰지 않아도 대충 예상했을 텐데 안타깝게도 적중했다. 난 말로만 듣던 ㄷㄷㄱ 에 가게 된 것이다. 난 너무 순진했다. 내가 만난 그곳은 유토피아였고 정말 그 말대로라면 못 할 게  없었다. 

일주일 합숙. 핸드폰 압수. 그리고 자금 압박...

부모님을 설득해 급기야 학교 휴학까지 하고 자금을 구하러 다니고...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 바보 같았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나를 정말 좋아하는 선배가 집에 전화로 나의 근황이 이상하다며 알려주셔서 난 구출될 수 있었다. 



돌이켜보니 나의 인간관계는 그때부터 문제가 생겼던 것 같다. 의심이 많아졌고 내 속을 비치지 않고 쉬이 곁을 주지 않은 건 아마 두려워서였을 것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상처를 자주 받게 되면 결국 마음의 문을 닫게 된다. 깊은 관계를 맺기가 두려운 것이다. 그 무엇보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가장 깊기 때문에. 내가 온라인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때도 그러했다. 내가 뭐 때문에 일상을 올리고 좋아요를 기다리고 댓글 하나에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해야 하는지 그러한 감정 소모가 과연 내게 어떤 도움이 된다는 건지 의심스러웠다. 결국 주변에서 그렇게 블로그를 권해도 모르는 척 외면했다.


내게 기회를 준 건 코로나였다. 도서관이 문을 닫자 비대면 수업을 기획해야 했고 비대면 수업에 숨은 고수를 찾아내야만 했다. 그렇게 인연이 된 SNS는 안 하는 사람은 모르는 우리만 아는 신기한 세상이다. 가끔 정말 SNS를 열심히 하는 친구를 만나 이야기하면서 그알못에 진짜가 있다는 대화가 오고 갔다. 그렇다. 그곳에 진짜가 있다. 그런데 그 진짜는 내가 진짜가 아니면 절대 만날 수가 없다. 이 얼마나 공평한가?


내가 진짜가 되니 진짜 이웃이 나타났다. 블로그 초보인 내게 소중한 댓글을 달아주고 응원해주는 아니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로 만나지 못했지만 옆집 언니보다 내 동생보다 일상을 더 잘 알고 오늘의 나를 더 소중하게 여겨주는 이웃이 나타난다. 나타났다. 내게도. 


믿기지 않지만 사실이다. 그런 이웃이 울산에 서울에 부산에 광명에 인천에.... 수원에 기장에... 

대한민국 방방곡곡이 내 집 같다는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는 날이 온다. 거짓말 같았다. 


무엇 때문에 그들은 나를 응원하고 서로를 격려하고 눈 뜨자마자 인사를 전할까? 

언젠가 멀리서 나를 찾아온다는 블로그 이웃의 방문에 남편이 혹시 종교 아니냐는 질문을 했다. 그 사람이 그런 오해를 하는 것도 너무나 당연하다. 나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단지 블로그로 서로 주고받고 좀 했다고 나를 보러 와? 단! 이 생각은 블로그에 진심인 이웃이 나타나기 전이다. 그런 숱한 의문과 의심은 이제 잠시 접어두어야겠다. 지금 내 이웃들이 있어 나는 너무도 행복하기에~ 


서로를 아낌없이 응원하고 최선을 다해 공감해주고 내게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주는 그들이 있어 나의 삶은 풍요롭다.


p.s. 사진은 Pixabay로부터 입수된 wal_172619님의 이미지입니다.

      제가 낀 가짜 안경을 벗겨준 소중한 이웃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아직 알아보지 못한 숨은 진짜 이웃분들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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