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카페 사장님은 팔자가 참 좋다. 주 7일 중에 일월을 쉬고 행사가 있으면 토요일도 쉰다. 심지어 6시 칼퇴근하는 망고땡 아줌마 사장님이라 소문이 났다. 손님이 없을 땐 본인이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와 책을 읽고 어쩔 때는 노트북으로 뭘 하는지 히죽거리며 타자를 친다. 한때 젊은 이들의 로망 조용한 동네 카페 사장이 바로 나다.
그렇게 놀고먹는 사장님의 월요일 아침이 시작되었다. 새벽 5시 18분 칼 같은 기상 알람이 울리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침대에서 튀어나온다. 3개월의 수영실력과 무관한 수영장 개근에 빛나는 기상은 뿌듯함보다 주섬주섬 양치를 하고 목욕바구니를 들고나가기 바쁘다.
상쾌한 인어놀이는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기 바쁘다. 밀린 빨래를 돌리고 책 좀 보고 글 쓰면 딱이겠군 여유로움이 밀려온다. 우선 커피를 내리고 베이글을 토스트기에 넣고 빨래를 재빨리 세탁기에 넣고 아이들을 깨웠다. 새벽 수영 장점은 맑은 정신으로 몸에 에너지를 한 바퀴 돌리기 때문에 아이들을 깨울 때 짜증이 덜 올라온다. 각자 취향으로 요구르트와 시리얼을 주고 그 틈에 내 것도 와구와구 먹는다. 영양만점 한식은 아니지만 셋이서 얼굴을 마주 보며 씹고 있는 것에 만족을 한다. 서로의 아침은 소중하니까 지켜줘야 한다.
오 신이시여 이것이 무엇입니까? 얼마 전 다른 작가님의 천정거실 물난리를 보고 위로해 드렸는데 오호호 내가 위로받을 차례인가요? 아직 저는 혼수품을 떠나보낼 마음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결혼 10년 차 내가 사 온 가전들도 같은 나이이다. 얼마 전 냉장고 소리가 심상치 않았는데 세탁기 마저 이럴 수는 없다. 아프다 내 심장이 나대고 있단 말이다 거품을 그만 뿜어라! 자세히 보니 세탁기는 나의 마음을 알고 있는지 울고 계신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빨래는 잘 되었다.
아이들을 학교와 유치원차량에 태워 보내고 빨래를 꺼내서 널고 남편에게 보고했다. 배수구 쪽이 깨진걸 수 있다며 근데 부품을 구할 수 있을까? 하나 사야 할지도 모른다며 ㅎㅎ을 카톡으로 보내왔는데 패고 싶었다. 습관적인 ㅎㅎ이 왜 이렇게 꼴 보기 싫은지 어제는 기분이 좋았다 오늘은 또 시련을 주고 내 삶의 인내심 테스트인가 머릿속이 복잡했다. 일단 오늘 잡생각으로 책 일기랑 글은 땡쳤구나 집이나 치우자 싶었다.
몇 달간 글 쓰고 책 읽는다는 핑계로 아이방을 언제 치운 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그렇다고 미안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수많은 장난감에 살고 있는 너희들 매번 사주세요 안달 난 눈빛가 혹시 이걸 하면 똑똑해질까 싶어서 구매했던 물건들이 이제는 일반쓰레기로 보였다.
사진이 덜 창피하게 나왔지만 오면 깜짝 놀랄 거 같아서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정리 잘하시는 분들도 많고 물건도 적게 사는 분들이 보면 기절각인데 이제는 좀 버리고 싶다고 아이에게 하소연하지만 다이소에서 구매한 2000원짜리 블록상자도 모아야 한다는 아이다. 맘대로 버렸다가는 그만큼 다시 사줘야 하기에 80리터 분리수거 봉투에 고이 담아서 다락에 올렸다. 장난감 요정이 다 거둬 갔다고 말해서 통하면 버리는 것이요. 택도 없으면 다시 하나씩만 꺼내줘야겠다.
카페 사장님의 월요일은 오전은 빨래와 집 치우기 오후는 장보고 다문화아이들 독서지도 가면 우리 아이들이 온다. 부러울 거 같지만 실상은 평범하다 못해 재미하나 없고 친구들도 다 바빠서 브런치에 브짜도 먹어 본 적이 없다. 올봄 친구하나 없네 잠깐이나마 서글펐던 적이 있었는데 도서관을 들락거리다 보니 내 노후의 단짝을 발견했다. 신간 코너에 쉴 새 없이 들어오는 수십 권의 책 친구들이 읽어 달라 줄 서 있고 노트북은 언제 떠들어 줄 거냐며 안달이 났다.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지금도 세탁기 생각을 하면 머리가 지끈하지만 엉덩이 붙일 수 있는 공간이 생긴 아이방을 보면 아이가 좋아하겠다 기운을 챙겨보려 한다. 잠들기까지 참선하는 마음으로 지내보려고 한다. 더 이상 일이 없이 지나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