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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라 오드리 Jul 12. 2021

내손에팝잇!파빗?

유행하는완구이야기

파빗을 아시나요?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하나쯤 가지고 있을 팝잇.

팝잇인지 파빗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는데 딸한테 물어보니 팝잇이 맞다 하고 

검색을 하니 파빗도 팝잇도 맞는 것 같다. 어쨌든 요즘 가장 핫한 장난감인 건 확실하다.



지난주 아이가 많이 아팠다.

한동안 갈 일 없는 병원에 들락날락하다 보니 계속 눈에 띄는 물건이 있었다.

저마다 아이들 손에 들려있는 알록달록하고 모양도 제각각인 바로 파빗이었다.

우리 집에도 벌써 3개나 있는 그 걸 저마다 하나씩 들고 있는 거다. 이건 흡사 겨울왕국이 개봉했던 그 해와도 같았다. 하늘색 드레스를 나부끼며 엘사를 꿈꾸는 아이들. 


아이들 장난감은 유행을 타도 너무 탄다. 

우리 집 장난감의 역사는 엘사와 라푼젤 인형으로 시작한다. 워낙에 장난감을 사주지 않아서 찾아볼 필요도 없고 지금도 그냥 쓰윽 둘러보면 어딘가에 3살에 사준 두 인형이 한편을 차지하고 있다. 인형 옷을 만들어 입히고 유모차에 태워 지하철 타고 나들이도 다녀왔다. 비 오는 날 두 꼬맹이를 데리고, 물론 엘사 드레스에 우산과 장화는 필수! 그리고 십 년 남짓 지난 지금도 본인들이 입다 작아진 옷을 자르고 꿰매 드레스를 직접 만들어 입힌다. 물론 대충! 옷은 만드는 사람 마음에 들면 된다. 


두 번째는 아주 작은 블록으로 다양한 제작이 가능한 LEGO다. 

여자아이들이니까 공간, 지각 능력의 향상을 위해 하나씩 사모았는데 성 세 개는 짓고도 남을 양으로 쌓였다. 가끔 주말 저녁 밤새 뭔가를 그럴싸하게 몰두해서 만들 때면 그때 아주 잠깐 만족한다. 


서랍을 두 개를 가득 차지하고도 남을 스티커. 

왜 사서 모으는지 쓰지도 못하고 결국은 가끔 학교에 가져가 친구들 나눠주고 또 사서 모은다. 음... 최근에 나온 오려서 쓰는 스티커는 정말 너무 아깝다. 인스라고 하던가?


내가 가장 혐오하는 건 슬라임이다. 

슬라임으로 둘째는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서 한 참을 고생했고 또 옷에는 왜 그렇게 자주 묻히는지 그걸 빠느라 뜨거운 물에 옷을 수없이 담그고 손이 뭉개져라 비벼댔다. 하지만 아직도 엄마 모르게 가끔 슬라임을 집에 들여오곤 한다. 서랍을 너무 자주 들여다보는 건 우리 관계가 멀어지는 지름길이라며 애써 참고 있다. 



어린 시절 나의 최애 장난감은 종이배, 종이비행기였다. 각종 잡지책, 신문지로 배를 접어 개울에 띄워 누가 멀리 가는지 시합하며 놀았다. 어떤 종이가 제일 오래 물에 떠있는지 어떻게 접어야 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 아버지가 보시던 책 표지를 찢어서 종이배를 만드는 바람에 무척 혼이 날 줄 알았지만 그 시절 아버지는 그것도 책을 가지고 노는 거라며 너그럽게 이해해주셨다. 그리고 아직도 우리 집에는 내가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책이 가득하다. 


아이들에게 책은 정말 후하게 사줬지만 장난감을 사주는 일은 아주 특별한 날만 가능했다. 다행히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지만 가끔 친구들이 오면 놀게 없어서 짜증을 좀 내긴 했다. 

너네 집은 왜 책만 많아? 

단골 질문... 사회생활을 시작한 아이들은 친구들 집을 방문하면서 조금씩 장난감에 눈을 떴고 그때부터 지키려는 자와 깨려는 자의 눈치싸움이 시작되었다. 주로 타깃이 된 건 외삼촌. 아직 결혼 전인 동생은 부지런히 장난감을 사다 날랐고 아직도 뜯지 않은 블록이 창고에 고이 모셔있다. 


하지만 이건 결과가 너무 뻔한 게임이었다. 아이들이 용돈을 받기 시작하면서 하나 둘 서랍에 쌓이기 시작한 슬라임과 스티커, 예쁜 문구류는 내 감시를 자주 벗어났다. 그런데 그렇게 눈에 가시 같았던 그 장난감이 이번에 내 눈에 쏙 들어오게 된 거다. 


아이는 두통과 배앓이가 시작될 즈음 작은 구멍을 열심히 손가락으로 눌렀다. 알파벳도 한글도 그림도 뭐든 가능했다. 무지갯빛 고운 파빗은 아는 선생님께 어린이날 선물 받은 건데 사실 이걸 누르고 있을 시간도 많지 않았다. 방바닥에 침대 뒤편에 책상에 뭐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파빗이 드디어 주인의 손에 들어와 제대로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푸쉬팝, 팝잇, 파빗

가격은 500원부터 1,800,000원까지 다양하다. 1,800,000원 파빗은 명품으로 해외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어떤 특별한 기능이 있는지 직접 체험해보지 못해 그냥 있다는 것만 안다. 우리 아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건 만원 상당의 가로 세로 50cm 크기의 하트 모양 파빗이다. 주 기능은 스트레스 해소. 초등학생들이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길래 슬라임부터 파빗까지 이런 완구들이 유행을 타고 시장을 점령하는지 살짝 어른인 나도 죄책감이 든다. 

소아과에서 만난 유아들이야 그냥 들고 있는다 해도 문제를 풀다가 그냥 무료하게 앉아있다가도 손으로 뭔가를 계속하는 걸 보면 이 시대를 사는 어린이들이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쨌든 

고마웠다. 파빗! 이름이야 어떻든 덕분에 아이는 고통을 이겨낼 수 있었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엄마로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준다 했건만 사실 100% 인정하지 못한 나 자신을 돌아봤다. 다음엔 어떤 장난감이 나올까? 아무래도 장난감 회사에 아이들 심리를 꿰뚫는 마법사가 있있는 건 아닐까?


우리딸 보물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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