띨롱띨롱 캘린더 알람이 울린다.
몇 주 전에 예약한 전안나 작가의 <나의 마흔에게> 북토크 동네살롱 초대 알림이다. 너무 가고 싶었던 북토크라 기뻐야 하는데 오늘의 마음은 또 잿빛이다. 개인적 약속과 아이병원 진료 때문에 자꾸 문을 열었다 닫았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오늘 갈까 말까 가면 도움이 될까 시작 30분 전까지 고민을 하다가 그래 여기 있다고 달라지는 마음이 아니라면 가보자로 마음이 요동쳤고 나의 흰둥이와 함께 출동했다.
<동네살롱>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성장 클래스
북카페에서 작가와 만남은 항상 두근두근 하다. 10명의 사람들과 전안나 작가님 진행해 주시는 김아진 아나운서의 차분한 목소리가 마음의 흐림을 흩트렸다.
다른 북토크와 다르게 작가님 말씀은 짧게 하시고 책에 있는 질문 중에서 생각을 적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생소하기도 하고 남의 이야기를 다 듣는다고? 시간 오래 걸리겠구나 투덜이 스머프가 등장했다. 발표력 좋은 소로소로는 질문에 첫 번째로 대답하겠다며 마이크를 잡았다. 김아진 아나운서 왈.. 대부분 손을 번쩍 드시는데 마이크를 바로 잡는 건 처음이라며 용기에 박수를 보내주셨다.
제 경험으로 첫 번째로 말하는 게 제일 덜 창피하고 주목도가 덜하더라고요. 본인 발표에 신경을 쓰고 있으니까요. 다들 맞다고 하하하 웃어주셨다.
첫 번째 두 번째 질문에 답하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하고 싶은 말을 쏟아부어서 그런가 생각이 밖으로 튀어나와서 그런지 머리 위에 맑음이 떠올랐다. 마지막 질문을 할게요.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꿈
남이 듣자마자 비웃을 만큼 말도 안 되는 꿈을 써보세요
마흔 엄마들은 질문을 듣자마자 웃었다. 나 역시도 꿈? 이 나이에 불가능한 꿈은 애초에 생각도 안 하는데 뭘 쓰나 고민스러운 찰나. 남이 듣자마자 비웃을 만큼의 꿈이라고?? 그럼 허황될수록 더 좋겠구나 머리가 휙휙 돌아가고 생각이 흩어지기 전에 3가지를 휘리릭 썼다. 발표하실 분 물어보자마자 빠르게 마이크 컴온 컴온 손으로 휘적거렸다.
하나,
나는 헤르만 헤세처럼 유명한 작가가 될 것이다.
오~~ 주위에서 난리가 났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노벨문학상을 받은 사람이 되겠다고? 너무 황당했던지 비웃음조차 나오지 않나 보다. 이 여자 뭐야. ㅎㅎㅎ
이유인 즉, 누구나 팔리는 작가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 팔리는 책들은 한번 읽고 다시 읽는 일이 흔할까? 또 세대가 지나서도 읽힐 것인가? 아마 몇 년 뒤 장서 정리 시간에 사라질 것이다.
당당하게 말했다. 내 책은 고전처럼 두고두고 읽히는 책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헤르만 헤세작가 책은 언제나 대출 중이더라고요. 그 어려운 데미안도 예약을 해서 읽을 줄 몰랐어요. 헤세작가님과 제 나이가 대충 100살 정도 차이가 나더라고요. 요정도는 해줘야 팔리는 작가라고 생각해요.
둘,
유럽병 걸린 사브작 작가들(북클럽 독서모임)과 유럽에서 커피 마시며 책 이야기 하고 싶어요.
이번에도 깔깔거리고 난리가 났다. 마흔 살 아줌마들 공감대는 초면에도 형성되는 신기함과 작은 이야기에도 환대를 해주니 말이다. 같이 독서모임으로 시작한 작가들은 매주 1회 글을 발행하며 더 돈독해졌다. 서로 미쳤다고 책과 글쓰기가 뭐가 좋다고 틈만 나면 헤헤헤 거리고 거의 남편들이 신천지급으로 사이비 아니면 바람났다는 말을 듣는다. 유럽으로 한 달간 커피랑 책이야기 하러 간다고 하면 그들의 표정은 어떻게 변해 있을지 짐 싸들고 나가라고 하려나? 그건 우리가 바라는 바이므로 함부로 말하다간 아내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셋,
경제적으로 독립을 해서 마당과 주차장이 있는 주택에서 살고 싶다. 남편 빼고 아이들과 나는 주택 살이를 계속 이어나가기를 갈망한다. 주렁주렁 달려있는 대출과 할부를 청산하고 아날로그 식으로 지갑에서 현금만 쓰는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 카드가 싫다 어차피 다음 달에 날 쫓아올 테니 말이다.
순서가 바뀐 세 가지 소원
다섯 가지를 쓰라고 하셨는데 3가지만 썼는데도 기분이 좋았다. 세 가지 소원을 자세히 보면 우선순위가 바뀐 걸 알 수 있다. 제일 먼저 부채를 갚아야 하고 그다음이 유럽여행 마지막이 유명한 작가이다. 남이 들어서 비웃을 만한걸 제일 먼저 썼더니 오히려 기분이 좋아지는 기이한 현상을 느꼈다. 돈이 행복 요건에 필요하지만 1순위에 안 들은걸 보니 생각이 바뀐 걸까 아님 셋다 이루어지기 어려워서 이러나 나도 잘 모르겠다. 갈팡질팡했던 북토크는 항상 옳다.
흔들리는 마음아 잘 들어볼래
지금 그대로 충분해. 너의 마흔이 참 좋다
인간은 자신이 행복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므로 불행한 것이다
_도스토예프스키
불가능한 꿈을 댓글에 적어 보세요
모두 이루어져라. 쏘로롱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