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천 원입니다

by 소로소로

카카오 페이스톡이 울린다. 엄마의 영상통화는 한결같이 아이들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띠똥_

얼굴이 떠야 하는데 웬 강아지가 빼꼼 얼굴을 들이밀자 좋다고 소리를 지른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둘째가 매번 노래 부르던 강아지 타령에 동네 할머니집에서 구경만 시켜 주더니 사달이 난 거 같다.



주섬주섬 옷을 입고 아이들과 친정집으로 출동했다. 그곳엔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다. 아이들은 귀엽다 키우자 하고 난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친정엄마는 키우는 것이 아니고 일주일만 빌려왔다 하는데 내 촉은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 찬찬히 바라본 강아지 꼬리에 피부병도 있고 발도 통통한 토종 한국 누렁이의 거대함이 오버랩되었다. 엄마 절대 안 된다 얘 지금은 귀여운데 많이 커질 거야 꼭 일주일 뒤에 보내라며 신신당부했고 엄마는 알겠다며 걱정 말라했다.



다음날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카페로 가보았더니 낑낑 우는 소리가 한가득이다. 엄마가 출근한 그 시간부터 울기 시작해서 돌아오기 전까지 울어대고 그 소리에 나도 스트레스가 하늘을 찔렀다. 퇴근한 엄마에게 일하는 사람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부터 아프면 돈도 많이 들고 먹는 거 챙겨주려면 여행도 못 가는데 어쩌려고 이러냐 잔소리로 시작해 작은 애완견도 아니고 저 똥개는 많이 클 텐데 어쩌자고 들였냐 정말 빌린 거 맞냐는 쉴 새 없이 질문 아닌 정해진 답으로 쏘아 댔다.



말은 그렇게 했는데 딸에게 검사받으며 동물 키우는 기준을 내가 정하고 평해야 하나 미안함이 밀려왔다. 엄마의 말에 따르면 어디 공장에서 키우던 개가 새끼를 낳았는데 아무도 안 가져가고 5마리나 덩그러니 있다며 불쌍해 데리고 왔다고 했다. 하.. 한숨아 우리 집은 항상 누가 키우다 버린 개 고양이를 참 잘 받아다 키우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그만뒀다. 이번에 또야? 어쩌려고 이렇게 불쌍하다고 덥석 받아왔어. 결국 그래도 돌려주라는 말로 마무리했다. 한참 뒤 엄마는 깨끗하게 씻겨서 털을 바싹 말려주고 영상전화로 너무 순하다고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셋째 날 고요하다. 이 녀석 적응을 한 건지 낑낑거리지도 않고 꼬리를 살랑살랑 거린다. 일부러 정을 주기 싫어서 만지지 않았는데 한번 쓱 해주니 입 꼬리가 올라가는 헛것이 보인다. 미안 난 내려가볼게 애써 발길을 돌렸다.







카페에서 일을 하다 잠깐 짬이 나 몰래 구경을 갔다. 아가는 아가구나 집 말고 따뜻한 햇살맛집에 곤히 자는 모습이 귀엽긴 하네 집 안에서 크는 애완견이었으면 다른 집에서 더 사랑받고 클 텐데 왜 누렁이로 태어나서 선택받지 못할까 아쉬움이 밀려왔다.



어떻게 소식을 들었는지 엄마 친구가 사료를 들고 왔다. 강아지 접종과 약은 먹였냐는 소리에 우리 엄마 강아지 접종 같은 거 해본 적이 없다고 했더니 아줌마가 놀란다. 무식하다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솔직히 요즘 트렌트에 맞춰서 애지중지 키울 자신도 없고 비싸고 좋은 접종이나 아프면 병원비가 왕창 깨지는 일이 생길까 봐 다시 돌려주려고 했던 건 사실이었다. 그러다 이 녀석이 충주에서부터 올라온 시골 공장 출신에 다시는 못 돌아간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결국 운명적으로 키워야 함을 인지하고 받아오지 말지라는 혼잣말이 나왔다.



2층 베란다에 있던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심심했을 강아지를 살포시 안고 1층으로 내려다 주니 깡충깡충 뛰어다닌다. 저 멀리 구석 제일 더러운 곳에서 오줌을 싸더니 똥까지 싼다. 와우!! 강아지 생후 두 달 똑똑하다. 배변 훈련을 스스로 함에 기가 막혔다. 넌 정말 우리 집에서 크려고 작정을 했구나.



어차피 엄마가 키우는 것인데 내가 왈가왈부 문제는 아니었다. 접종유무와 중성화수술 기타 등등 누렁이를 위한 걸 잘할 수 있는 사람만이 동물을 키워야 한다는 건 내 기준이다. 이 기준이란 게 합당한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 건 새벽에 우연하게 본 영상 때문이었다. 올라온 영상엔 간택이라는 단어로 어린 고양이나 강아지가 떠돌면 데리고 와 키우는 영상이다. 발견했다고 올라온 영상에는 무조건 키우라는 식의 댓글도 있었는데 이번 영상엔 정말 털이 하나도 없는 새끼 6마리가 포대자루 아래서 올망졸망 모여있었다. 아무리 봐도 무슨 동물인가 꼭 갓 태어난 판다새끼 같이 빨갛게 버둥거려 안쓰러웠다.



댓글을 읽다 보니 이 동물도 간택당한 거니 키우시라는 말이 쓰여있는데 뭔가 뉘앙스가 비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알고 보니 그 동물의 정체는 쥐였다. 사람들은 당장 죽이라고 했다. 물론 쥐는 당연하게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친정집에 있는 누렁이가 생각났다. 다 같은 생명인데 존중받고 아니고 누군가에게 간택되고 버림받는 건 한 끗 차이구나. 그렇다면 오롯이 정성껏 케어를 할 수 없다면 유기견 센터에 보내 선택되지 않으면 죽어야 하는가 아니면 집안이 아니라 밖이라도 버림받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정들까 봐 이름도 지어주지 못한 아이야. 우리 집에 오면 네가 나가지 않는 한 늙어 죽을 때까지 같이 살 거야. 비록 집안에서 살 수 없고 다른 애완견처럼 동물병원에서 미용을 받고 좋은 케어를 받을 수는 없지만 앞으로 잘 지내보자. 누렁이라서 밖에 같이 산책 가기 창피하다고 말해서 미안해. 그런데 말이야 너의 발을 보면 상당히 커질 거 같아 불안하긴 해. 앞으로 건강하게 자라렴. 다섯 마리 중 제일 먼저 선택된 행운이 가득한 너의 이름은 오늘부터 해피란다.



강아지를 가져올 때 옛 어른들은 적은 돈이라도 주고 왔다고 한다. 이유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라는 미신 같은 전설이 있다. 친정엄마는 강아지를 천 원에 사 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