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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소로 Apr 07. 2023

동친을 소개합니다

무슨 사이




아파트 생활만 하다가 주택살이 5년 차가 되었다. 남편은 분리수거 주차문제등 아파트를 그리워했고 난 결혼 전까지 주택살이에 익숙해져 있어서 주차문제 (차가 2대 되었서야) 빼곤 아쉬울 게 없었다.

단, 놀이터와 아이친구를 만들 수 없고 학원도 문제가 된다고 친구는 주택살이를 적극적으로 말렸지만 더 이상 2년마다 이사 다니기도 지치고 뛰지 말라고 잔소리에 나도 지쳐갔다.



진품이가 5살이 되어서 숲유치원으로 옮기게 되었는데 차량을 기다리다 한 살 많은 형아를 만나게 되었다. 둘 다 너무 수줍어서 인사를 하기까지 1년에 시간이 걸렸다. 그 시간만큼 우리도 어색함을 1년 견뎌야 했고 서로 둘째가 집에 있는 상태라서 부랴부랴 아이를 태우고 각자 집으로 헤어지기 일 수였다.



그 집 첫째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고 둘째가 유치원에 가면서 조금씩 활동이 겹치는 게 생기자 눈인사만 하다가 이야기도 조금씩 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육아나 생각하는 마인드가 나랑 비슷하구나 느끼고 있었는데 먼저 학원이나 시에서 하는 프로그램들을 잘 알고 있었고 나에게도 권해주었다.



코로나가 심해져서 학교, 유치원에 가지 못하는 일이 생기자 서로 집을 오가기도 하고 장독대에서 미니 수영장을 만들어서 물놀이를 하고 물총도 쏘고 풍선폭탄도 던지면서 코로나를 아이들은 답답하지 않게 보냈고 동네에 유일한 말벗이 나에게도 생겼다.




진품이 명품이는 매운 걸 먹지 못해서 매번 음식이 단조롭고 매운 것에 목말라 있었다. 남편도 항상 늦게 오는데 나 먹자고 따로 음식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럴 때마다 동친(동네친구)은 나에게 음식을 하사해 주었다.


 





딸랑딸랑
신이 내린 천상의 목소리가 들린다.


오늘 김치찌개 했는데 양이 많아서 조금 먹어 볼래요? 맛은 보장 못해요.
닭볶음탕이 조금 짠데 물 좀 넣고 고춧가루 조금 추가하면 먹을 만 한데 먹을래요?
비도 오고 그래서 김치전을 했는데 양이 조금이지만 먹을래요?



미안하기도 부끄럽기도 해서 괜찮은데 조금만 주세요. 말과 행동이 다르게 어떤 걸 하다가도 멈추고 달려 나갔다. 처음이 어려웠지 받다 보니 너무 고마웠고 가끔은 동친의 전화를 기다린다.

차츰 서로 알아가게 되니 아이들 생일에 소소하게 선물이나 기프티콘을 보냈는데 생각해 보니 그건 아이 선물이지 엄마의 선물은 아니었다. 동친이 제일 좋아하는 건 맥주였고 음식을 받을 때마다 맥주를 선물해 주었는데 나랑 맥 취향이 달라서 내 것을 주는 것이 실례라는 걸 나중에 알았다.



생일축하해요!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맥주를 한 박스 사 왔는데 괜찮나요?




그녀가 활짝 웃는다. 음식은 이미 나보다 잘 만드는 걸 알고 있었고 아이들을 재우고 혼술을 즐긴다는 걸 알아서 맥주를 한 박스 사들고 왔다. 동친에게 전화를 걸고 집 앞으로 나오라고 했다.

자랑스럽게 하얀색 흰둥이 트렁크를 열고 맥주를 보여줬다. 프러포즈처럼 풍선이 휘날리고 꽃다발은 없었지만 동친이 활짝 웃고 좋아했다. 소박한 선물에 기뻐해주니 굿초이스구나 기쁘기도 하고 그동안 반찬 나눔 해줘서 고맙다고 힐링타임 즐기시라고 했다.




우린 반찬만 나누는 사이는 아니었다. 아이들 교육과 관심사도 비슷해서 대화를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고 구도심 주택에 살고 있는 애로사항을 나누며 점점 돈독해졌다. 학원차량이 잘 되면서도 원장님 마인드가 중요했고 어떠한 사교육보다 예체능에 힘을 주었다. 활동적인걸 좋아하는 동친의 아이가 수영을 다닌 지 5개월 차가 되면서 본인도 새벽반에 등록했는데 자리가 1개 남았다며 얼른 나도 등록하라고 했다.



얼떨결에 새벽반을 등록하고 생각해 보니 같이 다니면 알몸도 볼 텐데 어쩌나 생각이 스쳤지만 일을 하면서 어깨도 많이 뭉치고 팔이 잘 돌아가지 않는 간절한 몸이 되어있어서 민망함보다 살도 걷어내고 건강함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만하게 본 새벽 6시 수업을 가기 위해서는 5시 25분에 일어나야 한다. 알람을 맞춰놓고도 예민한 성격에 첫날은 5번이 잠에서 깼다.



 

작심3일을 넘기다



30년 만에 받아보는 수영강습은 너무 떨렸다. 상대방의 벗은 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머리를 물속에 박고 할 수 있냐 없냐 기로에 섰고 첫 시간은 긴장 속에 잘 넘어갔다. 어리바리한 아줌마 둘은 새벽에 장대비를 뚫고 서로 잃어 났냐고 전화와 문자를 날리면서 으쌰으쌰 빠지지 말자고 다짐했다.


월수금 3일은 강습 화목은 자유수영인데 동친과 나는 5일을 무사히 마쳤다. 동친은 3개월 안에 자유형을 마스터하는 것이고 나는 슈트 같은 수영복 말고 화려한 무늬에 끈이 얇은걸 입고 물개처럼 돌아다니는 것이 목표이다.


오늘 슬쩍 올라가 본 체중계에 -1kg 되어서 기분이 좋았다. 그도 그럴 것이 새벽 수영을 하기 위해서는 10시 전에 잠들어야 했고 즐겨 마시덕 맥주도 안녕을 고했다. 운동도 하고 자율금주 시스템이 참 마음에 든다.



하나뿐인 동네친구에게
항상 긍정적인 조언과 지금도 괜찮다고 말해줘서 고마워요.
나에게 빨간 반찬들을 주어서 저는 너무 행복합니다.
브런치의 내 글을 알지 못하지만 든든하게 응원해 주고
수영장으로 이끌어 줘서 또 다른 삶을 살게 해 줬네요.
평생 운동과 담을 쌓았는데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어요.
앞으로 우리 사이좋게 지내요. 건강하자고요!  나의 하나뿐인 동친 고맙습니다.






사진출처_오아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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