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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소로 Feb 25. 2023

시크릿_내가 원한게 아니었어요





미스코리아 진 당선 발표처럼 왈칵 뜨거운 눈물이 나왔다. 온라인에 내 존재가 미화되는 것일까 두려움이 생길 정도로 격하게 응원을 받고 있다.

"저요 저요 저도 작가님처럼 도전해 볼게요"라는 댓글테러를 당하고 있으니 두려움과 눈에서 눈물이 흐르지 않을까 심지어 선한 영향력이란 단어는 난생처음 듣는다.




기껏 내가 한 일이라고는 몇 년 전에 시도한 감사와 확언노트가 이루어졌다고 간증 아닌 간증을 했을 뿐이다. 정작 지금 나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새로운 계획을 노트에 구멍 나도록 쓰고 있어도 모자랄 판에 계획도 감사도 다시 준비하지 않았다. 하루살이처럼 겨우 눈을 떠서 아이들을 챙기고 카페에서 근근이 일하다 저녁은 엄마모드로 다시 출근하니 생각할 틈이 있겠는가 에너지 고갈 패전깃발을 흔들기 바빴다. 올해는 안식년 좀 가지면 안 될까 말이 맴돌 뿐 이 시국 형편에 입에서 떨어지지도 않는다.




마누라 글쓰기와 책 읽기에 빠져 있는데 오빠가 고하노니 이제는 돈이 좀 되는 일을 하는 게 어떠냐고 대 놓고 말씀을 하사 눈치와 눈흘김을 날리고 겨우 집어든 카드는 사회복지사 2급! 따서 어떻게든 돈을 벌어보자 다짐한 게 다였다. 나이 먹어서 공부하려니 두려움과 시험, 리포트, 실습까지 쓰리콤보 자신이 없어서 작가님방에 톡을 날렸다. "저 이번에 사회복지사 할래요 도전합니다" 썰을 풀어놨다. 창피해서라도 따겠지 라는 심정으로 타다닥 학사까지(이수보다 학점 관리를 잘해야 한다) 받겠다고 질러놨다.




여차저차 복지를 따서 아동인지 노인복지 쪽인지 고민하던 차야 곁다리로 독서지도사도 따고 싶어졌다.

띵동~ 작가님 중에 독서지도사 있나요? 제가 이번에 그것도 관심이 있는데 어떤지 여쭤 보니 역시나 촤르르 따면 집에서 아이에게 독서지도 하기도 좋고 능력만 된다면 독서지도선생님으로 해도 좋다고 하셨다. 어쩌다 보니 읽고 쓰는 게 취미로 되어버린 이상 이것도 도전! 을 날려본다.






destiny


그 와중에 읽고 있는 시크릿책 자기 개발서라고 적극 추천받았는데 솔직히 개발하고 싶지 않았다. 뭘 자꾸 개발하라는 거냐 일개미처럼 충분히 열심히 살았지 않나 볼멘소리가 나오지만 읽으라고 당장 책을 빌려야만 된다는 알 수 없는 이끌림이 메시지처럼 다가왔다.




지금 당신이 하는 생각이 앞으로 당신의 삶을 만들어낸다.  당신은 생각으로 삶을 만든다. 항상 생각하니까 항상 창조하는 삶을 사는 셈이다. 당신이 가장 많이 생각하고 집중하는 대상, 바로 그것이 당신 삶에 나타나리라.

당신의 인생은 당신 손에 달려 있다. 지금 어디에 있든지 이제까지 어떤 일을 겪었든지, 이제부터는 의식적으로 생각을 선택하여 인생을 바꿀 수 있다. 절망적인 상황 따위는 없다. 모든 상황을 바꿀 수 있으니!

당신은 삶이 선사하는 모든 좋은 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




읽으면서 사이비 종교 같은 이런 글에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고 이런 책은 나도 쓰겠다며 툴툴거렸다. 오호라 어디까지 가보는지 두고 보자 비장한 눈으로 읽어나가며 손은 알림장을 펼쳐 들고 필사하는 꼬락서니를 보아하니 베스트셀러가 맞는구나 책 잘 쓰네 캡처해서 형광펜 그어 추천하는 꼴은 나만 민망한 걸로 하겠다.




사회복지사 수업은 이미 결제를 했고 독서지도사는 반반 아직도 고민 노인복지로 가야 할지 아동복지로 가야 할지 이걸 취득하고 요즘애들 보통도 아닌데 수업이나 제대로 할라나 행여 수업을 한들 잘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밀려와서 돈이 되나 고민까지 더해지는 찰나 핸드폰이 울렸다.




"소로소로야! 엄마한테 전화가 왔는데 수녀님이 엄마랑 이름이 똑같은 사람 연락처를 잘 못 받으시곤 3월부터 한글이랑 독서지도 수업을 맞아 달라는 거야 그런데 엄마가 그런 걸 어떻게 하겠니 잘 못 전화하신 거 같다고 말씀드리면서 우리 딸이 앞으로 그런 쪽으로 공부하려고 하는데 혹시나 맡아서 할 수 있으면 하라고 한다고 말씀드렸어. 너 할 수 있으면 해 봐. 좋은 기회잖아. 엄마 바쁘니까 수녀님이랑 통화해.

"어. 일단 알았어. 내가 통화해 볼게."




순간 나는 멍했고 이것은 거스를 수 없는 숙명임을 알았다. 엄마 이름이 흔한 이름도 아닐 분더러 이 타이밍에 나에게 이런 일이 떨어지리라. 받아들이기로 했다.

수녀님과 통화 후 알게 된 사실은 일반 아이가 아니라 다문화가정이고 올해 학교에 입학한 아이라 손이 좀 갈 거라며 잘 부탁한다고 말씀하셨다. 엄마가 한국어가 서툴러 아마 독서뿐만 아니라 1학년 입학과 6살 동생 그리고 다른 가정에 아이들도 있으니 여건이 된다면 좀 더 돌보아 주기를 희망하셨다. 한글 맞춤법과 띄어쓰기 보다 더 중요한 특명은 한국에서 잘 적응해서 살아가도록 돕는 일을 받은셈이다.



확언하면 이루어진다고 호언장담한 나에게 빠꾸도 없이 직진을 선사한 하느님께 어찌 내가 덤빌지 독서지도사 고민하느냐! 이제 어떤 선택을 할지 그냥 질러버리신 그분께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 나에게 돈 말고 친정엄마의 건강을 빌미로 거래를 했다. 열심히 봉사하겠으니 절대로 친정엄마 치매로 요양병원에 보내는 일은 거두어 달라고 간절히 확언한다.




친정엄마는 당뇨로 몸에 인슐린기계를 달고 계셔서 나중에 요양병원만 가능하기  때문에 엄마도 식구들도 벌써 걱정을 한다.

하느님을 믿지만 주일은 안 지키는 나일론신자라 하느님과 거래를 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나는 너무나 간절하다. 엄마가 치매에 걸리지 않기를 우리 곁에 한결같이 있기를 소망한다.

사실 이 말도 안 되는 일이 왜 나에게 일어났는지 지금 잘 모르겠지만 카페가 잘 되어 물질적으로 도울 거라고 했지만 지금은 물질이 아니므로 받아들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비영리 단체로 내 보수는 없다. 월요일 유일한 휴무는 3월부터 더욱 바빠질 것이다.

확언은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하는 게 좋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나조차도 그것을 잊다니 작가님들 잘 확언하세요. (이 글에 포인트는 이것입니다.)

지금 나는 기쁜 마음으로 시작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힘들면 그때 가서 생각해도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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