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음을 돌봐주세요

by 소로소로




마음이 허 할 때마다 쇼핑이라는 처방전을 내려 치료했다. 사십 평생 살면서 제일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을 때 보상의 처방은 샤넬가방으로 치유했다. 남의 남자의 돈이 아닌 내돈내산으로 뿌듯함을 더해 대견함에 이르렀다. 그 마음은 오래가지 않고 장롱 속이라는 곳으로 내동댕이쳐 돌반지처럼 깊숙하게 들어갔다.



물건을 구매한들 내 주머니 속에서 나간 돈이요. 결국 돌고 돌아 다시 명세서만 남아버리니 기쁨은 알코올처럼 쉽게 흡수되고 사라져 숙취처럼 찜찜한 속만 남았다. 그 현명함을 얻고 대신에 재미없는 삶도 함께 따라왔다. 재미가 없다기보다 무미건조하달까? 모든 것들이 가족에 맞춰졌고 나는 항상 마지막이었는데 가족에 나도 포함된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쇼핑이 주는 기쁨이 오래가지 못하는 걸 깨달은 후 꿀꿀한 마음이 들 때면 소소한 기프티콘을 날렸다. 그래 봤자 커피쿠폰 정도 였는데 상대방이 기뻐하는 걸 보고 있으니까 쏠쏠하니 기분이 좋았다. 넉넉한 음식이 있을 때면 동네친구를 소환에 주기도 하고 아이들 물건을 살 때면 그 집 거도 하나 더 주문해서 쓱 내밀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돌봄 선생님 학원선생님에게도 디저트 박스를 선물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항상 고마워하며 아이를 더 챙겨주는 느낌까지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마음마저 무너져 버렸다.

마음이 왜 무기력해졌는지 알 수 있다면 더 좋을 텐데 방법이 없고 얘들아 작가님들도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 더 내려앉았다.



have one's back

돌봐주다를

네이버에 검색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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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받쳐주다

지지하다, 편이 되어 주다




분명 같이 글쓰기를 하고 책을 읽고 나누고 지지하는 사람이 있음에도 이런 마음이 더 혼란하다.

문득 제일 가까운 가족은 나를 지지하는가? 남편은 나의 삶을 응원할까 반대로 나는 남편을 응원하고 지지하는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매일 눈을 마주치고 있지만 조금은 먼 당신 같다. 온전히 나를 이해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하루의 대화하는 시간은 5분이나 될까 싶다.




오늘은 남편으로 인해 마음이 더 불편한 날이다. 옛날 같으면 화를 내고 전화기로 다다다 했을 텐데 그마저 동하지 않아 카톡으로 몇 문장 남기는 게 다였고 되돌아오는 답은 없다. 그는 할 말이 없으리라.

아침에 책을 보려 했던 마음이 뒤집어져 책에 눈길이 가지 않는다. 마음이 쓰이는 작가님을 소환해서 가벼운 대화와 내 푸념을 조금 나누었다. 그녀와 나는 조금 나아졌을까 그런 생각이 스치고 다시 내 할 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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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마음은 다시 선물 꾸러미를 포장했다.

진품이 피아노원장님께 전화를 걸어 픽업 가는 길에 치즈케이크를 포장해 뒀으니 꼭 가져가시라 말씀드렸다. 상자를 보는 내 시선에 애잔한 마음이 드는 걸 보니 혼란한 마음은 당분간 잡힐 길이 없나 보다.




마음 돌봄


몇 주째 눈길이 가는 단어

신호가 왔다

당신의 마음을 돌봐주세요




쉬고 싶은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바쁜 일들이 지나가면 될 꺼라 생각했는데 그것은 경기도 오산인가 보다. 이 썰렁한 글을 쓰고 있음에도 웃음이 안 나온다. 내 마음을 돌봐줄 그 무엇 혹은 다시 달리게 하는 에너지를 가득 넣고 달리고 싶다.



간사한 내 마음 어쩌면 나도 선물을 기다리고 받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내 마음아 돌아와 주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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