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새벽오픈런을 했던 적금상품이 있었다. 5년 만기 상품으로 이율이 5.5% 새벽같이 은행 앞에 동네부모님들 줄 세우고 낚시의자와 두껍디 두꺼운 패딩 담요까지 동원하고 서울은 선착순으로 가입이 가능했던 차곡차곡 적금이다. 그 난리를 치고 가입했던 진품명품이의 통장을 해지하러 갔다.
아이들 통장을 해지하는 건 서류준비가 번거롭다. 가족관계증명서, 기본증명서(상세), 아이통장, 아이도장, 부모의 신분증과 부모동반을 하거나 전화를 연결이 되어야 해지가 가능하다. 열심히 준비해서 1등으로 들어갔다.
어머 이렇게 어렵게 가입한 상품을 해지하세요?
친절한 그녀 내 얼굴이 화끈 뻘쭘하게 한다. 입금도 거의 안 했고 돈이 필요해서요라고 짧게 대답하고 서류를 내밀었다. 고객님 기본증명서가 일반이 아니라 상세인데 다시 가져오셔야 할 거 같아요. 그냥 해주시면 안 되나요? 직원은 친권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알아야 한다며 빠꾸를 날려줬다. 생소한 동네 행정복지센터까지 터덜터덜 걸어가서 발급비를 내고 발급했다. 내 잘못이지만 짜증이 날만도 한데 발급비를 지불하고도 투덜거림이 없는 나를 칭찬한다. 오호! 성격 좋아졌어 소로소로~
깔끔하게 해지하고 소박하게 여행 갈 비용만큼 나왔다. 차곡차곡 열심히 쌓았으면 1200이나 되어서 뿌듯했을 텐데 내가 받아온 금액은 참 소박하다. 겨우 백만 원 남편이 기대할까 봐 웃음이 나왔고 그것도 돈이라고 만질 수 있는 지폐가 좋단다. 이런 칠푼이 같으니 좋으냐? 혼잣말이 나오고 여행 가면 딱인데 상상이 삼천포로 빠졌다 돌아왔다.
카페에 도착하면 항상 환기를 시키고 노래를 선곡한다. 거의 매일 essential; - YouTube 재생하는데 오늘은 불현듯 박진영이 떠올랐다. 정말 기분이 별로이거나 최고로 좋을 때 둠칫둠칫하기 딱인 박진영& 선미 디스코 1곡을 계속 리플레이한다. 그러다 손님이 오면 민망하지만 꾹 참고 끝까지 틀어 놓는데 오늘은 박진영 베스트 앨범을 플레이했다.
날 떠나지 마
청혼가
엘리베이터
영원히 둘이서
그녀는 예뻤다
Honey
엘리베이터 안에서 우리는 사랑을 나눴지~ 그 누구도 모르게~~ 엘리베이터 안에서~ 헤이~ 허~~~
이 설레임~~ 둠칫둠칫
왜 어째서 어깨춤이 나오는 걸까?
영원히 둘이서를 들으며 마음에 행복함이 물들었다. 잠깐이나마 결혼식날이 스쳐 지나갔고 어제의 기분은 어디로 가고 이러는 걸까 이 기분이 생경하다. 딱히 남편은 떠오르지 않는데 신기하다. 이 나이에 노래를 들으면서 설렐 일인가 싶었다.
그때로 돌아갔다
6곡쯤 들었을 때 알게 되었다. 박직영의 노래들이 나를 10대 20대로 타임캡슐 태워서 보내줬구나 별 다를 거 없는 마음과 상황을 잠시나마 들뜨게 해주는 당신이 참 고마웠다. 오늘 마음 돌봄 처방전은 행복으로 시작한다. 같이 어깨춤을 출 사람 지금 당장 플레이 시켜보라. 어깨가 움직이고 팔을 돌리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이다. 알고 있는가 지금 당신의 행복이 적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