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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소로 May 02. 2023

별빛이 내린다

세종대왕님 가라사대



그녀에게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딱히 가르치지 않아도 책 읽기 받아쓰기 연산을 오케이 100점을 무난하게 해냈던 오빠의 모습을 보고 자라온 그녀 오빠처럼 모든 공부가 저런가 겁먹고 있었다. 아니야 틀려도 괜찮아 아직 너는 안 해도 되를 외치며 책 읽기를 더 힘주어하기로 했다.



7세 한글 완성 문제집을 이거 저거 사보아도 그녀의 까막눈은 나아지지 않았다. 신기하게 책은 읽어준 것들은 모조리 외워서 다음장에 뭐가 나오는지 알고 있었다. 읽어주기 귀찮은 날 뛰어넘어 2장을 한꺼번에 넘긴 날은 귀신같이 눈치채곤 엄마 거기가 아니지라며 핀잔을 주었다. 영어책도 똑같아서 대충 넘기는 법이 없었는데 어찌하여 알파벳 대소문자는 정확하게 아는데 한글은 이리도 더딘지 가르쳐 주는 나도 맥이 빠졌다.




키즈노트가 띠롱띠롱 다음 주부터 받아쓰기가 실시되오니 가정에서 미리 학습을 하라는 안내문자가 울렸다. 남편과 내가 까막눈을 탈 출 시킬 수 없다면 유치원에서 시켜주리라 믿고 안내문자를 무시했다. 주위에서 다들 학교 가면 다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나중에 더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으니까 걱정 말라고 했다.




둘째  명품이 받아쓰기




별빛이 내린다 샤랄라



엄마 나 오늘 받아쓰기 시험 봤는데 별 받았어!
오.. 그래? 우리 명품이 별 받았어? 잘했네.
엄마 나 오늘 받아쓰기한 거 왜 안 봐?
어.. 어 그래 줘봐 엄마가 봐줄게.
.......................
꿈벅 꿈벅 (명품이)
별이... 그 별이 아니네.. 허허허




그랬다. 그녀는 다 맞아서 큰 별을 받아 온 것이 아니라 비를 내리기엔 홍수급이라 선생님께서 별을 내려 주었다. 명품아 근데 시험 보기 전에 연습 안 했어? 선생님이 그냥 시험 봤나 보다. 아냐 엄마 써보고 한 거야.

더 물어본 내가 잘 못이었나. 이 와중에 옆에서 진품이 가 한마디를 날린다. 그래도 10점은 받아오지 다 틀린 건 좀 그러네. 명품이 입이 삐죽삐죽 오매불망 오빠바라기인데 빵점이란 소리 들었으니 마음이 별로였는지 소리 빽 날리고 다른 데 가버린다.



때가 되면 한다는 말은 어른들 세계에서 통하는 것이었다. 명품이 도 다른 아이들처럼 동그라미를 받고 싶었을 거라고 짐작한다. 아이들은 누구나 칭찬받는 걸 좋아하니까 말이다. 유치원에서 다른 원보다 영어 시간이 조금 많아서 알파벳은 금방 떼고 좋아했는데 한글은 유독 어려워했고 제일 취약했던 숫자가 한글보다 치고 올라왔다.



7살 진품이 받아쓰기



2년 전 진품이 받아쓰기 공책을 펼쳐 보았다. 판도라 상자도 아니고 문장이 나오고 웃음이 터졌다. 같은 배속에서 나왔는데 많이 다르구나 심지어 같은 유치원인데 허허허 웃음이 나온다. 평소에 아이 둘을 비교하지는 않지만 우리 부부는 둘째에게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노래처럼 불렀다.



둘째가 첫째보다 능한 것은 눈치이다



엄마 그 말 별로야 하지 마. 왜 난 건강하게만 자라라고 하는 거야? 기분이 별로네. 신께서 공부머리 보다 눈치를 더 챙겨 주셨다. 휴.. 다행 아닌가 공부도 공부지만 눈치 없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얼마나 별로인지 나는 알고 있다. 그래그래 우리 명품이 건강도 하고 공부도 잘하고 공주님 되어서 왕자님도 만나야지.



명품이 도 100점이 얼마나 맞고 싶을까 생각하니 미안했다. 오늘부터 받아쓰기 미리 공부하고 가자 그러면 시험 볼 때 쉬울 거야. 엄마가 불러줄게 써보고 모르는 거 다시 알려줄 테니까 해보자.



1번 차 2번 파
엄마!! 그렇게 쉬운 걸 부르면 어떻게 해 난 2단계야
뭐...?
그 정도는 나도 알거든 (알긴 뭘 알까? ㅎㅎㅎ ) 2단계 불러
알았어 1번 감 2번 강
1번 감 2번 강이라 말하고 (지)라고 쓴다.




명품아 근데  강이라고 불렀는데 지라고 쓰면 엄마가 참 난감하네. 가라고 쓰면 그런가 보다 할 텐데 어떻게 ㅈ이 나올까 우리 딸. 본인도 웃겼는지 ㅋㅋㅋㅋ 웃어넘긴다.



세종대왕님은 한글을 만드실 때 백성이 쉽게 읽으라고 만드셨다는데 예외도 있구나 다시 더 쉽게 만드셔야 까막눈들이 탈출하지 않을까 싶다. 오늘도 나는 가슴을 부여잡고 차분하게 가르쳐 보려고 하지만 잘 안된다. 자기 자식을 가르치는 건 맘대로 안된다는데 알면서도 이렇게 어려울 일인가 얼마큼 더 떡을 썰어야 한석봉이 는지 이 또한 추억으로 남아서 어릴 쩍 넌 이랬노라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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