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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소로 May 13. 2023

갓생 하기 딱 좋을 나이




나이가 든다는 것은 최신음악, 핫아이템, 지금 뜨는 연예인만 모르는 것이 아니다. 젊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신조어까지 모른다면 같은 하늘아래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확률이 아주 높다는 걸 뜻한다. 삶에 있어서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내 삶은 내가 정하고 나아가면 되는 거야라고 생각했다. 살다 보니 뭔가 귀를 닫고 있는 느낌이 들고 아이가 초등2학년이 되면서 모르는 말이 늘어가면서 안 되겠다. 방관하지 말고 물어보고 좋지 못한 말들은 본래 말들로 바꿔주는 게 좋겠다 싶었다. 아이도 새롭게 받아들이는 말들은 좋고 나쁨 없이 표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갓’(God) ‘생’(生)



부지런한 삶을 의미하는 신조어

‘갓’(God)과 ‘인생(生)’을 합친 합성어로, 부지런하고 생산적인 삶 또는 일상에서 소소한 성취감을 얻는 일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 생산적인 삶을 칭하는 MZ세대의 유행어로, 학업 및 운동 등을 열심히 하는 것을 아울러 말한다.



처음 갓생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착착 감기지도 않고 이질감이 느껴졌다. 갓(God) 생(生) 신처럼 살라는 건가? 지금도 충분하게 열심히 살고 있는데 신처럼 살라고? 뭐야... 마음에 투덜거림이 울렸다. 

글쓰기를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나가니 점점 갓생에 반열에 올라간 거 같았다. 책을 읽어야 생각이 돌아서 글이 나오고 쓰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되었다.




인스타에 책소개 피드를 보다가 릴스에도 빠졌는데 거기 올라오는 젊은이들 몸과 자기관리하는 아줌마를 보고 있자니 솔직히 부럽고 몸이 예뻐서 하염없이 바라봤다. 나도 슬쩍 발 담그고 시작했다. 하다 보니 부정적이던 생각들이 점점 짧게 머릿속을 맴돌고 잡생각이 자리 잡을 틈이 없이 시간을 쪼개서 서 쓴다. 일찍 일어나고 잠드는 루틴은 친구들과 관계 맺음이 없어서 우울했던 감정들까지 날려주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하는 이들이 평온한 마음을 가져다주고 마음을 돌보아 주는구나 이제야 느끼게 되었다. 





욜로

                                                        [ You only live once! ]

                                     인생은 한 번 뿐이니 후회 없이 이 순간을 즐기며 살 것




몇 년 전에 유행했던 욜로 너도나도 한 번 뿐이니 후회 없이 이 순을 즐기며 살자가 번졌던 시기 오히려 더 불편하고 번아웃의 나락으로 떨어졌는지 맞지 않는 블록을 어떻게 서든 끼워 넣으려고 부단히 노력했을 때 갓생을 알았더라면 몇 년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을 뿐더러 지금 갓생을 내가 주도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갓생에서 최고는 생산적인 삶을 지향한다. 일도 육아도 남편과의 트러블도 능구렁이 마냥 넘길 수 있는 스킬이 생겼다는 것이다. 살아보니 요령이라는 것들이 생겨나서 네가 욱하면 나도 욱한다 쌈닭처럼 바락바락 거리던 마음이 사라졌다. 상대편이 나불나불 말할 때 귀담아듣고 마음에 새겨서 말을 해주는 센스를 발휘한다. 



한 달에 두 번 진품이 가 영재원 수업을 남편과 같이 간다. 점심을 먹고 한 숨 돌리고 출발하면 되는데 라면을 끓여서 주자마자 속이 좋지 않다고 라면을 거의 먹지 않고 수업도 못 가겠다는 전화가 왔다. 남편의 말에는 이미 화가 차 올라서 씩씩 거림이 느껴진다. 20분만 더 기다렸다가 아프면 수업 말고 병원에 가라고 해줬더니 버럭 짜증이다. 아마도 일정이 꼬여서 화를 내는 거라 짐 착하건대 이 화를 나에게 전화해서 할 일인가 싶었다. 



오빠 왜 화가 난 거야? 

라면 먹고 준비해서 나가야 하는데 갑자기 속이 안 좋다고 저러고 있으면 어쩌란 거야!

아니 배가 뭐 예고하고 아픈 거도 아니고 속이 안 좋을걸 진품이 가 어떻게 해.

네가 20분 기다렸다가 상황 보고 가라고 하는 게 화가 나서. 20분 뒤면 바뀌는 것도 아닌데 왜 20분 뒤에 가라는 거야?

일하는 사람에게 할 소리 인가 내가 같은 공간에 있으면 판단을 하겠지만 오빠가 돌보는데 그 정도는 오빠가 판단해야지. 전화해서 어떻게 하냐고 조언을 구한 거 같아서 대답해 줬는데 화낼 일도 아니고 애도 아프고 싶어서 그런 것도 아닌데 그렇게 말하면 오빠 마음이 더 편한지 모르겠어. (하... 또 시작이군 가끔 의미 없는 복수 같은 버럭거림이구나 머리를 스쳤다)




작년에 나라면 같이 화를 내고 끝까지 싸웠다. 갓생을 살고 있는 나는 의미 없는 지저귐은 과감하게 패스한다. 20분 뒤 누구러진 목소리로 아이와 병원에 다녀온다는 말을 하며 차분해진 남의 편 목소리가 전화기로 흘렀다. 아마도 끝까지 싸웠더라면 차분해진 감정으로 이 글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노트북을 닫았을 것이다. 




갓생 하기 딱 좋을 나이

마흔, 
갓생 하기 딱 좋을 나이

갓생 하기 딱 좋을 나이


누군가 갓생 하기 좋을 나이가 언제냐고 물어본다면 지금이라고 말하려고 한다. 일과 육아에 절어서 쭈구리 삶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삶을 조금 비틀어 멋있는 취미가 아니더라도 하고 싶은 것 한두 가지 시작하기 딱 좋을 나이. 실패하거나 안 맞으면 언제든지 다른 길로 갈아타기 좋고 화려한 A+는 아닐지언정 뭐든 집적거리기에 안성맞춤 마음에 소리에 귀 기울이는 마흔, 참 좋다.








갓생 하기 딱 좋을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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