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연인
남자 친구는 있어요? 질문에 흐뭇하게 '네'라고 대답했다
얼마나 됐어요? 질문에
"아직 6개월도 안 됐어요."
"4년 좀 넘었어요."
우린 둘 다 탄성을 질렀다.
나는 그 연인이 보냈을 시간들이 대단해서 그 연인은 내가 보내는 시간이 행복할 걸 알아서.
사실 사귄 시간이 중요하다고는 하긴 어렵다. 연애를 하다 결혼을 한다는 하나의 과정(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을 따질 때에도 만남의 기간은 그리 중요해 보이진 않는다. 그 만남의 질이 중요한 것이지. 그렇지만 시간이라는 말은 꼭 추억을 달고 나왔다. 그 시간에 담긴 추억들이 말이다.
내가 괜히 신이 나 4년의 시간이면 이 들뜬 감정들이 무뎌지지 않았느냐 묻자. 여전히 보고 싶고 여전히 좋다는 그 이야기에 덩달아 미소 지었다. 그 연인은 내가 아직 알아가는 중인 것 같다고 만날 때마다 새로운 점을 보게 된다는 말에 한창 좋을 때라며 자신들이 사귄 지 6개월쯤 되었을 때 이야기를 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 날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날이 떠올라 추억들을 꺼내 놓았다.
"와 우린 저 때 뭐했더라"
로 시작하는 그 들의 이야기는 행복했다. 그리고 그들이 나에게서 듣고 싶어 하던 이야기도 행복했다. 그들 역시 나와 같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그 시간이 귀함을 알기에. 풋풋하다며 신기해하던 그들을 대단하지 않냐며 말하자 그는
"우리도 그렇게 될 거잖아"
하고 웃었다. 너는 웃는 얼굴이 참 좋아.
맞아. 부러운 게 아니라 그냥 가늠이 안 가서 그래. 우리가 그렇게 오래 만나 많은 추억이 쌓이고 깊어지면 그러면 너는 내게 나는 네게 어떤 존재가 되어 있을까? 그걸 상상하는 게 그냥 좋아서. 그래서 그래.