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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소로 Jul 20. 2023

세 쌍둥이가 태어났다

바르게 키우기


길을 걷다 꽃집을 만나면 항상 발길이 멈춰 한참 바라봐줬다. 대단한 취미는 아니지만 식물 기르기도 좋아해 식물도 종종 샀다. 생각해 보면 식물을 사서 집에 오는 날은 마음이 휘청거렸고 힘들 때 다른 사람에게 받고 싶은 위로와 손짓 대신 식물을 집어 들었던 게 아닐까 한다. 스트레스가 반복적으로 쌓이면 장바구니 리스트에 옷이나 물건보다 키우기 어려운 식물을 담아뒀다가 눈을 질끈 감고 휘릭 결제를 했다. 하나둘씩 사모았던 식물을 애지중지 키우다 여름이 되면 주인장의 체력과 함께 나가떨어져 말라죽었다. 



매년 여름 더위와 더불어 어떤 식물이 죽어나갈까 슬금슬금 공포가 밀려왔다. 키운 정이야 말해 뭐 하랴 말라죽을까봐 물도 따박따박 주고 실내 환기도 힘썼다. 영양제도 꼬박꼬박 챙겨 드렸는데 늘 여름을 얌전하게 보내지 못했고 작년 여름에도 20만 원짜리 화분하나가 그렇게 죽어버려서 내 마음이 공포를 넘어 꽤나 괴로웠다. 아직도 생각하면 쉬이 잊히지 않고 꼭 비싼 식물들이 죽어버리니 속상함은 배가 되었다. 



몇 번의 여름 식물 살인이 지나가고 식물 쇼핑도 주춤할 찰나에 친구의 일터로 놀러를 갔다. 거기에 작고 귀여운 동글이가 모여 귀여운 매력을 발산했다. 



날 데려가요


행복이 있는 작은 숲 [블로그 출처]


필레아페페라는 식물인데 자구들이 잘 생긴다며 친구가 일회용 커피컵에 덜어줬다. 그 길로 나의 예쁨을 받으며 여름을 두해나 지나 튼튼하게 자라고 있었다. 외목대로 키우려고 잎도 떼어주고 화분도 깨끗이 닦아주다가 까만 돌 사이로 배꼼 하게 세 쌍둥이가 발견했다. 



귀여운 세 쌍둥이들



검색해 보니 너무 작은 건 자라기 쉽지 않다고 했는데 이쁨을 참지 못하고  올망졸망 귀여워서 그 길로 다이소로 달려가 화분 배양토 마사토 돌을 사 왔다. 우리도 임신했을 때 임테기에 두줄 뜨면 2주 뒤에 가도 된다는 걸 알지만 그 길로 병원에 가는 스킬정도는 다 있다고 본다. 이 작은 아이들을 다칠세라 핀셋으로 살포시 꺼냈다. 




급하게 양파까지 털어서 망을 잘라왔다. 주황색 그물이 이뻐 보인다면 이미 식물에 반 정도 미쳐있지 않나 싶다. 망을 깔고 깨끗하게 씻은 마사토를 깔고 배양토를 넣고 아이들을 하나씩 심었다. 제일 작은 자구는 다시 엄마옆에 두고 조금 더 크면 오기로 했다. 알록달로 돌과 심심한 마사토를 깔아서 꾸며 주었다. 지금 저렇게 작은 아이들이 자리를 잘 잡아서 엄마 페페 옆에서 귀여운 동글동글을 뽐내길 바란다. 



마음이 평온하지 않을 때면 흙을 만지고 식물을 심어보자. 흐트러진 식물이 있다면 정리를 하고 수선해 주는 의식이 필요하다. 삶에 방향이 필요하듯이 해를 따라 움직이는 그 길이 잘 못 되어 휘었다면 다시 곧게 펼 수 있도록 수선을 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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