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리솔 Apr 07. 2024

일희일비 하지 말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매출이 없는 날이 반복될 때


떡 공방 창업에 관해 처음 알아볼 때쯤 공방 창업 9년 차 대표님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공방 9년 해보고 알게 된 당장 하지 말아야 할 4가지“ 본격적으로 공방 출근을 하기도 전이었는데 그 중 일희일비하지 않기라는 말이 기억에 강하게 남았다. 감정 일기를 막 쓰기 시작한 때라 기분이 들쭉날쭉하며 하루, 이틀, 인생이 흘러가는 모습이 정상이라는 걸 막 느끼던 참이었다. 장사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잘되는 날도 있고, 안되는 날도 있겠지. 앞으로 사업을 하는 데 있어 핵심이 되는 중요하고 든든한 가르침을 얻은 것만 같았다.


그리고 공방 운영 3개월 차,

나는 날마다 일희일비하고 있다.


일희일비하지 않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오히려 첫 달은 그저 많이 감격스럽고 조금 서운한 정도의 ’희‘가 강한 일희일비에 가까워서 그나마 괜찮았다. 만든 떡이 다 팔린 날에는 엄마와 서로의 손을 부여잡고 좋아할 정도로 기뻤고, 손님이 하루도 없는 날에는 엄마의 표정에 그늘이 실시간으로 드리워지는 모습을 보면서 일희일비, 일희일비를 주문처럼 되뇌었다. 조금 슬퍼도 먼저 상황을 다독일 힘이 있었다.


”엄마 떡 공방 9년 차 사장님이 그랬어,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알아, 근데 어떡하겠어…사람인걸... 떡이 다 그대로 남는데, 너무 슬펐어.“


두 번째 달에는 배달로 소매도 같이 하고, 단체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일비가 더욱 묵직하게 다가왔다. 한 번에 30개씩 떡을 만들다가도 어떤 날은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떡집이 된 것처럼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배달은 어쩌다 한 번씩 주문이 들어와 배달의민족 주문! 이라는 알림이 좀처럼 적응할 수 없는 엄마와 나를 놀라게 하는 발작 버튼이 되어버렸다. 돈의 맛(?), 일하는 맛을 알고 나니 일이 없는 날이 더욱 슬프고 막막했다. 이제 막 시작한 사업이 당장 망하지는 않을 테지만, 망하지 않고 오랜 시간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불안이 밀려왔다. 내 가게를 운영한다는 건 노를 젓는 사람도 키를 움직이는 사람도 사장이기 때문에 막막하면 무엇이든 해야 했다. 일희일비를 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일희일비에 타격받지 않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당장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1. 지금 당장 매출이 없어도 이 시간은 좋은 상품을 기획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집중할 수 있는 고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2. 메뉴를 생산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에는 메뉴를 다양하게 사진 찍어 홍보한다.

3. 부딪쳐봐야만 알 수 있는 동네 상권과 가게 운영 방식을 파악하는 소중한 투자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4. 이제 막 창업을 시작한 가게는 새로운 시도, 방향 전환을 민첩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온라인 스토어를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시간으로 활용하면 된다.



이렇게 상황을 돌아볼 기회가 생긴 건 나보다 오랜 시간 인생을 버텨 온 엄마가 제안한 쉼 덕분이었다. 2주 연속 토요일마다 가게에 주문 제작 건을 찾으러 오는 손님 말고는 매출이 없어 창밖에 쏟아지는 밝은 봄빛을 보며 엄마와 무거운 한숨으로 가게를 어둡게 채울 때였다.


“우리 주말에는 주문 제작 건이 있을 때 말고는 당분간 토요일은 쉬어가는 게 어때?”


엄마의 제안에 단번에 동의할 수 없을 때, 나는 곧바로 거절하는 대신 일단 들었다는 표시는 하고 대답하지 않았다.

기회는 흘러가기 전에 잡아야 한다, 최선을 다해야한다, 늘 달리기만 하는 20대를 보낸 내게는 매출 한 건이 아쉬울 때 토요일마저 쉬는 게 좋은 선택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다가 또 손님이 없던 날 가만히 앉아 어떤 상품을 개발할지, 광고비는 얼마나 언제 쓸지 고민하다가 완전히 울상이 된 모습을 엄마에게 그대로 보여주고 만 날, 엄마의 지혜로운 판단을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가게를 잘 되게 하고 싶어 하고, 기회를 놓치는 걸 아까워하는 거는 알겠는데, 다른 공방들도 자리잡는 데 시간이 걸렸을 거야. 우리에게는 시간이 좀 필요해.“


덕분에 토요일 낮 공방을 벗어나 공간의 분위기를 바꿔 카페에서 공방 생각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 다른 영감을 얻으며 일희일비한 지난날들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일희일비 하지 않는 방법은 모르겠지만, 덜 할 수 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조금 알 것 같았다. 아는 것과 하는 것은 또 다르겠지만, 엄마와 함께한다면 서로 무게 중심을 잘 잡아줄 수 있을 테니까,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우리는 조금씩 나아가면 된다.



이전 05화 엄마는 사장님, 그리고 나의 선생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