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기억이 무엇입니까? 하고 묻는 다면 보통 몇 살 때를 떠올릴 수 있을까?
내 인생의 최초의 기억은 무려 2살이다. 그 2살도 아마 18개월도 안되었을 2살일 것이다. 이 기억은 나만 혼자 늘 떠올리고 있던 기억이었다.
난 겨우 벽을 잡고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였다. 그 날 내가 짚고 있던 것은 계단이었다. 심지어 계단도 두 칸 정도 올라가 있었다. 그러곤 뒤를 돌았을 때 엄마의 뒷모습이 보였다. 아마도 그곳은 부엌인 듯했고 엄마는 무언가 일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설거지일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내 말을 듣자 신기한 듯 웃었다. 친가는 다락이 있는 집이었고 다락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맞은편에 부엌이 있었다는 것이다. 엄마는 그 부엌을 생각하며 지겨운 시집살이를 떠올렸다.
아빠는 6남매 중 다섯 째였다. 여동생이 한 명 있었지만 엄마가 보기에 아빠가 더 막내처럼 보였다고 했다. 집에서는 당연히 힘이 없었다. 덩달아 아빠의 아내 역시 서열이 낮아졌다. 동서들도 시누들도 나서서 일을 도와줄 리 없었다. 밥상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고 다과를 차리고 설거지를 하고 술상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고, 시댁만 가면 이런 일상이 반복이었다. 뭘 먹어도 가장 늦게 앉고 가장 먼저 일어났다고 했다. 그니까 어디든 붙어 앉아 있을 데가 없었다는 거다. 그럴 때면 아빠는 늘 형수님들을 불러댔다고 했다. 엄마 말로는 엄마를 대놓고 부를 수 없으니 머리를 쓴다고 쓴 것이 형수들을 불러 대는 것이었다.
부엌에서 쩔쩔매는 중에 그 소리를 들으면 안심이 되다가도 밉다가도 그래도 내 편이라는 생각에 좋기도 했다.
지금은 다시 가보지도, 있지도 않은 곳이지만 그곳은
안절부절못하던 아빠를 기억하는 장소
결국 도와주지 못했지만 그 마음이 예뻐서 힘든 내색을 참았던 장소로 남아있었다.
아빠, 당신은 엄마의 기억 속에서 흐뭇함과 풋풋함과 행복으로 기억되고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