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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수다) 1987

by 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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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이런 시간들을, 이런 사람들을 담은 영화를 보고 나면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감정을 느낄 것 같습니다. 뜨거워진다고 할까 아님, 울컥한다고 할까, 화가 난 달까 그런 마음이 드는 거죠. 한 편으로는 영화가 좋다기보다도 그럴 수밖에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요.


사람이 죽었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잖아.


이 영화의 가장 큰 울림이라고 하면 사건을 만든 사람에게 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아이언 맨이나 헐크처럼 엄청난 영웅들도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도 아닌 작은 움직임들이 꾸준히 이어져 광장으로 펼쳐질 때 다들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많은 감정이 들었지만 전 한 편으로 좀 죄스러운 마음도 들었어요. 우리에게 역사로 배웠던 사건들이 계속돼서 반복되고 있고 여전히 그 중심에 서 있는 우리들은 그때의 그 사람들처럼 무언가를 했나, 아님 무언가를 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들이 영화가 끝이 나고도 한 참을 머리에 맴돌더군요.


너무도 쟁쟁한 배우들이 사건의 조각으로만 등장해서 의아한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요. 모든 배우들이 시간이 아닌 무게로 느꼈을 역할의 가치들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 영화에 대해 생각하면서 박 준 시

인님의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라는 시가 계속 떠올랐는데요. 같이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 박 준

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일은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폐가 아픈 일도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눈이 작은 일도
눈물이 많은 일도
자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눈에서
그 많은 눈물을 흘렸던
당신의 슬픔은 아직 자랑이 될 수 있다

나는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한다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하는 것은

땅이 집을 잃어가고
집이 사람을 잃어가는 일처럼
아득하다

나는 이제
철봉에 매달리지 않아도
이를 악물어야 한다

이를 악물고
당신을 오래 생각하면

비 마중 나오듯
서리서리 모여드는

당신 눈동자의 맺음새가
좋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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