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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라 오드리 Jul 01. 2021

나꿈시가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주변의 성화에 못 이겨 블로그를 시작한 지 일 년 남짓.

조금 늦게 출발해서 인지 쉬 적응을 하지 못하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낯선 세계에 발을 들이고 제일 적응이 안 되는 건 생소한 단어들이었다.

미라클 모닝이 그중 단연코 1위였는데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워낙에 아침형 인간이라 대학 다닐 무렵부터 새벽에 수영을 하고 신문을 들고 도서관에 갔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줄곧 새벽 운동을 쉬지 않았다. 가끔 운동이 부족하다 싶으면 자전거를 타고 수영을 하러 가서 수영이 끝나면 다시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할 정도이니 새벽 운동 사랑이 어지간하지 않다. 


  그렇게 좋아하는 새벽 운동을 쉰 건 출산 후 1년 남짓. 도무지 아이 때문에 어딜 나가서 운동을 한다는 건 꿈도 꿀 수 없었고 하는 수 없이 베란다에서 런닝을 했다. 그리고 코로나 이후 다니던 헬스장을 못 가게 되니 이제는 새벽 산책을 이어오고 있다. 이쯤 되면 내가 왜 단순한 모닝에 미라클이 붙는지 의아해한 건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 별 관심을 가질 수 없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었다. 3~4개쯤 되는 오픈 카톡방에서 100명이 넘는 사람들 가운데 아침마다 외치는 사람은 열명 남짓. 게다가 내가 있는 곳에 많은 사람들이 같은 방에 있으니 이 분들은 새벽부터 여기저기서 아침 인사하느라 참 바쁘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뜻하지 않은 낯가림으로 점점 움츠리고 있었는데 유난히 가깝게 지내던 분이 소수인원으로 나꿈시 신청자를 받는다는 공지를 내셨다. 내 마음의 문을 연 건 바로 소. 수. 인. 원.  


나.꿈.시 - 나를 꿈꾸는 시간


그렇게 6월 한 달 동안 새벽 5시부터 6시 사이에 현재 시간이 찍히는 사진으로 인증을 하고 서로를 북돋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하지가 지난 이후부터는 날이 어찌나 빨리 밝아오는지 6시에 오르던 산을 5시 반에 오르기 시작했고 아침 기상 알람은 새소리로 대신했다. 집 앞 나무에서 지저귀는 새소리는 생각보다 너무 시끄러웠던 것. 일어나지 않고서는 못 배기니. 한편으로는 고맙고 다른 한 편으로는 몹시 짜증도 났다. 


새벽시간 대부분은 산책시간으로 채워졌다. 

하루 중 유일하게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그 시간을 오롯이 숲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하루 계획을 세우고 아이디어를 찾는 일에 집중했다. 무엇보다 내 발걸음에 나를 맡기고 걷는다는 행위 자체가 너무 좋았다. 단순히 어떤 한 생각에 집중하지 않아도 다양한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그럴 때면 메모를 하고 더 구체적인 결과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생각을 확장하기도 했다. 


뜻하지 않는 반가운 손님을 만나는 것도 행복이었다. 

자연이 주는 신비로움은 늘 나를 겸손하게 만든다. 4월 마지막 주 벚꽃이 흐드러지더니 5월 첫 주에는 숲길이 눈이 쌓인 듯 황홀함을 자아냈고 6월 중순 즈음 여름으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코끝을 간지럽히던 상쾌함이 진득한 더위와 습기를 머금고 가끔 내 몸을 무겁게 만들기도 했다. 때때로 만나는 오색딱따구리는 부지런히 나무를 쪼아댔고 여기저기서 갑자기 날아오르는 꿩은 가끔 몸을 움츠리게 만들었다. 이른 아침 달콤한 잠의 유혹을 이겨낸 내게 주는 선물은 너무나 과분했다. 


새로운 인연을 이어가다.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사람들과 아침마다 딱딱한 문자로 인사를 나누는 일이 처음에는 무척 낯설었다. 단 세 글자. 미모닝~ 누군가는 모니터와 차 한 잔을 또 누군가는 이제 막 걸음을 시작한 듯한 두 발을 그리고 두 페이지 가득 정제된 필체의 노트를 올리기도 했다. 이 아침 그들이 올린 사진 한 장으로 오전 시간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고 혹시나 늦은 미모닝을 외친 이를 걱정하기도 했다. 그리고 한 달이 다 채워질 즈음 우린 아주 끈끈한 아침 이웃이 되었다. 


경쟁하며 사는 치열함이 아닌 공존하며 사는 희열을 추구하자

나의 경쟁상대는 타인이 아닌 오로지 나. 새벽 운동을 시작한 건 살을 빼겠다는 목표였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고3 시절 불려놨던 내 몸이 너무 싫었고 어떻게든 가냘픈 여대생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가냘프지 않다. 그나마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검진 결과지가 두렵지는 않은 정도이다.  요즘 필라테스 좀 했다 하면 찍는 프로필 사진도 도전할 용기도 없다. 그냥 너무 지치지 않도록 내가 좋아하는 새벽 운동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다면 하는 소박한 희망사항 정도 있을 뿐. 나는 나 스스로와 적당히 거래하며 즐겁게 살고 싶다. 


나꿈시 - 나를 채워가는 시간

한 달을 꼬박 매일 5시 반에 산책을 한다고? 아니다. 나도 주말에는 늦잠을 좀 자고 비가 제법 많이 내리는 아침은 책을 읽거나 이렇게 글을 쓰기도 한다. 어김없이 7월의 첫 나꿈시는 브런치 글을 쓰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이렇게 채워진 새벽시간들이 혹여 미라클이 되지 못해도 괜찮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나를 찾는 온전한 쉼표가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p.s. 사진은 나꿈시- 하늘맑은 님이 올려주신 어느 새벽의 하늘

      중간의 명언은 오늘 나꿈시 빛그루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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