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이쯤 되면 헬로~ 헬로~ 팔뚝살이 빼꼼 드러나면서 올해도 다이어트 의지를 불태운다. 어제 북토크 모임에서 10명 중에 반이나 52kg 몸무게가 되고 싶다며 이루어질 수 없는 꿈에 적어 넣었다. 젊었을 때야 맘먹고 굶으면 한 달이면 빠지던 살들이 나잇살이라는 명목아래 빠지기는 고사하고 실패로 성질만 나빠지고 더 우걱우걱 먹는 대참사를 경험하다.
만 39세 때는 몰랐다. 내가 살을 걱정하고 살고 있을지 애 낳고 4킬로 찐 거는 살이라고 말하지도 않는다며 평생 말랐으니 나는 먹어도 안 찌는 체질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양심은 있어서 내 입으로 말하고 다니지는 않았다. 나이 앞자리가 4로 바뀌자 이 녀석들이 훅훅 치고 들어왔다.
어머나 다 맛있다. 어렸을 때 줘도 안 먹었던 멸치볶음이 이렇게 고소했나? 오이지무침, 고추부각, 각종나물과 맛다시만 있으면 일주일도 먹겠다. 잘 먹어야 일도 잘한다며 건강한 먹거리라며 콧노래 부르고 누가 반찬을 주면 넙죽 받아 들고 집으로 와서 손에서 바로 장으로 들어가는 퍼레이드가 열렸다.
돼지병에 걸렸다
남편이 구워주는 목살은 어떤가 기름기 없이 담백함에 부들부들한 그 아이는 내 입속에서 라이킷 라이킷 맥주도 추가 쌈장에 마늘도 추가해 줘요. 그렇게 외치는 결과는 샤워할 때 참혹함을 마주했다. 배가 나오다 나오다 발가락이 안 보이면 곤란한데 혼잣말을 하지만 한번 걸린 돼지병은 멈출 수가 없었다. 배달의 민족들이 항시 대기 중이었고 족발, 보쌈, 치킨, 오돌뼈, 해물찜을 돌려먹으며 마지막 회는 살이 안 찐다며 청하까지 마셔주었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뱃살은 혼자 외면했지만 턱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내 얼굴을 보고 있는 시간은 화장품 바를 때인데 씻고 나서 거울 속은 평소보다 괜찮네 이 정도면 클린 앤 클리어 느낌이었다. 다른 사람과 사진 찍을 일이 늘어난 요즘 내가 아니길 바랐다 내 턱에 부의 상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김정은 동생이신가요? 돼지병의 말로는 부유함이 아니라 늙음을 추가했다.
일부러 다이어트를 시작한 건 아니지만 고기를 조금 의식하면서 줄여보자 노력했고 애엄마의 마지막 힐링음료 맥주의 끈은 놓을 수가 없었고 맥주 한 캔과 안주로 과자나 육포는 괜찮겠지 가볍게 먹으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은 몸무게만 더 추가되었다.
우리 헤어졌어요 잘 가요
얼떨결에 시작한 새벽수영으로 맥주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헤어지게 된다. 먹을 땐 좋은데 자면서 화장실 때문에 잠이 깨고 수면 질이 더 떨어져서 자연스럽지 않게 맥주와 생이별을 하게 된다. 그렇게 2달간 새벽수영에 몰두하니 저절로 2kg가 빠졌다. 뱃살이 제일 먼저 훅 들어갔고 너무 기뻐서 자축하는 의미로 맥주와 치킨을 먹는데 내가 먹던 맥주의 맛이 아니다 너무 쓰고 맛이 없다. 운동의 효과인가 아쉬웠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그 쯤 코로나가 찾아왔다. 평생 안 걸릴 줄 알았는데 피해 가지 못하고 멘탈을 쥐고 흔들었다. 의욕을 빼앗아 가져가더니 미안했나 보다 돼지병도 같이 딸려 갔다. 음식을 먹으면서 기뻐하고 스트레스 날리던 일상이 없어지고 먹고 싶은 음식들이 하나둘 사라졌다.
다이어트 기쁨과 슬픔
오랜만에 수영장 체중계에 올라갔다. 시작하기 전보다 -3kg 빠져 있었고 숫자는 내가 원하는 몸무게에 도달했는데 기쁨보다 눈 빛은 흐리멍덩하다. 몇 주 전부터 혓바늘이 돋고 구내염이 생겼다 없어졌다 다시 생기길 반복하다 보니 치아 안쪽에 보정기를 건드려서 마치 24시간 교정을 하고 있는 거처럼 계속 혀 끝이 아팠다. 삶은 공평한 건가 살이 빠지면 좋은 건데 내 모든 기운과 의욕이 딸려가 힘이 없으니 말이다. 차라리 돼지병 걸렸을 때 행복 지수가 더 높은 거 같기도 하고 요즘은 책에 집중도가 떨어져 어제 카카오톡, 브런치, 인스타에 머문 시간이 6시간이라는 숫자를 보고 미쳤구나 싶었다.
노를 저어라 으쌰 으쌰
특단의 조치가 들어간다.
마음돌봄 처방전은 치킨에 맥주다! 매일 비타민을 먹고 운동을 하는데 와이 낫?? 왜 힘든 건가요?
돼지병이던 풀떼기 한 양푼이던 내 마음을 다시 끌어올리고 살고자 한다. 다이어트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니 참고해서 시작하시길 바란다. 당신의 행복지수는 얼만 만큼을 가리키고 있는지 저녁메뉴를 골라보자.
오늘 주어지는 이 고통마저도 내가 살아 숨쉬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삶의 기쁨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그게 바로 오늘도 고마운 마음으로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야 할 모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