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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소로 Feb 18. 2023

그렇게 첫사랑을 만나다.

때가 되면 다 된다는 말은 믿지 마세요




이 정도면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콤콤이는 뱃속에서 나올 생각 없이 고요하다. 만삭에 몸으로 이사 다음날 아빠가 돌아가시고 한 숨 돌릴 틈 없이 3일장을 치르고서야 집으로 돌아와 아이의 존재를 확인한다.

어디서 들은 건 있어서 막달에 태동이 없으면 문제가 있다고 했으니 배를 찰싹찰싹 때려보고 눌러보니 그때서야 조금 꿈틀 "나도 피곤하다 어미야 걱정 말고 있어라" 수고했다 이제 고만 쉬자 알려주었다. 




40주 2일이 되어서 산부인과를 향했다. 태동 검사를 하는데 간호사가 왔다 갔다 분주하다 불안스럽게 왜 저러나 싶어서 기다리고 있으니 지금 진통이 온 건데 모르셨냐고 한다. 평소에도 생리통이 심한 편이라 참을만하다고 애는 처음 낳는 거라 이 아픔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었다. 의사 선생님은 지금 입원을 해도 되고 편하게 집에서 있다 심해지면 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선택하라고 했다. 몸만 덜렁덜렁 왔기에 집에 가서 나중에 온다고 말씀드리고 집으로 향했다. 




신랑이 오자마자 긴장이 풀렸는지 허기가 밀려왔다. 애 낳고는 당분간 기름진 거는 먹지 않는 게 좋다고 했으니 햄버거세트를 야무지게 시켰는데 배가 아파서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어 먹다 말고 똥 마려운 강아지 마냥 집 안을 왔다 갔다 빙글빙글 돌았다. 

고통을 잘 참는 편이었지만 6분 간격으로 아프기 시작하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 정도면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아 가방을 챙겨 나서면서 산부인과 근처 스타벅스에 들렀다. 친구들이 말하길 모유수유하면 커피를 못 먹는다고 마지막으로 시원하게 마시고 가라고 조언한 게 아픈 와중에도 생각났다. 




웬 만삭의 임산부가 다리를 배배 꼬며 "캐러멜마키아토 하나 주세요" 말하는데 창피하기도 하고 이 와중에 먹을 거 기똥차게 챙긴다 싶었지만 머릿속은 온통 언제 또 먹을지 몰라 뿐이었다.

아픔을  참아가며 사온 커피도 다 먹지 못하고 버렸다. 




간호사는 진통 간격에 비해서 자궁문이 많이 안 열렸다고 일단 오셨으니 입원하라고 하면서 방을 안내해 줬다. 남편이 옷을 갈아입으러 간 사이에 나는 침대에 누웠고 너무 고통스러워하니 진통제를 링거줄 라인에 꾹 한방 놔주셨다. "산모님 진통제는 2번까지 놔 드릴 수가 있어요. 그리고 부작용으로 구토가 있을 수 있어요."라고 말하며 유유히 사라졌다.  




한 2분이 지났나 급작스럽게 속이 울렁울렁 구토가 올라왔다. 배에는 태동기가 달려있고 거추장스러운 링거줄과 뚠뚠이 몸으로 휘적휘적거려 봤지만 일어나 지지 않았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우웩~~~~ 토사물이 바닥에 쏟아졌다. 



옷을 갈아입고 온 남편의 동공이 흔들린다. 눈은 이것은 무슨 일이냐 잠시 편한 옷을 입고 왔을 뿐인데 아내가 빈대떡을 만들어 놨다. 저녁에 먹은 햄버거와 캐러멜마키아토를 말이다... 

"오빠 미안 진통제 부작용이 토하는 거래." 

"간호사도 참 알면 좀 쓰레기통이라도 가까이 주고 가지 센스 없구먼" 남편은 멀리 쓰레기 통을 들고 와 치우면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진통이 정말 1분 간격인데 자궁문은 2센티다. 

와 씨 이럴 수도 있나? 출산육아 대백과 사전은 이런 고통을 알려주지 않았단 말이다. 침대 정면에 벽시계는 정말 초 바늘이 한 바퀴 도는 루틴으로 20초 고통이 맥스를 찍고 40초 쉬기를 몇 시간째 반복되어 나는 지쳐갔다. 이 와중에 남편은 존다. 꾸벅꾸벅 미친 거 아닌가 지랄할 기운도 없고 생각해 보면 이사하고 그다음 날 장인어른이 돌아가시고 다음날 새벽같이 출근했다 오자마자 햄버거 하나 맥이더니 산부인과 출동이다. 




요가 선생님이 호흡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친구들은 때 되면 다 된다고 했다. 지금이 그때인데 안된다 호흡 컨트롤을 혼자 못하고 남편에게 같이 해달라고 한들 이양반이 알 턱이 있나. 성의도 없거니와 하다 졸다 하다 졸다 자궁문은 여전히 2센티 진행이 안되니 당직의사 콜도 안 넣어주고 아침이나 빨리 되어라 홀로 주문을 외운다. 



아침이 되어서야 담당선생님이 오셨다. 생각보다 너무 더디다고 일단 관장이란 걸 하고 좀 더 보자고 하신다. 10분을 참으라고 했는데 5분 참다가 화장실로 튀어 들어갔는데 배만 아프고 나와야 할 그분은 나오시질 못했다. 배는 아파서 깡충깡충 뛰고 오두방정 떨고 있는 모습이 아픈 상황에도 민망하고 창피한 걸 보면 그 와중에 체면을 따지고 있는데 소변도 나오지 않아서 간호사가 손으로 소변을 나오게 해 준다. 침대에서 오줌을 싸보긴 처음인데 맨 정신에 굴욕적이다. 




남편에게 수술하까 말까 지킬 앤 하이드처럼 정신이 오락가락 간호사는 진행을 더 시켜 보겠다며 양수를 터트렸다. 누가 내 등에 맥반석 돌이라도 깐 듯한 이 트위스트 안녕! 이런 고통은 처음이지 허리가 뒤틀린다.

간호사가 급해가 나가더니 의사 선생님을 다시 부른다. 양수 색깔이 초록색이라며 아이가 뱃속에서 태변을 봤고 당장 응급 수술을 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입 밖으로 차마 하지 못한 말 "제왕절개 해주세요!" 자연분만은 이미 글렀다는 걸 아는 순간 입에서 환호가 나왔다. 야호!! 콤콤이가 뱃속에 똥 싸줘서 고맙다. 고마워! 넌 효자구나.

진통 다 격고 수술하는 게 제일 억울한 케이스라는데 지금 그런 거 따질 입장이 아니었다. 철이 없는 임산부는 응급제왕절개는 들리지도 않고 희망고문이 끝났다는 게 마냥 좋았다.

수술실까지 등도 제대로 펴지 못하고 구부린 모습으로 어떻게 기어서 들어갔는지 무통주삿바늘은 왜 이렇게 늦게 꽂느냐는 혼잣말 하다가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회복실에서 병실로 옮겨왔다. 몽롱한 느낌과 애를 낳았는데 배는 왜 더 묵직하지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세상에 남편이 바닥에 대짜로 누워서 코를 골고 자고 있다.  정말 대단한 일주일이 아닌가 죽음과 탄생이 일주일에 담기다니 인생 참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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