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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솔 Apr 14. 2024

우리는 언제쯤 1인분을 할 수 있을까?

엄마와 팀플로 만드는 앙금꽃케이크

엄마와 나를 너덜너덜하게 만드는 일이 있다. 앙금플라워가 올라간 떡케이크를 만드는 일이다. 케이크 하나를 만들고 나면 엄마 얼굴에는 핏기가 사라지고, 내 눈은 공허해진다. 떡 공방에서 앙금플라워케이크 주문을 두려워하다니… 말하면서도 부끄러운 우리는 정말 초보 사장이다. 


감탄을 부르는 비주얼을 자랑하는 앙금플라워케이크는 감각과 기술의 집합이다. 짤주머니에 적당한 모양의 팁을 끼우고 적절한 힘 조절로 아름다운 꽃 한 송이를 피워내고, 여러 가지 꽃 조합을 고민해서 케이크 위에 꽃이 어우러지게 배치해야 한다. 앙금이 묽어서 섬세하게 작업하지 않으면 모양이 쉽게 망가지고, 배치를 잘못하면 꽃을 잘 만들고도 어딘가 엉성한 케이크가 되고 만다.


오픈 3개월 차, 케이크 주문을 소화해 내기 위해서 엄마와 나는 각자 가진 재능을 합체했다. 앙금케이크 창업을 1년 정도 준비한 엄마에게는 기술력이 있으나 꽃 배치가 너무 어렵고, 10년 가까이 그림을 배운 내게는 색과 배치를 잘할 수 있는 감각이 있으나 꽃을 짜는 기술이 없으니, 엄마가 꽃을 짜서 올리고, 내가 앙금 조색을 하고 케이크 위에 올릴 디자인을 구상하는 방식이었다. 서로의 단점을 커버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완벽한 팀플 전략이었다. 엄마가 매끄럽게 짠 꽃을 집으면 나는 케이크 위에 놓을 위치를 짚으며 이 꽃이 예쁠지 저 꽃이 나을지 서로 의논하면서 조심스럽게 케이크 위에 꽃을 수놓아 케이크를 완성했다.


서로의 재능을 합체했지만, 만들어 본 케이크가 많지 않으니, 일이 익숙하지 않아 케이크 하나를 완성하는 데 시간이 한참 걸렸다. 몇 년 차 떡 공방 사장님들은 2시간 정도면 만든다는 케이크를 우리는 두 명이 장장 4~5시간을 가까이 꽃을 짜고, 떡을 찌고, 꽃을 올려 케이크를 완성하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케이크를 완성하고 나면 에너지를 모두 소모해 버려서 정말 퇴근하고 싶었다…. 떨리는 손을 붙잡고 겨우겨우 꽃을 올려서 픽업시간을 아슬하게 맞춘 케이크를 완성하고나면, 작업대에 널려 있는 도구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긴장이 풀려 밀려온 울먹임을 애써 누르며 고생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하필 우리는 책임감도 강하고 실수에 관대하지 못한 성격을 닮아버려서 케이크를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만들었어도, 손님에게 전달해 드리고 나면 더 잘 만들어드리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남았다. 기쁜 날을 축하해주기 위해 준비하는 소중한 마음을 앙금꽃케이크에 담아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엄마 우리는 언제쯤 1인분을 할 수 있을까?”

“그러게, 나도 잘하고 싶다.”


“그래도 우리 둘이 힘을 합쳤으니까 이만큼 한 거지.”


엄마가 없었다면, 내가 없었다면 만들지 못했을 케이크가 어느새 10개나 되었다. 다른 공방 케이크보다 자세히 뜯어보면 조금 허접할지 몰라도 두 명이 애써서 만든 만큼 우리 케이크에는 정성만큼은 가득 담겨있다. 앞으로 주문해 주신 분들께 더 예쁜 케이크를 드리기 위해서, 사업적으로 말도 안 되는 제작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부단한 연습이 필요하다. 우리가 서로의 단점을 잘 보완해 줄 수 있어 다행이었으니 이제는 서로 같이 부족한 점을 보완하며 성장해 나갈 일만 남았다. 내일은 엄마 옆에 나란히 앉아 함께 앙금꽃을 연습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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