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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라 오드리 Jun 09. 2022

당신은 지금 어떤 결정을 앞두고 있는가?

나에게 빠른 것에 관하여


얼마 전에 남편과 함께 점심을 먹고 나오면서 선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남편은 나와 달리 물건 하나를 사는데 비교분석을 무척 잘하는 사람이다. 나는 한 두 가지 정도를 비교한 후 그냥 사고 말지만, 남편은 그 물건을 사기 위해 2주 정도의 시장조사를 한다. 쇼핑을 싫어하는 나와 반대로 평소 자신만의 어휘인 ‘탐색’을 통해 주변을 잘 관찰하고 적재적소에 활용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런 남편의 꼼꼼함과 세심함이 부러웠고 남편이 선택한 물건에 대한 신뢰도가 무척 높았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처음 본 그 자리에서 그것도 적은 금액이 아닌 거금을 주고 선택한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알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여보, 어떻게 그런 빠른 결정을 내렸어? 미리 시장조사 다 해 본 거야?” 하고 물었다. 일반적으로 관심이 가면 내게 한 달에 걸쳐 이야기를 건네는 사람인데 이제껏 난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니, 그냥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계약하고 왔어.” 남편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평소 말이 없는 사람이라 한마디를 해도 말의 어투와 속뜻을 깊이 생각하는 나로서는 정말 의외의 대답이었다. 

“당신 이번에는 정말 빨리 결정했네. 당신은 엄청 꼼꼼하고 세심하고 신중하게 선택하잖아. 이렇게 빨리 결정할 수 있구나.” 난 깜짝 놀란 어투로 남편에게 되물었다.

“내가 무슨. 나 안 그래. 난 선택을 못 하는 거야.” 하며 체념한 듯 대답했다.

혹시 그 결정장애? 

    

사람은 자신이 아는 범위에서 보고 말한다고 한다. 결국은 나 스스로 우물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이 아닐까? 누군가에게는 우물이고 누군가에게는 바다일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우물 안 개구리는 어떤 이에게는 바다의 범고래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남편의 우물은 바다였다.     


하지만 남편이 결정장애라고 생각하니, 보는 시야에 따라 얼마나 사람이 달라 보이던지. 그렇다고 이제껏 신중하고 꼼꼼한 남편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남편과 달리 나는 비결정장애인이다. 

나는 듣는 시점과 동시에 마음속에 결정이 내려진다. 나 스스로 이미 결정을 내려놓고 남에게 계속 확인한다. 그렇다고 내 결정이 쉽게 달라지지 않으면서도 말이다. 이렇게 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모든 결정의 책임은 나 자신에게 달렸다고 생각한다. 남의 충고를 듣든 듣지 않든 결정은 내가 내린 것이고 그에 관한 결과도 내가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 더욱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돌다리도 두들겨봐서 건너지 않는 게 나을까?     


아니다. 

내 경우 돌다리는 두들겨볼수록 건너지 않을 확률이 높아진다. 그리고 결정을 내리다 보면 나에 대한 확신이 높아지고 자신을 더 잘 알게 된다. 따라서 결정이 더욱 명확해진다고 생각된다. 물론 늘 옳은 결정이라고 할 수는 없다. 특히 물건 구매의 경우 쇼핑은 시간 낭비라고 여기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무척 높다. 나에게 있어 가장 어려운 선택은 옷이다. 옷은 그래서 내가 사는 것보다 주위 가족이 구매해 줄 경우가 더 많다. 결혼 이후 내가 직접 산 옷은 속옷이나 양말 정도다.   

   

결정을 빨리 내리는 나만의 방법도 있다.

종이를 반으로 접어 Yes와 No로 나눈 다음에 리스트로 적어본다. 눈에 보이면 결정도 쉬워진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면 결정도 쉽다.      


부모가 된 뒤로 나는 아이의 삶에 관해 한 가지 스스로와 약속을 했다. 모든 선택의 기준은 현재 아이가 행복한가? 이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는 바보 같은 짓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이러한 기준이 선 뒤로 아이와 관련된 것들은 더욱 결정이 선명하고 빠르다.     


결정하고 난 후는 반드시 내 결정에 최선을 다하자. 자연스럽게 결과는 좋아질 확률이 높아진다. 좋은 결과는 추후 현명한 선택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선 구조는 나에 대한 확신이 높아지고 나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혹시 결정이 틀렸더라도 그에 대한 실망감은 다음을 위한 걸림돌도 되지 않는다.      


당신은 지금 어떤 결정을 앞두고 있는가? 

#나보쓰 #라이팅미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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